2013년 9월,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이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에서도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재석 인원 1033명 중 87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가 82표에 불과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세습금지법 통과는 당시 주요한 시대적 요구였다.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음을 기뻐한 것도 잠시 각 교회들은 허술한 세습금지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여러 형태로 '변칙 세습'을 자행해 왔다.

그리고 지금, 세습에 대한 교계의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바로 '명성교회' 세습 여부가 촌각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는 알다시피 예장통합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회이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계와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교회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의 중심 격인 교회이기에, 김삼환 원로목사가 그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 합병이라는 변칙적인 형태의 세습'으로 교회를 물려주는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관심은 다른 교회의 경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언론 보도로 변칙 세습의 형태와 과정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기사에서도 '세습'이라는 행위를 왜 반대하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에 이 글에서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세습, '개교회 문제'이자
분열 막는 길?

먼저 세습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명성교회 세습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내가 볼 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청빙과 위임은 각 교회들의 문제이며, 각 교회 상황은 그 교회 구성원이 가장 잘 알기에 후임 목회자를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그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청빙 과정에 불법이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으며, 그 모든 과정에 대해 다른 교회들이 상관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후임 목회자가 교회 내에서 인정을 받는 경우, 세습을 통한 안정적 이양이 교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후임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의 여러 의견 충돌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방지하고자 해당 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사역했었고 교인들에게 인정받았던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교회 유지'라는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그럴듯해 보일지 모른다.

극심한 개교회주의 지양해야

위 주장들은 실제로 내가 들었던 내용이며, 이에 대한 개인적인 대답은 이렇다. 세습에 찬성하는 이들의 첫 번째 주장은 극심하게 개교회주의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개신교회는 가톨릭과 달리 각 교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개교회주의'를 인정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교회를 어떻게 정의하며, 실천적 차원에서 교회 공동체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어원인 '에클레시아'는 문자 그대로 "밖으로 불러 냄"을 뜻한다. 이를 신앙적 관점에서 다시 말하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하나님 앞으로 나아온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개교회적이며, 건물로서 교회 개념이 아닌 기독교 공동체로서 개념을 지닌다. 즉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는 큰 차원에서 모두 한 교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개교회를 타 교회들이 권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집단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성경에서 이러한 차원의 '하나의 교회'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교회에 이미 감독과 장로가 있는데도(행 20:28) 바울은 교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권면의 말씀을 전할 설교자를 보낸다(살전 3:2, 고후 8:6 등). 즉, 세움을 받은 각 교회의 감독(목사)과 장로가 교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할 때 권면하고 비판할 책임과 의무가 다른 교회에도 있다는 말이다.

교회는 사회 모범 되어야

청빙 과정에 불법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서 '불법'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총단 헌법은 강제성이 없다. '불법'을 사회적 의미에서 법을 어기는 것으로만 본다면 청빙 과정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총회라는 공동체에 속한 교회가 총회에서 만든 규율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종교적 차원에서 '불법'이라 정의할 수 있다면 문제일 수 있다. 총회에 소속된다는 것은, 총회가 가진 규율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교단 헌법 준수가 강제성을 띠진 않지만 개교회에는 총회에 소속된 일원으로서의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불법이 없다면 어떤 모습으로 청빙이 되든 정당하다"라는 주장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법을 어기는 '불법'이 아니라도 법을 교묘히 피해 가는 '편법'을 정당하다 볼 수 있을까. 이제 사회적, 도덕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사회에서 재벌의 편법 상속은 고질적 문제다. 재벌들이 법을 교묘히 피해 기업과 재산을 후대에 상속하는 것에 대해, 사회 구성원 누구도 인정하거나 칭찬하지 않는다. 교회 세습도 재벌의 기업 상속과 마찬가지다. 세습은 한 집안이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이며, 교회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다.

탄핵 국면이 끝나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많은 대선 후보가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 정치 이슈 중, 여러 후보의 공통 공약 하나는 바로 '재벌 개혁'이다. 롯데그룹의 투명하지 못한 기업 상속 과정,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이 '재벌 개혁'이라는 과제를 강조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대형 교회 세습이 사회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회 주인은 하나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반박은 '교회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에베소서 1장 22절에서는 교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한다. 에베소서 5장 30절에서는 교회의 주권이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간은 교회 구성원으로서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지만, 그 사역을 이끄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고백이다.

우리는 세습에 찬성하는 사람들 주장에서 하나님이 아닌 교회 구성원을 교회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을 목사로 앉히는 것을 안정적 이양 방법이라 보는 것은 성경 속 많은 역사에서 인간들이 저질렀던 실수다.

사사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드온과 그의 아들들을 왕으로 삼으려 했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나님의 뜻과 생각이 아닌 인간적 시각에서 기드온과 그의 집안 사람을 왕으로 세우려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실수를 오늘날 교회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드온의 고백

지금까지 신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세습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물론 교회 세습에 관한 허용이나 금지가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없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 무엇이 옳은가 고민하고, 어떤 모습이 사회에서 더 좋게 열매 맺게 될지 고민했을 때, 교회 세습을 금지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확고하다.

이제 3월 19일, 김하나 목사님의 결정만 남아 있다. 이미 어떠한 결정을 내렸는지, 아니면 여전히 기도하시고 고민하시는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뜻과 상반되는 이스라엘 민족의 요구에 응답한 기드온의 고백이 결정의 과정과 선택의 순간에 있는 김하나 목사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 하니라." (사사기 8장 23절)

나환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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