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재적 교인 10만 명에 이르는 명성교회가 3월 19일 일요일 새 위임목사를 뽑는 공동의회를 연다.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가 담임하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건도 다룬다. 교회 합병과 동시에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뽑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또 하나의 초대형 교회 세습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가 3월 14일 서울 서대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패널로 나선 방인성·박득훈 목사,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명성교회 세습 감행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는 3년 전 지교회 세습을 감행한 명성교회가 이번에는 직계 세습을 관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세습은 교회를 사유화하는 일이자 교인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방 목사는 "교회 주인은 성도들이다. 잘못된 목사, 거짓된 목사,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목사를 자리에서 탄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노래명성교회는 2014년 경기도 하남에 둥지를 틀었다. 명성교회가 교인과 재정을 전폭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새노래명성교회 재산이 김삼환 목사 앞으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인성 목사는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새노래명성교회 대표자 명의가 김하나 목사가 아닌 김삼환 목사로 돼 있다. 성도들이 더 이상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박득훈 목사는 "김삼환 목사는 원로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강한 영향력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밟는 청빙 절차는 의미가 없다.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세습은 세습이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세습을 허용하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즉각 세습을 멈춰 달라. 세습을 철회하고, 새로운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을 겪으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이웃 교회들은 위로를 받고, 세상을 감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뿐 아니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주요 교단은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많고, 이럴 때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배덕만 교수는 "교단법 자체에 맹점이 많다. 목사 및 장로 아들, 사위 등이 연이어서 목회를 못하게만 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벌어졌다"고 했다. 지금 명성교회처럼 교회 합병을 통해 세습을 시도하는 것도 금지하는 명확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는 세습방지법을 기술적으로 피해 가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금지된 것을 마침내 얻고자 하는 노골적인 욕망의 표출은 떳떳할 수 없다. (명성교회는) 앞으로 세워질 목사의 정당성과 권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하나 목사는 2013년 11월 12일 청어람아카데미가 주최한 종교개혁 세미나에서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 있다. 양 대표는 당시 김 목사와 대담을 나눴다. 양 대표는 "김 목사는 '세습하지 않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발언했다. 말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본인이 의지를 천명했으니, 의사를 밝혔으면 한다. 무엇을 이어 가고, 무엇을 단절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부모 세대를 살 수 없다.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세습을 관철하려는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를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합병은 직접 계승하는 세습만을 제한하는 교단 헌법의 허점을 이용한 '기만적인 형태의 세습'이다 △교회 세습은 한국교회가 청산해야 할 병폐임이 다시금 확인됐다 △명성교회 세습 시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개혁연대는 3월 19일 오전 9시부터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촉구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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