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3월 13일 전 대통령 박근혜 파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학생들은 "우리는 지금 슬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직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아직 한 번도 수사를 받지 않았고, 우병우는 법의 허점을 찾아 특검의 수사망을 피했으며, 2014년 법무부장관 시절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당시 근거가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황교안은 국정 농단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이때에도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4년 4월 16일의 사라진 7시간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우리가 여기에 그저 아쉬움만 보탠다면 부끄러움을 피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라며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고통받고 눈물 흘리는 자들과 함께해 불의한 체제에 맞서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슬픔의 시기를 보내는 자매, 형제들에게 띄우는 편지

 

"그는 그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실 것이니, 그가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들은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라고 하시오." (마가복음 16장 7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며 슬픈 시기를 보내는 자매, 형제들에게 문안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지난한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움트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지난한 싸움 가운데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을 듣기까지 있었던 여러분의 바람과 고생을 통하여 우리는 비록 더뎌 보이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우리의 손으로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위를 뚫고 움트는 생명을 보며 겨울 뒤에 봄이 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시국을 통하여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이 찾아옴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귀신 들린 여종을 통해 돈을 버는 사회를 바라보지 않고 그 귀신만 쫓아 버렸다가 감옥에 갇혔던 것처럼 박근혜 한 명이 파면되는 것으로 오늘날의 모든 모순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직 해결된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박근혜는 아직 한 번도 수사를 받지 않았고, 우병우는 법의 허점을 찾아 특검의 수사망을 피했으며 2014년 법무부장관 시절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당시 근거가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황교안은 국정 농단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이때에도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일 저녁 박근혜가 사저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직 우리에게 완연한 봄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뻐하던 지난 10일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그 가운데서도 아직 환히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 순간에도 길 위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의 사라진 7시간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그저 아쉬움만을 보탠다면 우리는 부끄러움을 피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우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이 마침내 선으로 악을 이길 때 여러분은 즐거워할 자들과 함께 즐거워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슬픈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이 슬픈 시기에 불의한 권력에 의해 희생당하고 고난당한 이들을 함께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의 피와 눈물이 우리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한쪽이 죽임당함으로 다른 한쪽이 축복을 받는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고통받고 눈물 흘리는 자들과 함께하여 불의한 체제에 맞서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약속한 실천입니다.

낙담에 가득 찬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돌무덤 앞에 다다랐을 때 돌무덤은 이미 열려 있었고 흰옷을 입은 사내가 예수께서는 부활하셨고 약속하신 대로 갈릴리에 먼저 가서 제자들과 그곳에서 다시 볼 것이라고 여자들에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날이 오면 예수께서는 가장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 가장 고난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가장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보자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아직 슬픈 시기를 보내고 있고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다시 용기를 내어 세상을 이긴 그리스도를 따릅시다. 우리가 먼저 고난의 현장에 있을 때 우리는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듣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그 길을 걷는 여러분에게, 우리들에게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017년 3월 13일
신학생시국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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