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정의평화대선행동(대선행동·상임공동대표 박득훈·김경호·성명옥·남재영)은 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민주적 정권 교체 운동을 펴는 기독교계 시민단체입니다.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담은 의제를 발굴하고, 성서적 민주 시민 교육에 앞장서며 공정 선거 감시 운동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대선행동은 2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매주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게재합니다. 지난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했던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의 칼럼에 이어 평등 경제 실현을 담은 박득훈 목사(새맘교회)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우리는 작년 가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평화적 촛불 시민 혁명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목도해 왔다. 그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기에 이르렀고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의해 짓밟혔던 민주주의가 다시 소생하고 있는 것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3·1 운동과 4·19 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쟁취된 민주주의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었던가?

가장 결정적 원인은 정치 영역에선 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지만, 경제 영역에선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어 온 데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타의 반, 자의 반 지구상에서 가장 냉혹하고 억압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어 온 결과다. 부(富)가 특정 소수 집단에 집중되고 중산층이 사라지고 대다수 국민이 항시적 경제적 위기에 시달리게 되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거대한 부의 소유자 그룹이 정치, 언론, 학계, 법조계 심지어는 대중문화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함으로써 다수의 국민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는 바로 그 일각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가려면 경제 영역의 민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을이 갑에게 굴종을 강요당하는 노예 경제에서 경제주체 간의 평등이 보장되는 평등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평등 경제를 주장하기가 무척 어렵다. 교회 안에선 더욱 그렇다. 평등의 이름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하는 순간 용공, 빨갱이, 종북, 좌빨로 몰린다. 반국가, 반기독교, 반교회적 존재라는 낙인을 얻기 십상이다. 자본주의와 기독교는 자유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평등을 추구하며,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없다는 단순한 이분법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이 남긴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합리적 사고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리스도인은 뒷걸음질을 치기보단 온유와 겸손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바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걸어가신 길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 경제에서 해방시킨 후, 40년에 걸친 광야 여정에서 평등 경제를 철저히 훈련시키셨다. 만나를 기적적으로 공급하시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꼭 한 오멜(약 2.2 리터)씩만 취하게 하셨다. 더 많이 거둔 사람에게선 추가분을 제거하고 모자라게 거둔 사람에겐 보충해 주셨다. 남은 만나를 내일을 위해 저장하면 썩어서 못 먹게 하셨다. 안식일에도 만나를 취하러 나가면 허탕을 치게 하셨다. 하나님은 경제적 평등이 기본적 필요인 먹거리 수준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전반에 실현되도록 다양한 율법을 제정해 주셨다. 특히 자유를 선포하는 희년 규정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리려면 토지사용권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셨다. 가난한 사람들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부자의 소유와 그 사용에 대해 일정한 법적 제한을 가하는 것이 부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리스도인이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을 배척하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저항해야 할 근거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하나님이 원하시는 평등 경제는 사회적 계층 간 불평등, 소유와 부의 집중 현상을 최대한 해소하는 데까지 나아간다(신17:17). 부자들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체 때문에 악인과 동일시된다(사53: 9). 이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자유롭게 펼쳐 가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충분히 그리고 그만큼만 누릴 수 있는 경제를 원하시기 때문이다(사65:21-22).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의 도래와 희년을 선포하심으로 평등 경제를 온몸으로 밀어붙이셨다. 초대교회와 사도 바울 역시 그 길을 걸어갔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도 노예 경제를 평등 경제로 바꿔 나가는 일에 온몸과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이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평등 경제의 기준을 잘 활용해 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길 기원한다.

박득훈 / 새맘교회 목사, 기독교대선행동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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