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기본 소득은 하나님나라 신앙과 부합"

한국 사회 양극화의 대안? 기독인이 본 '기본 소득'

최유리   기사승인 2017.03.12  18:08:14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기본 소득'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몇몇 대선 후보는 기본 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건 없이 기본 소득>(바다출판사), <시민 배당>(갈마바람) 등 기본 소득을 다룬 책도 출판되었다.

'기본 소득'은 무엇이고, 기독교인은 이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 희년함께(공동대표 김경호·남기업·방인성·벤 토레이·이대용)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용한 양식'을 주제로 3월 10일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 소득 공약을 설계한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와 교회 안 기본 소득제를 준비하는 이영재 원장(성경과설교연구원)이 각각 '기본 소득의 필요성과 적용 방안'과 '성경에 비추어 본 기본 소득'을 발표했다.

기독교 관점에서 '기본 소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논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국 사회 양극화 심화
사회 안전망 부족
'기본 소득' 실시하면
전체 가구 97% 수혜

'기본 소득'은 소득 수준이나 자산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전강수 교수는 한국 상황을 설명하면서 기본 소득을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불안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모든 국민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획기적인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한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 청년들의 취업은 점차 어려워지는데, 한국 상위 10%에게 소득이 몰려 있다. 부동산 소득도 불평등에 한몫하고 있다. 전 교수는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양극화에 대비할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다.

그가 설계한 기본 소득 형태는 이렇다. 일단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 지급한다. 대신 지역 소상공인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상품권을 준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 상품권이기 때문에 기본 소득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배당 종류는 △생애 주기별 배당 △특수 배당 △토지 배당 세 가지로 나뉜다. 생애 주기별 배당에는 아동(0~12세) 배당, 청소년(13~18세) 배당, 청년(19~29세) 배당, 노인(65세 이상) 배당이 있다. 생애 주기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국민에게는 1인당 매년 100만 원을 지급한다.

특수 배당은 장애인과 농민에게 매년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계층이므로,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 토지 배당은 '국토 보유세'를 신설해 땅 주인에게 토지 소유 규모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한 뒤, 모든 국민에게 매년 30만 원을 주는 것이다. 전 교수는 토지를 공유 자산으로 보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 소득이 실시되면, 전체 가구의 97%가 순 수혜를 누린다고 강조했다.

전강수 교수는 한국 사회에 왜 기본 소득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 가지 배당을 정착하는 데 드는 예산은 약 43.5조 원으로 보고 있다. 전강수 교수는 재원 확보로 다섯 가지 방식을 소개했다. △국토 보유세 도입(15.5조 원) △초고액 소득자 소득세 강화(2.4조 원) △조세 감면 제도 개선(5조 원) △재벌 및 대기업 법인세 강화(15조 원) △중앙정부의 재정 관리 강화(30조)로 총 67.9조 원을 걷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정 관리 강화'는 불필요하게 사용하고 있거나 새어 나가는 재정을 찾아 예산을 확보하다는 정책이다. 전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에 22조 원을 퍼부었고, 자원 외교로 100조 원을 썼다. 이런 부분만 잡아도 예산 마련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강수 교수는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하는 기본 소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토대가 될 것이다. 사회 전 영역에서 힘의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착취와 고통도 크게 줄어들 거라고 본다. 아울러 특권 이익의 환수로 불평등이 완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토지 특권 이익을 환수하면 부동산 투기가 차단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경적 '기본 소득'
교회가 먼저
공동체에 실시해야

이영재 원장은 기본 소득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일환으로, 성경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고 모든 생물의 관리자로 삼았다. 사람의 사명은 모든 생명이 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관리하고 보살피는 데 있다. 하나님은 사람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보장했다. 시편 65장, 마태복음 6-7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나님나라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굶어 죽거나 멸종하는 일이 없다. 모두 생육하고 번성한다. 이 점에서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은 하나님나라 신앙과 잘 부합한다."

기본 소득의 근거는 신약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비유다. 이영재 원장은 아침 9시에 온 인부나 오후 5시에 온 인부나 동일한 품삯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예수가 가족을 먹일 수 있는 하루 품삯을 누구나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영재 원장은 현재 교회에서 기본 소득 제도를 실천하려고 준비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는 하나님나라의 지상 표현인 '교회'가 기본 소득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에 기본 소득은 시기적절한 운동이라고 했다. 신명기 15장은 하나님의 자녀가 주님의 명령을 지키면 마침내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영재 원장은 국가가 당장 기본 소득을 시행하지 못해도, 교회가 먼저 공동체에서 기본 소득을 시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영재 원장이 담임하는 전주화평교회도 최근 기본 소득 운동을 시작했다.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는 "교회 내에서 기본 소득을 위한 헌금을 정기적으로 걷고,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어 교인 또는 동네 주민에게 기본 소득을 주면 어떨까. 위원회가 기본 소득의 장점을 자료로 만들고 국가나 지방자치제가 실시하도록 권유해도 좋겠다. 이 제도를 노회나 총회 단위로 확대해 기본 소득을 실시하면 국가가 나서는 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등급 시민' 만들지도
사회 갈등 섬세히 다뤄야
선별적 복지보다
중장기적 도움 클 것

이후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가 두 사람의 발표를 토대로 기본 소득에 대해 질문했다. 김근주 교수는 생애 주기별 배당에서 제외되는 30~64세 국민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지적했다. 

"만약 직장을 다니는 29세 청년과 실직한 30세 청년이 있다고 해 보자. 노동 유무와 관계없이 나이별로만 기본 소득을 준다고 하면, 30세 이상 실직 청년은 기본 소득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다른 의문점도 있었다. 김 교수는 "우파도 기본 소득을 지지한다. 기본 소득이 있으면, 다른 복지 서비스는 줄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 소득을 운영하면 다른 복지 서비스가 감소되고 축소되는 것 아닌가", "기본 소득에만 의존하면 노동계에 팽배한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는 동기부여가 줄어들지 않을까. 자칫하면 기본 소득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국민에게 주는 기본 소득으로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를 2등급 시민으로 상정할 것을 우려했다. 기본 소득을 둘러싸고 사회 문화적으로 발생할 갈등을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강수 교수가 제시한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 확보' 항목에서 '재정 관리 강화'(30조)가 기본 소득을 위해 마련한 재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산안(43.5조)의 절반이 넘는다.

양 대표는 "재정 관리 강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재정 관리를 강화해 재원을 확보하면, 복지계에서는 부족한 복지 비용을 충당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노동계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쓰자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정 관리로 생긴 금액을 기본 소득에 최우선으로 쓰는 것에 설득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근주 교수와 양희송 대표가 발표 후 질문을 던졌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이에 전강수 교수가 답했다.

"우리가 시도하는 기본 소득은 완전한 제도가 아니다. 일단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 보는 시스템이다. 생애 주기별로 보면, 30~64세 성인은 다른 나이대보다는 안정적이다. 그래서 일단은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시스템이 정착되면 30~64세 사람들에게도 지급하는 게 맞다. 또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기본 소득을 실시하면 현재 하고 있는 복지 시스템이 삭감될 거라는 거다. 아니다. 복지와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파가 지지하는 기본 소득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재원 관리 부분도 언급했다. 재원으로 확보된 총 금액 67.9조 원을 모두 '기본 소득'으로 다 쓰는 것이 아니라, 그중 43.5조 원만 쓴다고 했다.

"복지계는 기본 소득 제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 점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기본 소득 대신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는 게 가난한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도 묻는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선별적 복지는 납세자와 수혜자가 불일치한다.

반면 기본 소득 제도는 납세자와 수혜자의 일치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중산층이 세금을 부담하겠다고 동의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선별적 복지보다는 기본 소득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