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주기. 탈핵(脫核)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3월 11일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 11일은 시민단체들에게 중요한 날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도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일본 사례를 교훈 삼아 노후 핵발전소는 폐기하고 신규 핵발전소도 짓지 말자고 주장해 왔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알리고, 광화문과 종각 일대를 도는 탈핵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정의당·녹색당·노동당 등의 정당을 포함해 환경연합·녹색연합·아이쿱생협, 한살림·YWCA·하자작업장학교 등 여러 단체가 함께했다. 경주·영덕·밀양·삼척·영광·울진·대전에서도 참석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주기를 맞아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행사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평화를 상징하는 나비 모양 종이를 든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한 손에는 나비 모양 종이를, 한 손에는 '월성 1호기 즉각 중단하라', '수명 끝난 노후 원전 폐쇄하라', '모든 핵에 반대한다', '후쿠시마를 잊지 말자', '핵 싫어 해 좋아', '후쿠시마 사고는 남의 나라 비극이 아니다'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적힌 '탈핵 가방'을 착용한 젊은이들, 어린아이 손을 잡고 나온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지방에서 핵발전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주에서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로 활동하는 황분희 부위원장이 무대에 섰다. 황 부위원장은 종이로 된 나비 모양을 붙인 흰 소복을 입고 발언했다. 그는 핵발전소가 없어도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에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제는 탄핵하고 탈핵해야 한다. 우리는 월성 핵발전소 인근에 살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서울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만큼 원전 가까이서 사는 주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자기네들 이익만 생각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도대체 핵발전소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5.8 규모의 경주 지진 이후로 핵발전소 4개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지만 전기가 모자라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월성 핵발전소를 모두 가동했다. 누구를 위해 돌린 것인가. 국민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면 이제 핵발전소는 멈추어야 한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황분희 부위원장. 뉴스앤조이 최유리

대전에서 거주하는 김은별 양도 발언했다. 김 양은 대전 원자력연구원이 올해 7월부터 진행한다고 밝힌 '파이로프로세싱'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폐연료봉을 잘게 부수고 그 안에 있는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는 재처리 방식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세슘 등 위험한 방사성 물질들이 나온다고 한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시도했다가 포기한 기술이다.

그런데 원자력연구원은 대전 시민에게 실험이 안전하고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원자력연구원이 방사능 폐기물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게 알려졌다. 나는 안전하게 살고 싶다. 왜 목숨을 건 전기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바람과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감히 미래 세대를 대표해 말하자면, 우리는 생명을 담보로 한 전기를 쓰고 싶지는 않다."

이번 퍼레이드는 볼거리가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발언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줄지어 행진했다. 이번 탈핵 퍼레이드에는 유독 볼거리가 많았다. 손팻말을 들고 구호만 외치는 기존 퍼레이드와는 달랐다. 해바라기 가면을 쓴 참가자들, 화려한 나비 모양 날개를 멘 청소년들, 황새·삼두매·외눈박이 탈을 쓴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망각'을 지적하는 형상물도 있었다. 흰 가면과 검은 옷을 착용한 참가자들이 검은 천을 들고 서 있었다. 사람들 중앙에는 3m가량의 '망각 대왕'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 퍼포먼스는 아이쿱생협에서 준비했다.

아이쿱생협에서 나온 한 참가자는 "망각 대왕이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잊으라고 이야기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망각수'를 뿌리며 잊으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망각 대왕을 둘러싼 나비들이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검은 천 위에 세월호, 일본군 '위안부', 가습기, 후쿠시마가 적힌 노란 스티커를 붙인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퍼포먼스다"라고 설명했다.

퍼레이드에 나온 형상물은 모두 핵발전소와 관련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실을 잊어버리라는 망각 대왕, 사고 난 원전을 청소하는 외눈박이, 시민단체가 중단을 요구한 노후 원전, 핵발전소 대신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기 원하는 삼두매·나무 정령·황새·돌고래가 행렬에 함께했다.

퍼레이드 곳곳에서 뮤지션들이 음악을 선보였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흥겨운 음악도 준비돼 있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서아프리카 출신 뮤지션, 국악팀이 퍼레이드 내내 음악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환호하고 춤을 추었다. 탬버린을 흔들며 즐겁게 행진을 이어 갔다.

참가자들은 핵발전소 폐쇄를 염원하며 행진에 동참했다. 노동당에서 당원으로 활동하는 20대 남성은 "오늘이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6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도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줄이기는커녕 확대해 가고 있다. 핵발전소를 폐쇄할 수도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핵발전소만 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가능성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못 박아 두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오늘 '모든 핵에 반대한다'라는 큰 팻말을 만들어서 나왔다"고 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단체 활동가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나온 활동가는 "핵발전소를 늘려 가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활동가로서 또 아이 엄마로서 핵발전소 있는 사회가 너무 우려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80년 넘게 살 텐데 지금보다 더 환경문제에 노출될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안전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위험한 핵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를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적은 팻말을 목에 걸고 나온 20대 여성. 그는 탄핵은 됐지만 세월호나 탈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팻말 뜻을 설명했다. 그는 "이제까지 밀양에 서너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 참가했다. 오늘 사람들과 함께 행진하니 힘을 많이 얻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즐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신나게 춤추고 구호 외치며 핵발전소 문제를 알릴 수 있어 재미있다"고 했다.

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핵발전소가 폐쇄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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