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 다가온다. 부활절이 되면 계란을 나누어 주면서 그것을 소재 삼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는 것은 오랜 교회의 전통이다. 이 부활절 계란의 전통은 사실 고대 이교도 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들은 계란을 성스러운 상징으로 사용했었는데 이런 이교도 전통이 기독교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부활절 계란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탄절과 관련된 여러 상징들의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 예를 들어 성탄절에 사용되는 트리, 둥그런 나뭇잎 장식, 촛불과 같은 것에도 이교도적 유래가 있어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주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천 장식이 된 십자가는 '마리아의 십자가'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이러한 주장들에 담겨 있는 순수한 열정에 고마움과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사실 우리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잘못된 신앙 행태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것들이 성경적인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혁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항상 개혁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주장이 근거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이미 이교도에 의해 사용된 바 있다. 따라서 이교도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골라 보라고 한다면,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예전에 이교도가 미신적인 행위를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크리스천이 결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면,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크리스천이 이교도가 사용한 것을 피하고, 그들이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만 찾아다닌다면,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근본주의적 태도의 문제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적으로 오염된 상태일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우리의 과제는 오염되지 않은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기보다, 이교도들에게 빼앗겼던 것을 다시 찾아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교도는 하나님을 배반하는 방법으로 계란을 사용했지만, 우리는 계란을 다시 원래의 목적으로 돌려놓을 책임이 있다. 우리는 계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기도 하고, 계란을 깨고 생명이 나오는 이미지를 통해 부활의 이야기를 전하는 화두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극기가 어떤 한 집단에 의해 자신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적이 있어서 그들의 주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태극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태극기는 어느 한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슴이 뜨거워져야 할 상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교도가 한 번 사용했다고 해서 크리스천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크리스천은 더욱 적극적으로 잘못 사용된 것을 바로잡고 선한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기타와 드럼도 술집에서 사용되고 퇴폐와 향락을 위해 사용된 바 있지만, 크리스천은 이것들을 하나님을 예배하는 도구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전통 가락이 향락을 위해, 사용되고 심지어 굿을 하는 데 사용됐지만, 크리스천은 그 가락을 이용해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뿐 아니라 한때 일본 군가로 사용되었던 가락이 찬송가에 편입돼 하나님을 찬양하는 곡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것은 경악할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다. 미국 크리스천은 '아리랑' 곡조에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사를 붙여 찬송가에 넣기도 했다. 크리스천은 이 세상 문화를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패배자가 아니라 이 세상 문화를 정복해 하나님께 전리품으로 드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이루어지는 여러 전통이나 상징이 복음의 본질을 나타내기보다 오히려 복음을 왜곡한다면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부활절에 토끼가 등장하거나 성탄절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것은 잘못된 문화다.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교도들이 사용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교회 내에서 금해야만 한다면 무엇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크리스천은 이교도가 사용했다는 이유로 화폐도 거부해야 하는가. 짐승이 이교도 제사로 사용됐다면 고기도 먹지 말아야 하는가. 노래는 또 어떤가.

바울 사도는 이교도가 제사로 사용한 고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일에 대하여는 우리가 우상은 세상에 아무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고전 8:4) 이러한 원칙은 단순히 고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이 세상 문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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