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라고 했죠? 방금 탄핵이라고 말한 거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핸드폰 화면으로 이정미 헌재법재판소장대행의 탄핵 결정문을 듣던 유민 아빠가 상황을 물었다. 세월호 가족을 둘러싼 시민은 "탄핵이다, 대한민국 만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를 외쳤다. 세월호 가족들은 환호하면서 오열했다.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팻말 뒤로 얼굴을 감췄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인 헌재 앞. 큰 건우 아빠, 애진 아빠, 유민 아빠, 영석 엄마 등 세월호 가족 40여 명은 안국역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귀를 기울였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대폰으로 생중계를 봤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정미 헌재소장대행이 탄핵 인용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할 때면 박수를 쳤다. 묘한 긴장감이 헌재 앞을 뒤덮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은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나올 때, 세월호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고개를 숙이고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닦았다. 침묵과 함께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은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중요한 소식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파면한다"는 말이 들리자, 시민들은 세월호 가족들을 얼싸안았다.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건넸다. 하이파이브하는 시민도 있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호응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합니다, 3년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갔어요"라며 인사했다.

김광대 씨는 국민들에게 "분노하며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현장에서 만난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큰 건우 아빠 김광대 씨는 "세월호 가족은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제 탄핵을 시작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관련자들 처벌이 순차적으로 돼야 합니다. 우리는 다음 정부 때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믿어요.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우리는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도 세월호 상황을 지켜보면서 함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인양 문제를 포함한 진실 규명 문제가 남았어요. 416가족협의회는 전국을 다니면서 팩트를 알리고 있습니다. 함께하고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분노하는 마음으로 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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