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와서 보니까 어떠세요? 그때와는 많이 다르죠? 처참하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사단법인 '내일을여는집'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를 3월 8일 찾았다. 기자를 맞이한 김영민 센터장은 최근 화재 사고가 난 내부 현장을 보여 줬다.

취재차 방문했던 지난해 11월과 달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내부는 깜깜했고, 손전등 없이는 코앞도 볼 수 없었다.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천장과 벽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잿더미가 가득한 내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천장에는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났다. 바닥에는 불에 타고 남은 센터 소개 책자와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김 센터장 말대로 처참했다.

3월 1일 계양구재활용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원인은 누전이었다. 이웃 주민 신고로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사고 당시 대로변에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고 회상했다. 직감적으로 '크게 사고가 났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마는 1층짜리 건물을 삼켰다. 내부에 전시돼 있던 전기 제품, 책, 의류 모두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김영민 센터장은 "화재 사고로 불타거나 물건에서 매캐한 냄새가 난다. 손님들에게 팔기는 어려울 거 같다. 이 중 괜찮은 옷이 있다고 해도, 다시 팔려면 세탁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더 든다. 피해는 옷뿐만이 아니다. 책이며 지하에서 파는 전기 제품도 사용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화재로 피해 본 금액은 5,000만 원가량이다. 화재보험을 들긴 했지만 전액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화재로 건물 전체가 피해를 보거나 붕괴될 때만 전액 보상해 주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화재로 센터 내부 인테리어만 훼손된 상태다.

16년간 노숙인의 재활을 도운 센터에 화재가 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16년간 노숙인 450명 도와
화재 복구 위한 기금 모금
월세·인건비, 보수공사로 사용

계양구재활용센터는 화재 복구를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내부가 불타 센터를 재오픈하기 위해서는 보수 공사를 준비해야 한다. 센터 직원들에게 줄 월급도 필요하다.

계양구재활용센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노숙인 자활을 도왔다. 직원 10명 중 7명이 노숙인이다. 해인교회(김영선·이준모 목사)는 2001년, IMF로 실직한 교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센터를 시작했다. 실직했던 교인들이 하나둘 일자리를 찾아 나서자, 센터는 자활을 원하는 노숙인의 일터가 되었다. 교회가 운영하는 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중,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와서 일했다. 직접 센터에서 물건을 판매하거나 가전제품을 수리했다. 연평균 25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노숙인 450여 명이 거쳐 갔다.

직원들은 짧게는 20일, 길게는 5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김영민 센터장은 "보수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보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하다. 보수 기간에도 나와서 일하면 월급을 줘야 하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다. 월세도 매달 350만 원이 나간다. 월세와 월급을 포함하면 월 1,100만 원이 지출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센터장은 계양구재활용센터에 관심을 가져 달라 부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센터가 노숙인들의 재활에 힘쓴 것처럼, 잘 복구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김영민 센터장은 화마를 겪은 센터를 기억하고 기도해 달라고 했다. 현재 센터는 복구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후원 계좌: 농협 301-0025-4562-91(내일을여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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