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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이 남긴 또 다른 그룹, 아나뱁티스트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에서 맛보는 재세례파의 역사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3.06  19: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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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KAP)은 또 다른 의미에서 종교개혁을 이어 간 사람들의 기록이다. 500년 전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채교회에 '95개조 논제'를 붙였을 때부터 시작된 종교개혁. 이 책을 통해 당시 '구교'와 '신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제3의 길'을 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월터 클라센(Walter Klaassen)은 메노나이트 목사 가정에서 태어나 그레벨대학교에서 아나뱁티즘(Anabaptism) 역사를 가르쳤다.

한국교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나뱁티즘. 부모의 신앙고백으로 받는 유아세례를 거부하고,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의 의지로 다시 세례받는다 해서 '재세례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은 아나뱁티스트가 수많은 개신교 교단 중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 단순히 한 '교파'가 아닌 자신들이 믿는 바를 삶으로 증명하려던 사람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출판부가 냈다. 책을 번역한 김복기 총무(KAC)는 약 20년 전 다른 공부를 위해 캐나다를 찾았다가 메노나이트교회를 알게 됐다. 이후 메노나이트 계열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메노나이트 교단에서 목회자로 살았다. 지금은 캐나다 메노나이트교회 파송 선교사로, KAC 총무 일을 하며 한국에서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김복기 총무를 3월 2일 춘천 KAC에서 만났다. 그는 총무나 선교사라는 직함 대신 '형제'라는 단어가 더 편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를 만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궁금한 점에 대한 답을 들었다. 김 총무는 아나뱁티즘 전반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했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김복기 총무는 캐나다 메노나이트교회 파송 선교사다. 그는 한국에서 교회 개척을 준비하며 아나뱁티스트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 아나뱁티즘, 메노파? 형제파?

책은 아나뱁티스트가 당시 사회에서 얼마나 비정상적인 사람들이었는지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나뱁티스트'는 16세기에 있었던 어떤 그리스도인들을 일컫는 별칭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다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라는 의미였다. 16세기 기독교 사회를 표방했던 유럽에서 이보다 더 비난받는 이름은 없었다. 원수와 적들은 아나뱁티즘을 유럽의 종교와 사회 제도를 폭력적으로 파괴하는 아주 위험한 운동으로 여겼다. 아나뱁티즘은 아주 기괴하고 반사회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아나뱁티스트들의 신앙은 악마가 조종하고 있는 이단으로 간주되었다." (27쪽)

가톨릭에서 이제 막 종교개혁이 시작됐을 때다. 아나뱁티스트는 당시 '루터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루터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김복기 총무는 아나뱁티스트를 "철저한 종교개혁을 추구한 사람들이다. 워낙 박해를 많이 받아 사라진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렇지 않다. 몇 백 년 이주를 거듭한 끝에 결국 캐나다와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아나뱁티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메노나이트'를 떠올린다. 메노나이트는 순례 복음 사역자로 활동하기 위해 가톨릭 사제복을 벗어 던진 메노 시몬스(Menno Simons)를 따르는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다. 메노나이트 외에도 아나뱁티스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대로 재산 공유를 실천한 후터라이트. 하나님 안에 우리 모두 한 형제자매를 주장한 스위스 형제단, 가장 늦게 생겨난 브루더호프 모두 아나뱁티즘으로 분류한다.

2. 아나뱁티즘은 율법주의?

미국 동부 지역에서 모여 사는 아미시(Amish)도 아나뱁티즘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고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 컴퓨터와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미시의 삶을 보면 현대 사회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나뱁티스트로 살려면 지켜야 할 것이 많다고 느껴진다. 지켜야 할 규율이 많다는 점이 '율법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아나뱁티즘에 대한 주된 비판 중 한 가지는 아나뱁티즘이 율법주의라는 것이었다. 루터는 수도원이 다시 부활한 것이라며 아나뱁티즘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처음부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루터에게 율법과 복음은 사상의 기본 범주였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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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라센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루터가 벗어 던진 율법주의가 아나뱁티스트 사이에서 다시 부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복기 총무는 구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율법주의 논란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루터가 비판한 것처럼 고행을 한다고 해서 구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유익은 분명 있다. 아나뱁티즘에서는 '구원'을 완성된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본다. 아나뱁티스트들은 협소한 표현인 구원 대신 '제자도'라는 표현을 쓴다. 구원받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고방식, 생각의 변화뿐만 아니라 삶이 변화하는 통전적 변화를 요구한다. 아나뱁티스트는 믿음을 '고백'했다고 해서 신자로 보지 않는다."

3. 아나뱁티즘은 급진적이다?

아나뱁티스트를 묘사하는 또 하나의 형용사는 '급진적(radical)'이다. 번역자에 따라 급진적, 본질적, 근원적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단어를 쓰는 것은 현대 교회 모습과 아나뱁티즘이 추구하는 교회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 / 월터 클라센 지음 / 김복기 옮김 / KAP 펴냄 / 224쪽 / 1만 3,000원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목회자를 대하는 교회의 모습이다. 아나뱁티스트 교회는 목회자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지 않는다. 성서를 해석하고 설교하는 행위를 목회자가 독점하지 않는다. 평신도여도 누구나 설교할 수 있다. 개인이 성경을 묵상하고 읽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읽고 나눴는지, 공동체가 이 말씀을 붙들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함께 결정한다.

"아나뱁티스트들에게는 특별하게 여길 거룩한 사람이 없다. '회중과 구별된 성례 집전자'는 말씀을 분명하게 선포해야만 했다. 또한 '사제복이나 가운'을 입지 않고 평범하게 회중을 섬겨야만 했다." (51쪽)

김복기 총무는 같이 읽고 같이 나누는 전통이 아나뱁티스트가 가진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 목사님이 성서 해석하고 선포하는 식의 설교는 없다. 내가 시무하는 교회도 말씀을 들은 뒤 말씀에 대한 반응, 느낀점 등을 온 교인과 함께 나눈다. 목회자가 말씀을 독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4. 제3의 길, 아나뱁티즘

책 제목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처럼 아나뱁티즘은 꾸준히 제3의 길을 걸어왔다. 율법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지만 교회 공동체 회복을 이야기하고, 예수님 삶이 담긴 복음서를 강조하는 듯하지만 구약의 중요성도 말한다.

김복기 총무는 '비커밍(becoming)'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뒀다. 아나뱁티스트란 "확정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그리스도를 본받아 만들어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완성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나뱁티스트다. 그러기 위해서 고행은 아니지만 훈련하고 수행해야 한다. 때로는 세속과 분리된 삶에 머무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세상을 떠나라는 건 아니다. 세상에서 수행하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둘 중 하나의 답을 요구한다. 세속에 남든지 떠나든지, 예수를 제대로 믿든지 말든지. 선택을 하라는 건데, 이런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행위와 믿음 두 가지로 딱 떨어지게 나눠서 질문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그 질문은 자신이 믿는 바를 확인하거나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아나뱁티스트가 얘기하는 '제3의 길'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길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목표다. 아나뱁티스트의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것'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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