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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 "장소 겹쳐서 탄핵 반대 집회로 오해받아"

3·1절 구국 기도회 해명·사과…"순수한 기도회, 그러나 공산주의는 안 돼"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03.06  17: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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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사진 왼쪽)가 3월 1일 구국 기도회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가 광화문에서 3·1절 구국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에 합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보수 기독교계가 탄핵 반대 세력 최후의 보루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입장에서, 자칫하면 기독교 전체가 싸잡혀 욕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기총은 "신앙 선배들의 순수한 신앙을 기리고, 국정 안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탄기국(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은 3월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기독교 단체, 대한민국의 대형 교회가 대부분 참여한다. 기독교 교회가 모두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고 알렸다. "삼일절 탄핵 반대 집회에 기독교가 앞장선다"는 문자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구국 기도회에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볼 수 있는 성조기, 박근혜 대통령,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등장했다. 기도회 현장은 탄기국 관계자들이 통제했다. 기도회를 주최한 한기총 관계자들은 오히려 2선으로 물러났다. 마치 탄기국이 기도회를 이끄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기도회가 끝난 뒤에는 같은 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교계 안팎으로 3·1절 구국 기도회는 탄핵 반대 집회 '사전 행사'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회 지도자, 정치 개입하면 안 돼 
북한 공산 독재 정권 지지 용납 못 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구국 기도회에 교인 2만 명을 동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입을 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1절 구국 기도회에 교인 2만 명을 동원했다. 이 목사는 3월 5일 일요일 예배 시간, 교인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불편을 끼쳤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번 기도회에서 단 한 번도 정치적 구호가 나온 적이 없는데, 장소가 겹치다 보니 정치적 집회라는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다시 한 번 '순수한' 기도회였다고 강조하면서 "교회 지도자와 교회가 민감한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정당 입장이나 노선에 서서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되고, 하나님 말씀에 굳게 서서 사회 갈등을 봉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앞으로 외부 기도 집회는 더욱 신중을 기해 오해가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그러나 공산주의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모든 교회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북한 공산 독재 정권을 지지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이 내 개인 신앙의 입장이고, 우리 교회 입장이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아멘을 외치며 손뼉을 쳤다.

이영훈 목사는 6일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3월 1일 구국 기도회는 정치적 집회가 아니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에서 "한기총·한교연이 기도회를 마치고 2시부터 탄기국의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실무 책임자에게 정치적 집회와 무관한지 수차례 확인했고,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 빚어졌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한교연 기도회는 사실상 친박 집회였다", "태극기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했다"는 등의 비판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탄기국 협조로 광화문에 무대 마련 
교인들 "탄핵 반대 위해 기도회 참석"

이영훈 목사는 "(탄기국과) 장소가 겹쳐서 정치적 집회로 오해받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영훈 목사의 입장 발표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장소를 구하지 못해 광화문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날 광화문은 탄기국이 이미 집회 장소로 신청한 곳이었다. 그런데 한기총은 같은 장소에 억대 돈을 들여 무대를 설치했다. 이 역시 탄기국 측 협조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예배당이나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교회 지도자와 교회가 민감한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현안마다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왔다. 대표적으로 사드 배치,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찬성 등을 들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이 국회에 제안한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민감한 정치 문제에 누구보다 깊이 관여해 왔다.

이영훈 목사는 이례적으로 5일과 6일 연달아 입장을 발표하며 탄핵 반대 세력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한기총이 '순수한' 기도회를 계획했다고 해도 실제는 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구국 기도회 참석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자가 만난 교인들은 하나같이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기도회에 나왔다"고 말하며 이어진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가했다. 이들은 "촛불 뒤에는 주체사상,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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