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심판을 앞두고 제16차 탄핵 반대 집회가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헌재가 탄핵 인용하면 가만 안 있을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맞서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신앙인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헌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김명숙 씨(가명·55)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3월 4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김 씨는, 진짜 문제는 최순실이 아닌 국회와 전교조라고 했다. 또 언론의 거짓 선동 탓에 아무 잘못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를 입었다며 신앙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플래카드 문구만큼이나 몸에 두른 망토도 독특했다. 김 씨의 망토에는 태극기를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권한대행, 김진태 의원,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이 박혀 있었다. 김 씨는 "부산에 살지만 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탄핵이 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사람들로 북적했다. 서울시청 일대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물결을 이뤘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군가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기독교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수가 박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합성 그림도 등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성 두 명은, 호수 위에 서 있는 예수가 물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그림이 들어간 플래카드를 들었다. 그림 바로 옆에는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강하고 담대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부끄럽다며 응하지 않았다.

태극기 집회에는 주로 장·노년층이 참석한다. 상대적으로 20~30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회 청년이라고 소개한 김주성 씨(25)는 지금까지 탄핵 반대 집회에 6~7번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많은 사람이 촛불로 갔다고 생각한다. 배후에는 친북 세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태극기를 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스피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자는 구호와 탄핵이 각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금부터 '탄핵 기각'이라는 표현 대신 '탄핵 각하'를 사용하자. 헌재가 3:5로 탄핵을 기각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말이다. 탄핵 기각은 절대 안 된다. 탄핵을 찬성하는 의견이 30% 나오는 순간 (대통령은) 죄인이 되는 것이다.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탄핵 기각'이라고 하지 마라. '탄핵 각하', '변론 재개'를 외쳐 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김 변호사 말에 환호하며 '탄핵 각하'를 외쳤다.

성조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탄핵과는 무관한 "민주노총, 전교조 등 종북 세력을 쓸어버리자"는 구호도 심심찮게 나왔다.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배후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권을 찬탈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우리 태극기가 배후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통진당 잔당 세력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인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고 했다.

바른정당을 비난하면서 응징해 달라고도 했다. 조 의원은 "배신의 정당 바른정당 김무성과 유승민은 뭐했는가. 탄핵이 인용될 거라고 했는데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닌가. 배은망덕한 정당을 여러분이 처벌해 달라"고 했다.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언급했다. 정 대변인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했는데 반응이 없다. 인명진에게 최후통첩한다. 우리 태극기를 무시하면 그날로 자유한국당을 떠날 것이다. 우리가 새누리당 당명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환호하며 "인명진 아웃"을 외쳤다.

정 대변인은 "만약 헌재가 3월 10일 선고를 내리면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열 것이다. 주변 사람 5명씩 모아서 가자"고 말했다.

대형 현수막에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고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 현장 곳곳에서 기독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태극기 집회에는 주로 장·노년층이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시청 일대는 집회 참가자들로 북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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