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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 없었던 국가조찬기도회

[인터뷰] 정성진 목사 "탄핵 당연하다 했다가 거센 항의받아…불편부당하려 노력"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03.02  15: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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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정성진 목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올해 (사)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채의숭 회장)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했다. 매년 한 차례 대통령을 초청해 기도회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앞둬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도사' 출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대신 섭외했지만, 이번에는 설교자가 문제였다. 대통령도 불참하는 데다가 사회 분위기상 나서려는 이가 많지 않았다.

채의숭 회장은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를 찾아가 설교를 요청했다. 정 목사는 대형 교회를 담임하면서도 개혁적인 행보를 이어 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교회 16개를 분립 개척했다. 내년에도 교회를 분립할 예정이다. 임기제를 만들어 6년마다 신임을 받았고, 원로목사 제도도 폐지했다. 정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 설교를 맡는 대신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관례상 설교자가 국가조찬기도회에 해 왔던 기부를 하지 않겠다 △용비어천가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성진 목사는 3월 2일 국가조찬기도회 단상에 올랐다. '사방에 욱여쌈을 당할 때'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정 목사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여당·야당이 아니라 예수당이다. 하나의 의견과 하나의 관점을 진리라고 외치는 세상에 휩쓸리면 안 된다. 오직 진리는 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 목사는 "교회는 마음 둘 곳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소망의 빛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 도피성과 같은 생명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목사들은 강대상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강대상에서 제발 정치인이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적이고 시원한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이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와는 확연히 달랐다. "하나님의 일꾼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김삼환 목사), "여성으로서 미와 덕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신다"(소강석 목사) 등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발언이 전혀 없었다. 기자는 국가조찬기도회가 끝난 직후 전화로 정성진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정 목사와의 일문일답.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설교자로 내정된 후 "대통령 탄핵은 당연하다"고 한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 때문에 많은 항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아주 많이 혼났다.(웃음) 그 발언 때문에 국가조찬기도회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목사님, 재판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설교할 때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소셜 미디어에서 목사님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됐고, 이와 함께 "문자 폭탄을 날리자"는 메시지가 돌았다.

말 그대로 문자 폭탄을 받았다. 전화기가 불나서 바꿔야 한다.(웃음) 나는 괜찮은데 교회에서 난리가 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까 경호원을 붙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더라. 괜찮다고 했다. <뉴스앤조이>가 내 말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됐는데, 교인 중에는 <뉴스앤조이>를 욕하는 이도 있었다. 애먼 걸 써서 내가 욕먹게 됐다고.(웃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나라가 갈라져서 싸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하다.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용비어천가' 설교는 하지 않았다. 교회를 향한 쓴소리도 했는데.

불편부당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단순히 메시지만 던지는 게 아니라 교훈도 주고 싶었다. 신앙인들은 하나님만 바라봐야 한다. 왜 이편저편을 드는가. 지금 교회는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싸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목사들이 사람을 가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할 때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3월 1일 구국 기도회에서 한기총, 한교연 관계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잠잠하던 보수 연합 기구가 3월 1일 광화문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 '순수한' 기도회라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탄핵 반대 집회 사전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쪽은 말릴 수가 없다. 참으로 불행한 거다. 누가 우리 말을 듣는가. 한쪽에 가 있는데… 불행한 거다. 의식이 깨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국민을 선도할 수 있겠는가.

-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신앙인들은 "나라가 있어야 교회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은 종북 세력이거나, 세뇌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촛불을 든 시민을 다 '종북'이라 하고, 반대로 태극기 든 노인을 다 정신이 없다고 비하하면 안 된다. 그리고 국가는 하나님이 지키는 거지, 이편저편에 들었다고 해서 나라가 지켜지는 건 아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절대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 설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황금만능주의와 교회 대형화다. 회개하고 회개해야 한다. '대형'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나눔이 없는 대형이 나쁜 거다. 나누지 않고 키우기만 하는 건 탐욕이다. 좋은 일을 교회가 해야 한다. 물질을 나누고, 교회도 나눠야 한다.

- 지금까지 교회를 16개나 분립 개척했다. 내년에 또 분립한다고 들었다.

3월 5일 착공 예배를 한다. 재적 인원 3,000명이 분립하는 교회로 나갈 예정이다. 나는 2019년 조기 은퇴한다. 두 교회 후임 목사는 내년 후반기에 뽑는다.

- 일각에서는 대형 교회 분립 개척을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목회하는 중·소형 교회 목사들은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웃음) 모든 걸 시비 걸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본다. 적당히 지원해서 부목사들 내보내면 상가 교회만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다 죽는다. 미자립 교회만 양성하게 되는 꼴이다.

작은 교회 체제로 가면 한국교회는 망한다. 우리 교회는 현재 125개 작은 교회를 돕고 있다. 이 중 1개 교회만 100명대로 올라가고 있다. 나머지는 안 된다. 말 그래도 개척 성장 1% 시대다. 토양 자체가 그렇다. 이대로 가면 함께 가라앉는 일만 남는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작은 교회는 자기들만의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다. 큰 교회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큰 교회는 무조건 작은 교회에 대한 마음을 갖고, 돕고 같이 살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내년에 한 번 더 분립한다. 정성진 목사는 2019년 조기 은퇴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쪽 스탠스만 취하고 살아가는 건 쉽다. 우리 모두 통시적인 시각을 갖는 게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회를 살고 있다. <뉴스앤조이>도 다른 한쪽 시각을 키워야 균형 잡힌 보도를 할 수 있다. 나는 <뉴스앤조이>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데, 일부에서는 '좌빨'로 본다. 지식인층과 생각 있는 젊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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