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수 김목인, 시와, 황푸하가 함께하는 '집에 가자'. 미수습자 엄마들은 3년간 팽목항에서 줄곧 이 짧은 말을 해 왔다. 4월 5일 디지털 앨범 발매에 이어 4월 7일 오프라인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가수 시와, 황푸하, 김목인이 프로젝트 앨범 발매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세 사람은 싱어송라이터로 평소 앨범 작업을 도와주던 사이다. '집에 가자'는 지난 1월 말 팽목항에 다녀온 황푸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팽목항에는 팽목항에서 생성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추모'라는 말도 불편해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시와는 미수습자 가족 이야기를 이해하고 담으려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사에는 떠난 이를 추모하기보다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주로 담았다. 시와는 "장기 실종 아동 가족들을 만난 적 있다. 20~30년 전 일이어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수습자 가족들도 당연히 그럴 것 같다. 말 하나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가자'는 철저하게 미수습자와 그 가족의 상황을 더 널리 알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참여한 음악가들이 앨범을 준비하며 가장 마음을 쓰고 있는 것도 역시 이 부분이다.

시와 / 미수습자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노래 만들면서 고려하는 1순위는 '이게 미수습자 가족들 마음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다. 이 가사를 미수습자 어머니가 읽었을 때 괜찮을까 생각하게 된다.

김목인 씨는 포크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회 이슈에 관심 기울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김목인 / 우리가 쓴 가사를 팽목항에 보내 중간중간 소통을 했다. 조심스러운 것들을 조율하면서 작업했다.

황푸하 / 팽목항 현장을 담아내는 게 중요했다. 예술인이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곡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하는 게 '예술 놀음'이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현장이 빠진 노래가 되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서는 미수습자 은화·다윤이 어머니들이 꼭 함께해야 했다.

가사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다(왼쪽부터 김목인, 황푸하, 시와).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곡은 총 세 곡이다. 작곡은 모두 황푸하가, 작사는 황푸하와 시와가 했다. 김목인은 편곡을 담당했다. '봄을 맞자'라는 곡에는, 언젠가 가족들이 은화와 다윤이를 만났을 때 못했던 일들을 함께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춤을 좋아했던 다윤이와 춤도 추고, 은화가 좋아하는 낙지도 먹고, 꿈 같은 일을 같이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프로젝트 제목과 같은 노래 '집에 가자'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어머니가 바닷속에 있는 아이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고, 노래를 듣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한 곡은 다윤이 어머니와 대화한 내용이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더 이상 기도를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팽목항 상황 자체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신이 바로 그곳에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굳이 기도하지 않아도, 고통받는 부모들과 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신이 있으니 두렵지 않다는 심정을 담았다. 이 노래는 사람들과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황푸하는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황푸하 씨가 1월 말 팽목항에 다녀오면서 시작됐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반정부 목소리를 낸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박근혜 정부. 이 리스트에 포함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세월호와 연관 있다. 2014년 세월호 추모 선언, 2015년 '쓰레기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예술인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 사회참여가 곧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시대. 사회와 음악 사이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시와 /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우리 노래 소재다. 여기에는 사회 사건이나 상황도 포함된다. 직접적으로 어떤 현상이나 특정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목인 / 가끔 사람들이 내 이력을 보고 "사회적인 일에 꾸준히 참여하시네요"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공연자로서는 그날 공연에서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는 정도로 보면 된다. 현장에서 24시간 일하는 활동가도 있지 않나. 팽목항에도 계시고. 그런 분들에 비하면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래 하는 일에서 조금 할애하는 거다.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참여했던 것이지, 뭔가를 알리는 수단으로 음악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음악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경우는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미권 포크 음악을 들었는데,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게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포크 음악을 하니까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생각했다.

황푸하 / 요즘 사회와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는 둘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소한 것에 대한 감정·상황을 노래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부 우리 사회다. 노래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맨날 민중이 지고 역사가 실패하는데, 노래 속에서는 이기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노래 속에서는 슬픔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고, 승리도 외칠 수 있고, 꿈도 꿀 수 있으니까. 그 노래를 계속 부르면 세상도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한다.

옥바라지선교센터와 함께하는 이들이 코러스 녹음을 맡았다. 녹음을 마친 이들과 함께 선 시와(파란 모자), 김목인 씨. 사진 제공 박김형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듣고 미수습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프로젝트 '집에 가자'는 텀블벅에서 모금을 받고 있다. 텀블벅 후원을 통해 4월 5일 디지털 앨범을 발매하고, 4월 7일 홍대 벨로주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다. 남는 수익금은 모두 팽목항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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