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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말씀 주려고" 유명인 설교 표절한 목사

교인들 "6년간 240여 편 베껴"…교회는 사임 권고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2.28  11: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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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ㅎ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다른 사람 설교를 수년간 표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옥한흠·이동원·김성수 등 유명 목사 설교를 가져와 주일예배에서 설교했다.

이 목사는 2010년 ㅎ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받았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7년간 부교역자로 있었던 그는 2009년 ㅎ교회에 동사목사로 들어갔다. 1년 후 담임목사가 은퇴하면서 자연스레 담임을 맡게 됐다.

담임목사가 되고 새롭게 교회를 꾸릴 시기에 이 목사는 다른 목사의 설교를 표절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여러 목사의 설교를 상습적으로 표절했다. 교인들은 이 목사가 설교 240여 편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두 문단만 베끼거나, 여러 설교를 짜깁기한 정도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 설교를 그대로 가지고 와, 몇 개 문장만 바꾸고 중간중간 추가 설명을 붙였다. 설교에 등장하는 책과 인용구, 예화도 그대로 갖다 썼다.

이 목사는 2010년 3월 7일 주일예배 때 고 옥한흠 목사의 2006년 설교 '비상한 믿음'를 표절해 설교했다. 설교 안에 등장하는 시인 조지 허버트의 말까지 일치한다.

2012년 5월 6일에는 이동원 목사 설교를 베꼈다. 이날 설교에서도 이동원 목사가 언급한 기독교인 의사 폴 브랜드나 소파 방정환 일화를 똑같이 다뤘다.

이 목사는 최근까지도 설교 표절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12월 18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는 고 하용조 목사의 요한복음 강해를 베꼈다.

이 목사는 고 김성수 목사의 설교도 여러 차례 표절했다. 2016년 3월 6일부터 4월 17일까지 진행한 사도신경 강해도, 김성수 목사의 사도신경 강해 시리즈 설교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내홍 겪고 있는 ㅎ교회 
담임목사 찬성·반대 갈라져
치리 당회 날 표절 폭로

이 목사가 설교를 표절했다는 사실은 2월 5일 당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회에 참석한 교인 몇몇이 담임목사와 장로들 앞에서 표절 사실을 폭로했다.

ㅎ교회는 지난해부터 내홍을 겪어 왔다. 일부 교인은 담임목사의 목회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수십 년 출석한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상처를 받아 교회를 떠났고, 담임목사가 자기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교인을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담임목사 사례비 문제도 제기했다. ㅎ교회는 2010년 재개발 문제로 지역을 옮기면서 출석 교인이 30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줄었다. 헌금도 줄어들어 교회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교육부서, 전도비, 구제비 등 예산을 전부 절반 가까이 줄였다. 반면, 담임목사가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예산을 초과했다. 목회 활동비와 자녀 교육비는 예산보다 더 많이 지출됐다. 2015년 ㅎ교회 예산은 2억 원이었는데, 담임목사에게 지출된 돈이 5,000만 원을 초과했다.

갈등은 지난해 5월 1일 제직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담임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긴 교인들은 제직회에서 이 목사 재신임을 묻는 안을 내놓았다. ㅎ교회 정관에는 6년마다 담임목사 재신임을 묻는 조항이 있는데, 마침 이때가 이 목사가 담임을 맡은 지 6년이 됐을 때였다.

재신임안은 제직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 담임목사가 정관을 만들 때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교인 몇몇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담임목사를 비판하며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졌다.

해를 넘기고 지난 2월 5일, 교회에서는 치리 당회가 열렸다.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반대 교인들이 교회를 분열시키고 어지럽게 한다며 이들을 치리하기 위해 갑자기 당회를 소집했다.

치리 당회에 소환되기 전, 담임목사에게 비판적이었던 교인들은 우연히 이 목사가 설교를 표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설교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옥한흠·옥성석·김삼환·이동원 등 유명 목사들 설교와 일치했던 것이다.

교인들은 당회 자리에서 이를 폭로했다. 이 목사는 그 다음 주 2월 12일 주일예배에서 교인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설교는 요리다. 교회 성도들에게 어떻게든 최고의 요리로 된 설교 말씀을 드리기 위해 능력껏 해 왔다. 다른 목사님의 설교도 될 수 있으면 드리려고 그렇게 했다. 보통 교회의 말씀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최고라고 생각되는 목사님들 말씀만 사용했다. 정말 신중하게 고르고 듣고 보고 사용한 것이다."

ㅎ교회는 일부 교인이 담임목사 목회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당회, 목사에게 사임 권고 
목사는 퇴직금 놓고 협상
언론에 알린 교인 원망

기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2월 25일 ㅎ교회에서 이 목사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는 이 목사가 아니라 그의 아내가 나와 있었다. 이 목사 아내는, 이번 설교 표절 문제에 할 말이 없다며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표절 사건이 드러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이 목사를 비판해 온 교인들이 치리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표절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해 5월 1일 제직회 이후 앞으로 목회를 잘하겠다고 교인들 앞에서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교인들 앞에서 담임목사를 비방해 왔다."

교회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부인했다. "목회 활동비는 다른 목사님과 식사할 때, 교인들 만날 때 쓴 게 대부분이다. 자녀 교육비도 몇 십만 원만 초과한 걸로 아는데, 몇 백 만 원을 더 썼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출은 모두 교회가 준 법인카드로 했다. 교회가 카드를 관리한다. 오해를 밝히기 위해 재정부에 법인카드 월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몇 번이나 건의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녀간 후, 이 목사는 2월 26일 주일예배 시간에 단상에 나와 <뉴스앤조이>와 자신의 표절을 밝힌 이들을 비판했다. 이 목사는 "지난주 <뉴스앤조이>에서 연락이 왔다. 당혹스러웠다. 그곳은 기독교계 신문이긴 하지만 오히려 기독교를 방해하는 기사를 쓰는 신문사다. 혹시 교인 중 기자와 통화한 사람이 있는가. 교인 중 누군가 기자에게 알린 거 같다. (내가) 목회를 하지 못하게 이런 방법을 쓴 것 같다. 목사 인생 망치고 교회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게 과연 교회를 살리려는 선한 의도에서 나온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설교 표절 문제가 드러난 뒤 장로들은 이 목사에게 사임을 권고했다. 이 목사는 사임은 하겠지만 장로들이 제시한 퇴직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회가 지정한 액수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회는 이 목사에게 안식 휴가를 두 달간 허락했다. 앞으로 담임목사 퇴직금과 사임 문제를 놓고 제직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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