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해마다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포럼을 연다. 주제는 다양하다. 1년 동안 이슈가 됐던 성소수자 담론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곳도 있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성소수자 인권 포럼'은 '때가 왔다!'를 주제로 2박 3일 일정을 시작했다. 2월 25~26일 진행되는 본행사를 앞두고 24일 '퀴어-젠더 연구 포럼'이 열렸다.

여러 세션 중, 한국교회가 어떻게 '과학'의 이름으로 동성애자 혐오 담론을 생산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있었다. 백조연 씨(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과정)는 '성과학연구협회를 중심으로 본 개신교 동성애 혐오 담론'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이나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와 백조연 씨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성과학연구협회'는 2014년 결성된 단체로, 민성길 교수(연세대 명예)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반동성애 시민단체들?
알고 보면 기독교 단체

성과학연구협회는 기독교 단체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단체에서 강사로 세우거나, 연구를 맡은 이는 대부분 기독교인이고 강연도 교회에서 연다. 성과학연구협회 말고도 이런 단체가 몇 군데 더 있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등도 시민단체를 표방하지만 목사, 교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백조연 씨(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과정)가 '성과학연구협회'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백조연 씨는 성과학연구협회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과학'이라는 단어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사회에서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하기 때문에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독교에서 성'과학'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성애가 죄라는 기독교 교훈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증명하는 논리적 도구로 과학에 주목한 것 같다고 했다.

성과학연구협회 소속 연구자들은 자신들을 가치중립적인 과학자로 소개한다. 백 씨는 이들 주장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동성애 선천성 주장을 거부하는 이들이 이미 '선택으로서의 동성애 반대'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성서적 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을 이용하는 점에서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적 객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봤다.

백조연 씨는 성과학연구협회 연구자들 말을 분석해 또 다른 모순을 설명했다. 성과학연구협회 소속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는 '소극적 동성애자'와 '적극적 동성애자'를 분류했다. 회장 민성길 교수(연세대 정신의학과 명예)는 동성애와 유사하지만 성적 접촉이 없는 동성애와 비슷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이성애와 동성애 경계를 해체했다. 성기 접촉만 없다면 동성애가 아니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성과학연구협회 연구자들이, 그동안 어떻게든 동성애를 '과학'의 이름으로 혐오스럽게 묘사했다는 게 백조연 씨 설명이다. 그는 "연구자들은 동성애를 혐오스러운 병리적 타자로 구성할 뿐 아니라 질서 정연한 위계 성별 관계에서 이탈한 비인간이자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며 페미니스트 젠더 이론을 구현하는 '사탄'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학연구협회가 말하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하나님 혹은 과학의 이름으로 (동성애 혐오를) 하지만 사실은 둘 다 아니다. 자신들이 하나님의 위치에 서서 다른 사람의 완전한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성과학연구협회의 '기독교 성과학'은 과학도 종교도 아니며 특정 세력의 권력 재생산을 향한 욕망에 불과할 뿐이다."

성소수자 인권 포럼은 2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제9회 성소수자 인권 포럼은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여는 사진전,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가 분석한 상담 사례, 성소수자 마음 건강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 등으로 구성됐다. 자세한 내용은 행사 안내(바로 가기)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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