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상록수역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안산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등장했다. 시민 300여 명은 안산 상록수역 4번 출구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탄핵 반대'와 '특검 해체', '고영태 구속' 등을 외쳤다. 2월 23일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서경석 목사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본부(새한국국민운동)가 주최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는 새한국국민운동과 박사모가 주축이 된 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이끌고 있다. 새한국국민운동은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하야나 탄핵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양·수원·안산·용인 등 도시를 돌며 태극기 집회를 할 예정이다.

안산 태극기 집회는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1절부터 4절까지 불렀다. 집회에는 서경석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김문수 전 경기도시자도 참석했다. 연단에 선 김 지사는, 안산은 경기도에서 유일한 '박정희 신도시'라고 말했다.

"허허벌판 안산 서해 바다를 박정희 대통령이 신도시로 만들었다. 박정희 신도시 특징은 단순히 아파트만 있는 게 아니다. 아파트도 있고 바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한양대학교가 있고, 안산 반월산업단지가 있다. 일자리·잠자리·학교가 같이 있는 도시, 바로 박정희 신도시의 특징이다. 노태우 신도시인 평촌·일산·산본·중동·분당은 아파트밖에 없다. 대학도 일자리도 없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안산은 '박정희 신도시'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시민들의 흥을 돋운 김 전 지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아닌 특검과 검찰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 농단 본질은 최순실이 아닌 고영태인데도 검찰이 조사 한 번 안 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잡아가고 다 수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돈 먹었다는 거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남편도, 자식도, 손자·손녀도 없다. 부모님은 총 맞아 돌아가셨다. 뇌물 받아도 쓸데가 없다. 대통령을 그만두면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이 계속 나온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이 뭐 때문에 뇌물을 먹겠는가.(함성)

노무현 대통령이 왜 돌아가셨는가. 청와대에서 돈 받아먹고, 돈 먹고 돌아가셨다. 노무현 대통령 형님도 감옥 갔다, 이명박 대통령 형님도 감옥 갔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셋 다 감옥 갔다, 김영삼 대통령 아들도 감옥 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동생들은 아무도 감옥에 안 갔다. 최순실이 감옥 갔다고 대통령 탄핵시키는 게 맞는가."

참석자들은 김 전 지사 발언 중간중간 함성을 지르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발언을 마쳤을 때는 김문수 이름을 연이어 외쳤다.

집회를 이끌고 있는 서경석 목사도 연단에 올랐다. 서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의 일환으로, 기업들에게 지원받아 K스포츠·미르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공익 재단 설립은 역대 대통령들도 해 왔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서경석 목사는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근거 없는 이야기는 계속됐다. 서 목사는 "촛불이 왜 꺼졌는 줄 아는가. 맨 처음에는 촛불 집회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민들이) 종북 좌파란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안 나간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근거로 사드 배치를 들었다.

"(야당은) 사드 배치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러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밖에 없다. 핵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가 있는 괌이나 오키나와로 가야 한다.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된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한국에 있는 기업들도 다 철수할 수밖에 없다."

서경석 목사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며 매주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모여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의병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병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과 안산을 지켜야 한다며 성금도 요청했다. 서 목사는 "1,000원도 좋으니 돈을 넣어 달라. 이 돈이 모아져야 태극기 집회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발짝 뒤에서 세월호 유가족 몇몇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영석 엄마 권미화 씨는 집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며, 안타깝고 서글프다고 했다.

"태극기를 흔드는 건 자유지만, 아직 치유가 필요한 안산에 와서 저러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종교인이 앞장서서 선동을 해도 되는지 맞나 싶다. 와서 보니 안산 시민은 몇 되지 않았고, 전철 타고 온 노인분이 많았다. 이상한 프레임으로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 게 서글프고, 안타깝다."

새한국국민운동은 3월 2일, 안산에서 2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경석 목사(사진 왼쪽)와 김문수 전 지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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