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평택대학교 조기흥 명예총장(85)은 지난해 12월, 교직원을 20년간 상습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평택경찰서는 "고소인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소인 A는 평택대 성고충상담위원회에도 진정서를 제출해 조 명예총장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 여기서 A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평택대 내부에 조 명예총장 일가가 너무 많이 있어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

<뉴스앤조이>는 평택대학교 관계자들 증언을 토대로 가계도를 재구성했다. 조 명예총장의 자녀 6남매 중 5명이 평택대학교에서 일을 했거나 일하고 있고, 조 명예총장 형제 5명의 자녀, 즉 조 총장의 조카들도 평택대학교에 근무 중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보직을 맡고 있었다.

평택대 복수의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조 명예총장 일가의 가계도를 재구성했다. 친인척 상당수가 평택대학교에서 근무 중이었다.

조기흥 명예총장은 슬하에 2남 4녀를 두었는데, 이 중 5명이 평택대학교와 관련한 일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나 직원이 아닌, 학교 내 매점 운영권을 얻어 장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종합대학 내 매점은 수요가 많고 일정해 매출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편의상 숫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큰딸 조장녀 씨는 학교 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딸 조차녀 씨는 이 학교 총무처장으로 있고, 그의 남편 윤차남 씨는 평택대학교 신학과 겸임교수다. 둘 사이에서 낳은 딸, 조 명예총장의 손녀 윤차녀 씨는 이 학교 교학과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아들 조장남 씨는 평택대학교 전 관리과장을 지냈다. 현재는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조삼녀 씨가 자녀 중 유일하게 평택대학교와 관련 없는 인물이다. 다섯째 조사녀 씨는 이 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이며, 막내아들 조차남 씨는 이 학교 신학과 교수로 국제처장을 맡고 있다.

조 명예총장 조카들도 대거 학교에 들어와 있다. 조기흥 명예총장 형제 중 조기일(가명) 씨는 평택대학교 관리처장을 지내고 정년퇴직했다. 조기일 씨 아들 조남일 씨는 취업정보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딸 조여일 씨는 학교 안에서 매점을 운영한다. 조여일 씨 남편, 즉 조기흥 명예총장의 조카사위 김일남 씨는 학교에서 기획조정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조 명예총장의 다른 형제 조기이 씨 아들 조이남 씨는 교무처에서 근무 중이다. 다른 형제 조삼이 씨 남편, 조기흥 명예총장 처남은 김충효 전 평택대 총장이다. 이들 부부 아들도 학교 직원 김삼남 씨다. 김 씨는 관재시설팀에서 근무 중이다.

또 다른 여동생 조기사 씨의 딸 임여사 씨는 서울 새문안길에 있는 피어선빌딩에서 재단 일을 맡고 있다. 동생 조기오 씨의 아들 박오남 씨는 재단 사무국장을 지냈다.

조기흥 명예총장 아내의 외사촌 남편, 즉 외사촌처남도 평택대학교와 관련 있다. 김처남 씨는 평택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기획처장을 역임했다가 퇴임했다. 김처남 씨는 현재 평택대학교 이사로 있다. 그의 큰아들은 관리과 직원으로 있다가 퇴직했고, 둘째 아들은 현재 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친척 관계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조기흥 명예총장을 알고 지낸 지인의 가족도 평택대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흥 명예총장은 평소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고 김용기 장로과 교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명예총장은 김용기 장로의 정신을 기념해 설립한 일가재단 이사를 맡고, 한때 후원회장도 맡았다. 김용기 장로의 딸 김 아무개 씨가 지금 평택대학교 이사로 있다.

김 아무개 이사 남편 임 아무개 씨는 평택대학교 산하 한 연구소장으로 있다. 이들의 딸은 교양학부에 재직 중인 임 아무개 교수이며, 그의 남편 김 아무개 씨는 대학원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평택대 내부 관계자는 "먼 친척과 지인의 아들딸, 초등학교 동창까지 따지면 연관된 사람들은 더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조 명예총장과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모두 학교 사유화에 앞장선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내부에 일가친척이 다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학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특별위원회는 가족들로만 구성돼 가족회의와 다름없다. '집에 가서 회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택대 교직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조 명예총장이 오랫동안 인사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택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 명예총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했고 인사이동도 매우 잦았다. 한 직원은 "우리는 언제든지 짐 쌀 준비를 해 놓고 있다. 발령이 언제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6개월 만에 보직을 이동하는 사례도 매우 잦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명예총장이 물러나고 이필재 총장(전 갈보리교회 담임)이 취임했지만, 이 총장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취임 초기에는 '바지 사장'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총장이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조 명예총장 때문에) 상당한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기흥 명예총장은 현재 대학 이사이지만, 이필재 총장은 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평택대 "가족 많은 것 인정"
"능력 있는 사람까지 매도 말라"

<뉴스앤조이>는 조기흥 명예총장 입장을 듣기 위해 2월 20일 명예총장실을 찾았다. 방 내부에 인기척이 있었으나, 담당 직원은 조 명예총장이 언론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며 들어가는 걸 막았다. 이 직원은 "최근 이런저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별다른 입장이 나온 건 없다"고만 말했다.

평택대학교 조현수 대외협력처장은 "인사 문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일가가 많이 재직 중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직원이 80명 이상 된다. 직원 중 일가가 많다고 보면 많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적은 것 아니겠느냐.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가족 비율이 높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모두 공채 과정을 거쳐 공정하게 채용된 사람들이다. 특채로 뽑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조기흥 명예총장 가족이지만) 정말 일 열심히 하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모두 밤 10시 넘어서 퇴근하고 학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가족 중에는 보직 임명을 내키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 일해 온 것"이라며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