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사회봉사부가 '한국교회와 청년 복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증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30만 명이던 청년 실업자는 2016년 43만 명으로 뛰었다. 6개월 이상 취업 못 하는 장기 실업자도 덩달아 늘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는 세상에 사는 청년은 포기해야 할 게 많다. 결혼을 비롯해 꿈·희망, 내 집 마련, 연애, 출산은 엄두도 못 낸다. 사회 화두로 떠오른 청년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오상열 총무)가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한국교회와 청년 복지'를 주제로 2월 21일 서울 종로구 100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청년 실업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문제를 짚어 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교단 안에서 찾아보기 드문 세미나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청년실업을 포함한 여러 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저출산 고실업 시대의 청년 복지 정책 과제' 제목으로 발표한 정무성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는 청년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구조에서 찾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용 악화와 불공정한 경쟁(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청년이 절망에 빠지고 연애·결혼·출산도 멀리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기본 소득'을 제시했다. 기본 소득은 노동 여부나 재산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걸 말한다. 정 교수는 "일부 언론이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지만, 기본 소득이 보장되면 청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제대로 시행되면 공무원에 목매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무성 교수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도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시혜성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공공성과 친밀성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청년 문제에 대한 공공신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문화)도 사회구조에서 원인을 찾았다. 체제 순응적인 청년들은 구조가 아닌 개인 문제로 환원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대학이 문제다. 사회문제를 비판할 수 있게, 대안적 인식 교육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학은 취업 교육장이 됐다. 이렇다 보니 청년은 불공정한 사회시스템 속에서 살면서도 저항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교회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으면 열심히 기도하라고 하거나, 돈을 벌고 싶으면 성실히 일하라고 조언하는 정도다. 성 교수는 "교회는 청년 문제에 실체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심리적으로 접근한다. 기도하면 된다고 말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성석환 교수는 '공공성'을 제시했다. 성 교수는 "마을과 지역에서 기독 단체들이 연대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청년들이 시민단체와 만나 자신들의 경제문제를 연대, 해결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공공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석환 교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연대의 경험이 제공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나아가 교회 중심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 청년들, 
물질보다 '공동체' 필요
"기성세대와 함께
출구 찾아야"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 청년은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다. 발표에 나선 이들도 청년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구조 문제로 이해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정인곤 사무국장은 20·30대 청년 13명을 면담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했다. 정 사무국장은, 청년은 물질적 지원보다 교회의 보살핌 즉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교회에 물질 지원을 바라는 건 아니다. 경제적 지원은 돈 많은 교회가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바라는 건 '공동체성'이다. 교회 안에서 청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거나, 나아가 결혼·육아 문제에 있어서 함께 대안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교회를 통해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더 깊은 교제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 사무국장은 "쉽지 않겠지만 교회가 마을 공동체로 전환하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마을 공동체로의 전환이 청년에게는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 청년들도 참석해 발제했다. 왼쪽부터 기윤실 박제민 간사, 기청아 정인곤 사무국장, EYCK 이충희 간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제민 간사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부동산 가격이 널뛰는 현시대 문제를 '구조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하나님을 따를 수 없도록 짜여진 사회를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보야, 문제는 구조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문제 역시 사회 구조악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한국교회와 기성세대를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이다. 교회를 짓지 말고 (집 없는 이들을 위한) 집을 짓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기본 소득을 실시하자. 약자를 도와주는 일들이 실행할 수 있게 정부를 압박하자. 이렇게 한국교회가 함께한다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EYCK 이충희 간사(데나리온은행)는, 청년들은 학자금 등 소액 대출 - 저소득 – 저신용 – 고금리 – 채무 악순환 – 신용 불량 구조 문제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는 앞서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변화와 책임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충희 간사는 "지금까지 청년들을 죽게 내버려 두었다면 이제 국가와 기성 사회가,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망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합의를 이뤄 가며 건강한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서자들은 청년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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