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기독대학교(이강평 총장)가 신학과 손원영 교수를 파면했다. 서울기독대는 2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전날 교원징계위원회가 결정한 '손원영 교수 파면안'을 인준했다. 학교는 손 교수가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과거 약속한 것들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 교원 성실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기독대가 속한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신조광 회장)는 미국에서 시작한 교단으로 예수님이 세운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환원 운동'에 앞장서는 작은 교단이다. 한국에는 약 500여 교회가 있으며 학교법인 환원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손원영 교수는 약 18년간 이 학교 신학과에 몸담아 기독교교육을 가르쳐 왔다. 그는 예술신학과 목회를 접목한 예술목회연구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손 교수는 지난해 한 차례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2016년 1월 한 기독교인이 경북 김천 개운사 대웅전에 들어가 불상과 집기를 훼손했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이자 시민으로서 가슴 아팠던 손 교수는 불상을 복구하는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석가탄신일까지 267만 원을 모아 종교 간 평화를 연구하는 ‘레페스 포럼’(이찬수 대표)에 기부했다.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2월 17일 손원영 교수(신학과) 파면을 인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해방신학·수정주의 신학 전공
그리스도의교회 신학과 충돌
개운사 불상 모금도 그중 하나

한두 해 머문 것도 아닌 18년간 서울기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수가 징계 수위 최고인 ‘파면’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기독대는 손원영 교수가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했다. 학교는 손 교수에게 보낸 징계 의결 세부 내용서에서 "해방주의·수정주의 신학에 바탕을 둔 손 교수의 신학 사상은 스톤과 캠벨의 정신을 계승해 세워진 서울기독대 신학과 교수 위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중 하나로 2016년 개운사 사건을 언급했다. 불상 재건 모금 운동이 알려진 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가 손원영 교수 신앙 정체성을 조사해 달라고 문제를 제기했기에 착수한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학교 측에 제시한 답변서에서 "기독교인의 테러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한 여승(주지스님)의 얼굴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고 적었다.

서울기독대 신학과는 손원영 교수의 이 같은 해석이 "해방신학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의교회와 공동체 구성원의 기존 방향성 및 정체성 약화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련의 사태로 볼 때 손 교수가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을 성실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 주장에 손원영 교수는 반론을 제기했다. 손 교수는 신조광 이사장 명의로 보낸 탄원서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는 저의 신학 사상에 의구심을 표현했는데, 저는 분명히 환원 운동과 복음주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제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관심과 책임을 촉구하는 해방신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환원 운동 및 복음주의 신학 범위 내에서 논의되는 해방신학이란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손원영 교수는 2월 20일 서울 돈암그리스도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운사 불당 회복 부분은 기독교 교리 문제, 종교다원주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 시민으로서 윤리적인 문제다.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욕먹는 부분도 힘들었다. 그랬기에 재건 운동에 앞장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기독대와 교단은 손원영 교수가 교단과 맞지 않는 신학을 가르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다른 교단서 안수받았다 하더라도
신학과서 가르치려면 침례받아야
가족도 침례 대상

징계 사유는 또 있다.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손원영 교수가 2014년 한 차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을 당시 약속한 사항들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손 교수는 △본인과 가족들 모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서 침례를 받을 것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를 포기하고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 입회할 것 △환원 운동에 동참할 것 △종교다원주의 등 급진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것 △대학 내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학교가 하나 되는 길에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손원영 교수가 이런 약속을 하게 된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울기독대의 학내 분규 역사를 알아야 한다. 교육부는 2011년 서울기독대가 서울 은평구 땅을 매입할 때 들어간 50억 원이 학교 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전액 환수를 명령했다. 이강평 총장은 이후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 손원영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이 총장 반대편에 서서 활동해 왔다.

학교는 손원영 교수가 과거 약속과 다르게 본인만 침례를 받았고, 아직까지 감리교 이탈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5년 학교 분규 당시 손원영 교수가 1인 시위 등으로 학생들을 지원한 것도 학교가 하나 되기 위한 충성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손원영 교수는 이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18년 전 학교에 임용될 당시 교단을 바꾸라는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약속했기 때문에 학교가 요구한 것처럼 2014년 1월 목포그리스도의교회 신봉수 목사에게 침례를 받았다고 했다. 아내에게도 침례를 요구했지만 아내가 '종교의자유'를 이유로 침례를 거부하는 데 이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며 억울해 했다. 그는 약속대로 침례 절차를 마쳤는데도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가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5년 정치 행위와 관련해서도 "이강평 총장이 요구한 정치 행위는 교수협의회를 탈퇴하라는 것이었다. 총장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교수협의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2015년 학생들이 이강평 총장 퇴진 운동을 할 때 어디 소속으로 1인 시위를 한 것이 아니다. 학생 80%가 자퇴서를 쓰며 투쟁하는데 조용히 연구실에서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손원영 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졸업생 80명은 이의를 제기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2017년 1월 학교에 제출했다. 졸업생들은 "한 기독교인의 행동으로 기독교 전체가 사회에서 폭력적인 종교로 폄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 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알렸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서울기독대는 2015년 교육부 평가에서 최하위 'E' 등급을 받았다. 학생들은 이강평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장 반대한 교수들
파면 혹은 재임용 탈락
우연일까 보복일까

일각에서는 서울기독대 이강평 총장이 자신의 임기 동안 반기를 들어 온 교수들을 내쫓고 있는데, 손원영 교수도 그중 한 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손 교수가 파면되기 전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교수 네 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탈락 사유는 △재임용 조건 불충족 △박사 학위 취소 △교원관계법령 및 규정 위반 등 다양했다.

서울기독대학교는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 개혁 평가'에서 최하 등급 'E'를 받았다. 'E' 등급을 받으면 학교는 정원을 15%까지 감축해야 하고,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국가 장학금 수급에도 제한이 있다. 학교 내에서는 이강평 총장 퇴진 운동이 일었다. 학내 구성원은, 학교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강평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에 재임용 탈락 고배를 마신 교수 네 명은 당시 학생들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투쟁에 나선 학생들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 교직원, 교수가 포함된 비상대책공동연대를 발족해 △이강평 총장 사퇴 △교지 매입으로 부당 지출한 교비 50억 원 환수를 요구했다. 당시 노조 대표로 이름을 올린 교직원 심 아무개 씨도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학교 구성원이 '이강평 총장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이사회의 요청이라며 사퇴를 번복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게 서울기독대는 다시 이강평 총장 체제로 2016년을 맞았다. 그리고 2017년 학내 투쟁에 가담한 교수 네 명의 재임용 탈락,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 온 정교수가 파면됐다.

"신학과 교수가
교단 정체성 어긋나는
신학 가르쳐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강평 총장은 보복성 인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손원영 교수가 파면된 것은 순전히 교단 정체성과 맞지 않는 신학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강평 총장은 손원영 교수 파면, 교수 4명 재임용 탈락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뉴스앤조이 이용필

이 총장은 "손원영 교수가 지난 18년 동안 우리 학교에 있으면서 해방신학, 종교다원론 같은 걸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우리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징계 사유에 불상 재건 운동을 문제 삼은 것도 교단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지 그것이 징계의 주된 이유는 아니다. (중략) 우리는 보수 교단이다. 그런 거(불상 재건 모금 운동) 하는데 '서울기독대' 교수 손원영이라고 써서 학교 이름이 다 나갔다. 이 사람은 학교를 인정하지 않고 멋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기독대 이사회가 손원영 교수 아내까지 그리스도의교회에서 침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평 총장은 "상식적으로 목회자가 교단에 오는데 어떻게 부인은 안 오고 남편만 혼자 올 수 있는가. 아내도 (침례를) 받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손원영 교수가 그리스도의교회 목사를 길러 내는 신학과 교수인데 교단에서 다시 침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들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강평 총장은 당시 교무처장이던 이 아무개 교수가 'E'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문 아무개 교수는 논문 표절 혐의로 박사 학위가 취소된 것이라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강평 총장은 두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시위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이 아무개 교수는 교무처장이었는데 학생들에게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고 데모하라고 했다. 어떻게 교수가 그럴 수 있는가. 학생처장이던 문 아무개 교수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데모하는 데 앞장섰다."

이 총장은 자신은 "목사이고 용서자"라며 웬만하면 모든 사람을 끌어안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평 총장은 "내 밑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다 끌어안고 가야 하는데 누가 나한테 좀 섭섭하게 했다고 이렇게 안 한다. '보복'이라고 하면 쉽겠지만 학교가 이렇게 어려운 데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원영 교수와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 네 명은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에 소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총신대 김영우 당시 이사장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신대원 교수 두 명을 징계했으나 결국 패소한 것처럼, 뚜렷한 징계 사유가 없으면 교원 '파면'은 성사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강평 총장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은 교육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서울기독대 인사 조처는 보복일까 적절한 징계일까.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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