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고 김초원 선생님은 2014년 4월 16일,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가던 중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배에 탄 단원고 교사는 총 14명. 미수습자를 제외하고 참사로 9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고, 3명만 구조됐다. 교감 선생님은 구조된 지 이틀 뒤 진도군 야산에서 목맨 채 발견됐다. 양승진·고창석 선생님은 아직까지 수습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숨진 교사 중 정규직 7명만 순직을 인정했다. 함께 운명을 달리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신청을 반려했다.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일하고 담임까지 맡았는데도 말이다.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차별받았다.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유족들은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싸운다.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희생교사가족 대표)는 작년 6월 28일 공무원연금공단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월 17일, 광화문광장에서 김성욱 씨를 만났다. 그는 오랫동안 딸과 함께 살았던 안산을 떠나 고향 경남 거창에 내려가 지내고 있다.

"딸 숙소는 5층이었어요. 참사 때 5층에 있던 사람 대부분 살아 돌아왔거든요. 그런데 우리 딸은 4층에서 발견됐어요. 4층에 학생들이 있으니 내려간 거예요. 실제로 한 생존 화물기사도 그렇게 증언했고요. 배를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거죠. 딸은 발견됐을 때 구명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바로 순직을 인정받았어요. 김초원·이지혜 선생님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죠. 학생들을 위해 죽은 딸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 순직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냈어요."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딸의 순직 인정을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인사혁신처, 순직 신청 반려
"선례 남기면 안 돼"
대한변협·국회입법사무처 
"기간제 교사도 현행법상 공무원"

김성욱 씨는 참사가 일어난 지 2개월 후 다른 희생 교사 유가족과 함께 정부에 순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신청은 '반려'됐다. 관계 부서인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월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이 아니라 '산업 근로자'이기 때문에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당시 김초원 선생님이 주 35시간만 근무했기 때문에 교원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김초원 선생님과 학교가 체결한 근로 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나온다. 게다가 담임을 맡았던 김 선생님은 오전 7시 출근해 밤늦게 퇴근할 때가 많았다. 김성욱 씨가 반박하자 인사혁신처는 다른 이유를 들이댔다.

"선례를 남기면 안 된대요.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한 번 인정하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또 순직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래요. 처음에는 주 35시간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니 지금은 선례 때문에 안 된다고 논리를 바꿨어요."

전문가들은 김초원·이지혜 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4년 6월 22일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해당한다. 두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같은 해 6월 현행법 안에서 충분히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2년 동안 교육부·인사혁신처·공무원연금공단 등 관계 기관을 모두 돌았어요. 관계 부처 장차관, 여야 의원도 모두 만났어요. 황교안 국무총리, 당시 교육부총리였던 황우여 의원, 조윤선 전 장관 모두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어요. 아무 소식도 없네요.

남들과 똑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교원이고 누구는 산업 근로자예요. 전국 4만 3,000명 기간제 교사가 이런 대우를 받아요. 발령은 관할 교육감이 내고 법적 지위는 산업 근로자인 거죠. 인사혁신처·교육부 논리대로라면, 기간제 교사는 모두 일반 회사원이에요. 일반 회사원이 고등학생을 인솔해 수학여행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거예요."

세월호 참사 당일은 김초원 선생님 생일이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위해 선상에서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케익을 들고 있는 사람이 김초원 선생님. 사진 제공 김성욱
기억 교실에 마련된 김초원 선생님 책상 모습. 사진 제공 김성욱

배에서 반 아이들과 생일 파티
"우리에게 반말하지 않고,
언니 같았던 선생님"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은 딸 생일이었어요. 반 아이들이 배에서 깜짝 생일 파티도 준비했다고 해요. 생일에 태어나 생일에 가 버리다니…참 얄궂은 운명이죠."

김초원 선생님은 참사 당시 학생들에게 선물 받은 귀고리를 착용했다. 김성욱 씨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 줬다. 사고 당일 아침, 김초원 선생님과 학생들이 배 안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가운데 있는 김초원 선생과 주변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2학년 3반 학생 39명 중 8명이 생존했어요. 아이들과 두 번 정도 만났어요. 우리 딸은 아이들과 상담할 때도 절대 반말하지 않았대요. 학생들은 언니 같이 친근하고 편한 선생님이었다고 기억했어요. 딸아이도 처음으로 맡은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애정이 컸던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과 고깃집도 가고 영화도 봤다고 해요. 한 학생은 지금도 고깃집을 보면 선생님이 떠오른대요."

김초원 선생님은 김성욱 씨에게 특별한 딸이다. 새침하지 않고 살가웠다. 맛집을 알아 두었다가 가족과 함께 가기를 좋아했다. 밤에 같이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등산을 갔다.

김성욱 씨는 김초원 선생님이 임용고시 1차에 합격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렇게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화학교사직은 경쟁률이 치열했다. 임용고시 2차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가 되어 단원고에 첫 출근을 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입에 술을 안 댔어요. 이후 1년 동안 술을 많이 마셨어요. 맨 정신으로는 잠을 잘 수 없어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속이 다 문드러졌어요."

김성욱 씨 삶은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멈췄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4년 4월 16일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꽃다운 아이들이 희생됐다. 김초원 선생님도 당시 스물여섯 살, 꽃다운 나이였다. 기간제라는 이유로 억울함을 당했지만, 교사들의 죽음은 주목받지 못했다. 단원고에서 기억 교실을 이전했을 때도, 다른 교실과 달리 교무실은 제대로 복원되지 않았다. 김성욱 씨가 직접 경기도교육청에 항의하면서 원래대로 복구됐다.

행정소송 변론 기일은 3월 말 잡혀 있다. 아직 한 발자국도 진전된 건 없다. 그러나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싸움은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문제로 기간제 교사 처우 문제가 알려졌다.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은 기간제 교사 가입을 허용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박혜성 대표)도 만들어졌다.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침묵해 왔던 기간제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보상금 더 받으려는 행위로 오해한다. 김성욱 씨 친구들조차 "이제 그만 하라, 보상금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성욱 씨는 참사 이후 친구들과 연을 끊었다.

"2014년 4월 16일하고 지금하고 무엇이 달라졌나요. 바뀐 게 하나도 없어요. 딸이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그 죽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너무 답답해요. 관계 부처를 돌고, 주요 인사도 만났고, 오체투지, 서명운동, 간담회 등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예요.

저는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딸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요. 모든 희생 교사 부모들은 수첩이나 지갑에 손바닥만한 순직 증명서를 넣고 다녀요. 저도 다른 거 필요 없고 '순직 증명서' 한 장이면 돼요. 나중에 아들이 자녀를 낳으면 '너희 고모가 세월호 사고 때 학생들을 위해 돌아가셨다'라며 증명서를 보여 주고 싶어요."

김성욱 씨는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3월 30일 법원에 서명 용지를 제출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난해 6월 28일 김성욱 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시민 30만 명에게 받은 서명 용지를 함께 법원에 전달했습니다. 김성욱 씨는 지금도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바로 가기). 3월 30일 심리 때 법원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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