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교회 내 성폭력, 이렇게 대처하세요

[인터뷰] 명동 향린교회 성평등위원회…성범죄 대처하고 '성 평등 에티켓' 만들다

최유리   기사승인 2017.02.20  00:11:09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default_news_ad2
ad42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교회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을 경험했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목사? 전도사? 아니면 친한 교회 사람?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교회 안에 어떤 매뉴얼이 존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성범죄를 당했을 때 대처법을 모르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교회 내 성폭력에 대처하는 상설위원회를 두는 교회가 있을까. 수소문해 봤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명동 향린교회(조헌정 목사)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향린교회에서는 2012년, 교인 간에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이를 쉬쉬하지 않고, 법률가·상담가 등 전문성 있는 교인 등 6명으로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가해자에게 소명서를 요청하는 등 교회 내 성범죄를 교인들이 함께 해결했다.

2015년에는 성범죄로 국한된 위원회의 활동 주제를 '성 평등'으로 넓혔다. 이름도 성평등위원회로 바꿨다. 성평등위원회는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월 18일 명동향린교회 성평등위원회에 소속된 신복희 장로, 김명일·윤선주 집사, 김가흔 청년, 조은화 목사를 만나 성평등위원회의 활동 내용, 교회 내 성범죄 대처법이나 성 평등에 관심 있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물었다.

한국교회에서 유일무이하게 성평등위원회가 있는 향린교회를 찾았다. 왼쪽부터 윤선주 집사, 김명일 집사, 김가흔 청년, 조은화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 내 '성평등위원회'가 다소 낯설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신복희 / 시작은 '성폭력대책위원회'였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고 교인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회자되고 있었다. 당시 당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를 발족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교회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 사람들이 동의했고 교인 중 전문직을 포함해 이 사안에 관심있는 사람 6명이 모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 교회 내 성범죄를 교인들이 대처하기 어려운데 어떤 절차를 밟았나.

윤선주 / 일단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조사했다. 피해 여성이 같은 가해자에게 스토킹을 당했고, 2012년에 한 번, 2015년 한 번 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을 두고 가해자에게 7번의 소명 기회를 줬지만 다 불응했다. 결국 피해 여성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당회에 치리를 요구했고, 당회가 가장 높은 처벌 수위인 '출교'를 결정했다.

당사자는 법적 처벌을 원했다. 스토킹은 법률상 처벌 수위가 약하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는 교회 안에서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는 것에 고마워했다.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계속 함께 갈 것을 약속했다.

- 성폭력대책위원회, 성평등위원회 같은 기구가 교회 안에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윤선주 /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 같다. 일단은 교인들에게 경각심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교회 안에서 성범죄를 이야기하면 불편해한다. 그래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남성이나 남성화된 여성이 상대에게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또 피해자 입장에서는 교회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교회 안에서 성범죄가 생기면 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향린교회 안에서 발생한 사건만 봐도, 가해자는 교인이었고 신도회에 소속돼 있는 구성원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인들도 가해자와 함께 신앙생활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 이럴 때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있으면 피해자가 훨씬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신복희 위원장은 성폭력대책위원회로 시작한 성평등위원회가 교회 안에서 하는 일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성평등위원회로 바뀌었다. 이유가 있었나.

신복희 / 교회 안에서 성범죄가 늘 발생하는 게 아니니까 2013년에는 공백기가 있었다. 그러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위원회의 활동 범주를 성폭력에만 국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교회 안에 여성이 많지만 불평등한 구조나 관습들이 있으니 여기에 목소리를 내보자는 생각이었다. 향린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한 인지도도 높고 활동도 많이 한다. 그러나 성 평등 감수성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성평등위원회로 이름을 고치면서, 당회 대표와 교회 내 각 신도회별로 한 사람씩 참여했다. 청년 그룹, 장년 그룹을 포함해 총 10명이 모이게 됐다. 30대 여성도, 50대 남성도 있다.

-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조은화 / 교회 내 각 위원회별로 성 감수성 교육을 6차례 진행했다. 위원회에서 한 청년이 성 평등 에티켓 조항을 만들었다. △성 역할 규범을 강요하지 않을 것 △연애와 결혼 질문하지 않을 것 △외모 평가하지 않을 것 △농담이라도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바로 사과할 것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는 말을 하지 않을 것 등이다. 2015년에는 성평등위원회가 성소수자 문제도 다루기 시작했는데, 성 평등 에티켓에는 성소수자 관련 사항도 있다.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을 것 △성소수자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것.

새신자나 유치부·초등부·청소년부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새신자에게 에티켓 조항을 알려 주고,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했다. 쉽게 말해 "여자아이는 핑크 옷을 입어야 해, 파란 옷은 남자색이야"라는 것도 성 평등에는 어긋나는 말이다. 이런 게 잘못됐다고 말해 주는 일을 한다. 10대 청소년에게는 여성·남성 외에 다른 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교육을 했다.

2016년 10월에는 감수성 교육을 토대로 교인들의 성 평등 인지 조사를 했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과 행동이 성범죄를 유발한다 △공개석상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성적 농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술에 취해 잘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가다 성폭력을 당했다면 피해자의 책임도 있다를 포함해 질문 11개로 설문 조사를 했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과 행동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질문에 189명 중 6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결과를 보고 놀랐다. 이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성 평등 교육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책 모임도 하고 있다. 격주로 모이는데 처음에 3명이 시작했다. 지금은 12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다. 페미니즘 책을 선정해서 모인 자리에서 읽고 소감을 나눈다. 가끔 의외의 인물이 오는 것을 보고 놀란다.

- 성 평등 에티켓 조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조은화 / "여잔데 화장도 좀 예쁘게 해 봐", "남자가 왜 이렇게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요?", "교회에 맘에 드는 사람 없니?", "너 같이 잘생긴(예쁜) 애가 왜 애인이 없을까?", "넌 살만 빼면 참 예쁠 텐데", "이렇게 꾸미니까 얼마나 예뻐요"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게 있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게 "거길 왜 따라갔어요?", "그러게 술은 왜 먹었어요?" 묻는다든지, "사랑으로 용서하세요", "일 크게 만들지 마세요", "사과하는데 받아 주지"처럼 침묵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딸 같아서 그랬겠죠", "걔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네가 예뻐서 그래"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김가흔 / 성 평등 에티켓은 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가 만들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교회에서 실제로 들었던 말들을 토대로 만든 거라고 하더라. 평등해 보이는 교회 안에서도 이런 말들이 오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명일 집사는 인터뷰 당일 참여한 유일한 남성이었다. 그는 성평등위원회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성평등위원회에 다들 열심이다. 관심 가지고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

신복희 / 성 평등은 이 시대에 필연적이다. 이전에는 나도 관심 있지 않았다. 당회 장로가 되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같이 교인들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게 많다. 적어도 성별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생활이나 법률 등에서 억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 되는 거고. 함께 모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윤선주 / 나도 성 평등 인식이 없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이건 모두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위원회 소모임으로 페미니즘 책 읽기를 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 남편도 함께 참여했다. 일주일 동안 남편이 페미니즘 이야기만 하더라. 집에서 달라진 게 눈에 띈다. 집에서 달라지니 회사에서도 이야기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이 활동이 시간 투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공동체를 사랑하니까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거다. "우리 함께 같이 배워 가부장적으로 살지 맙시다"라는 의미에서 하고 있다.

김명일 / 성평등위원회를 하면서 많이 배운다.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 또는 성 평등 감수성이 다른 또래 남성보다는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부하다 보면 아닐 때가 많다. 이야기하기보다는 주로 많이 듣는다. 일상생활에서 인식하지 못한 게 많더라.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은, 위원회가 다른 교회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사회에서는 성희롱적인 발언을 하면 눈총을 받는데, 교회에서는 영 그렇지 않다.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성평등위원회가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거 같다.

김가흔 / 교회 안에서 젊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하나씩 다 말하지 않는다. '귀찮으니까 참고 말지'라는 생각이 더 크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될 거 같다. 한국교회 안에서 젊은 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들을 교회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누가 교회에 오고 싶겠는가. 귀찮더라도 목소리 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참여한다.

조은화 / 앞에 나온 이야기에 모두 동의한다. 나는 여성 목회자로서 교회 안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남성 목회자에게도 그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 한쪽에서 누군가 "사과해! 사과해!"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교회 안에서 깨어 있는 몇 명만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성 평등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성평등위원회의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

윤선주 집사는 성평등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성폭력 상담원 교육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 내 성폭력 대처, 성 평등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기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조은화 / 단 한 사람이라도 문제를 인식했다면 공부해야 한다. 경험해 보니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근거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미리 공부한 집단과 아닌 집단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당회가 관심이 있다면, 당회원 한 명을 공부시켜도 좋을 것 같다. 위원회에서는 윤선주 집사님이 100시간짜리 성폭력 상담원 교육을 받았다.

이런 교육을 신학교나 총회에서 실시해 목회자가 가르쳐 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일단 관심 있는 교인이라도 교육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교육만 들어도 그간 교회 안에서 무지해서 한 행동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거다.

윤선주 / 예전에는 교회가 사회를 이끌고 갔는데, 이제는 교회가 사회를 따라가지 못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하고 사랑으로 돌보라고 말한다. 교회는 여전히 1950~196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관심이 있다면 시작해 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명씩 포섭하면서 공부해 보는 게 좋겠다. 나는 교회가 변화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전에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지금은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뭔가 시작했더니 된다는 게 감동적이다. 통념을 바꾼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가흔 / '한번 해 볼까?' 아니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재밌는 활동이라고 여기면 좋겠다. 실제로 재밌기도 하고.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가흔 청년. 페미니즘 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모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페미니즘 책이 있는가.

김가흔 / <82년생 김지영>(민음사). 주변 사람들은 이 책이 적나라하고 답답하다고 이야기하더라. 다 내 경험담 같은 이야기가 많다.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윤선주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를 추천한다. 페미니즘 입문서로 첫발 떼기에 좋을 듯하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던 여성이 편하게 읽기 좋다. 생각이 굳어져 가는 40대 후반 또래 여성에게도 권하고 싶다.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