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연구소(김준우 소장)은 1995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역사적 예수' 연구에 천착해 왔다. 연구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연구소에서 세운 이론을 어떻게 목회 현장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예수 목회 세미나'를 열어 목사들과 고민해 왔다. '예수 목회'란 목사와 교인이 역사적 예수의 흔적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

해마다 열리는 예수 목회 세미나에서는 한국 사회 주목할 만한 주제를 어떻게 교회와 접목할지 고민한다. 제12회 예수 목회 세미나가 2월 13~15일 경기도 의왕시 가톨릭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목회자 30여 명이 모여 '광장에 선 교회, 촛불을 든 예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주최한 제12회 예수 목회 세미나가 2월 13일부터 2박 3일 동안 열렸다. 사진 제공 조성근

'예수 목회'에
적합한 예배란

강연은 예배의 의미, 예전의 형태를 짚어 보는 시간들로 구성됐다.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안선희 박사(이화여대)는 기독교에서 중심 의례로 자리 잡은 '예배'가 지닌 특성을 짚었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인간이 응답하는 것이 예배라고 설명했다. 예배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치와 신념을 내면화하는 한 방편이다. 그는 예배의 이런 측면이 한국교회에서 잘 부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안 박사는 먼저 기독교 역사에서 목도할 수 있는 세 가지 바람직한 예배 원형을 소개했다. △사도행전에 묘사된 초대교회처럼 '떡을 떼는' 성찬 의식이 포함된 예배 △칼뱅이 말한 것처럼 말씀 선포, 성례, 공중 기도, 교제(구제)로 이루어진 예배 △특정 세대가 게토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세대 통합 예배다.

한국교회는 공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일성수'를 고수하고 예배에 빠지면 죄라 말한다. 하지만 몸이 예배 장소에 참석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안선희 박사는 삶으로 보이는 예배는 정의·사랑 실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일상에서의 예배, 삶에서의 예배는 훈련받고 배워야 한다. 적절한 예배는 오직 현장에서 이웃을 섬기는 예배다. 이런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드린 예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선희 박사(이화여대)는 성찬을 포함한 예배, 경계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예배가 '예수 목회'에 적합한 예배라고 했다. 사진 제공 조성근

어떤 예배가 '예수 목회'에 적합할까. 안선희 박사는 삶의 모범이신 예수를 기억하는 상징 행동인 성찬이 꼭 예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후 만찬과 예수의 죽음만 강조하는 성찬례에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박사는 교회력에 따라 지상에서 예수의 삶, 죽음, 부활, 다시 오심 등 강조점을 다양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안선희 박사는 단순 소박한 아름다움이 실현되는 예배도 제안했다. 소비 지향주의, 과도한 매체 사용, 화려한 장식, 시끄러움, 효율성, 중언부언을 걷어 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예배다. 그는 "일상의 영역에서 과도한 것을 없애고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소비가 아닌 신앙 안에서 삶의 진정한 목적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 목회
마을 돌봄, 민중 교회
현장 이야기

'예수 목회'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교회가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김준우 소장은 "예수 목회 관건은 목회자 스스로가 얼마나 감동, 즉 감화력을 주는 목회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 감화력은 대안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장에서 어떻게 예수의 삶을 살아 내려 노력하셨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는 오봉교회 장석근 목사가 첫 사례 발표자로 나섰다. 장 목사는 새를 형상화한 예수 목회를 강조했다. 그는 "새들은 둥지를 떠나는 순간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한다. 교회도 예배 시간에 목사 혼자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형식이 아닌, 교인들 스스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목회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봉교회는 매주 일반 예전으로 진행되는 '말씀 예배' - 함께 밥을 먹는 '밥 예배' - 일주일 내내 삶의 현장에서 고백하는 '삶 예배'를 드린다. 화려함과 복잡함은 거두고 최대한 단순하게 예배하려 노력한다. 장 목사는 오봉교회 강대상 뒤 벽면을 채운 새 그림을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보여 줬다. 오봉교회는 십자가 대신 대림절·성탄절·사순절·부활절 등 교회력에 맞춰 꾸민 다양한 그림을 형상화해 설교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부천새롬교회 이원돈 목사는, 21세기 새로운 생태 사회에서 교회 역할은 결국 '마을 돌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회가 한 마을 전체를 돌보면서 지역과 소통하는 게 바람직한 미래 교회상이 될 것이라 했다. 이 목사는 "예수 운동의 핵심은 기존 마을을 뒤엎고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학습·복지·문화 생태계를 교회가 책임지는 것"이라 말했다.

이원돈 목사(부천새롬교회)는 '마을 돌봄' 목회를 설명했다. 사진 제공 조성근

부천새롬교회는 지역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역 거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아동 센터는 물론, 얼마 전에는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떡 카페 달나라 토끼'를 개업했다. 부천교육지원청과 연계해 '꼽이 청소년 심야 식당'을 여는가 하면,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꼽사리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1세대 민중 교회인 성남 주민교회 이훈삼 목사도 사례 발표자로 섰다. 성남 주민교회는 이해학 원로목사와 함께 사회 선교 첨병 역할을 했다. 2014년 1월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훈삼 목사는 주민교회 역사를 설명하고, 새로운 시대의 목회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사회참여에 앞장서는 교회일수록 더 철저하게 신앙 훈련에 기반한 하나님나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삼 목사(성남 주민교회)는 사회 선교에 힘쓰는 교회가 더 철저하게 신앙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진 제공 조성근

촛불 광장 시대 
새롭게 쓰는
종교개혁 명제들

'예수 목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 사회, 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최승호 PD(뉴스타파)에게 해직 언론인이 바라보는 한국 공영방송의 문제점,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에게 한국교회 개혁 과제를 들었다.

최승호 PD는 이 시대 중요한 문제 하나로 '언론 개혁'을 꼽았다. 그는 KBS와 MBC로 대변되는 공영방송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한국 언론 생태계에서 공영방송은 타 언론을 초월하는 지배적인 행위자인데, 공영방송이 권력에 부합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최승호 PD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목격한 촛불 민심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상당히 깊고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정희 정신에서 풀려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한민국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최승호 PD(뉴스타파)가 한국 사회 공영방송 현실을 전달하고,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가 한국교회 개혁 과제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방인성 목사는 한국교회가 대형 교회를 거부하고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공동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대형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파괴하는 사탄의 전략"이라며 초대교회가 작은 교회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존의 명제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데서 한국교회 개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행위가 없었던 '오직 믿음'은 '오직 행함'으로, 칭의만 있고 정의는 없었던 '오직 은총'은 '오직 정의'로, 문자주의에 갇혀 있는 '오직 성서'는 '오직 계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 목회 세미나는 이틀간 듣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예배 의전을 만들어 보며 마무리됐다. 참석한 목사들은 현장으로 돌아가 촛불 시대에 새로운 예배 의전을 적용할 것이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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