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불찰"이라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박근혜 대통령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대책회의·김상근 상임의장)는 여덟 번째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남북 관계 경색, 실업률 증가 등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비상시국이라 판단해 출범한 대책회의는 출범 이래 정기적으로 시국 선언문을 발표해 왔다.

2월 8일 발표한 여덟 번째 선언문에서, 대책회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을 겨냥했다. 대책회의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자진 사임으로 조속히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라도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자진 사임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국정 농단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집권 세력도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공동 책임이 있는 세력과 정치인 그리고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은 철저하게 자중하고 반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시국 선언문 전문.

자진 사임이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하며,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국가안정을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속히 자진 사임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같은 결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우리의 이 지적은 "무릇 징계는 어떤 것이든지 그 당시에는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으로 여겨지지만, 나중에는 이것으로 훈련받은 사람들에게 정의의 평화로운 열매를 맺게 합니다."(히 12:11)라는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현 상황에서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 그리고 국가의 혼란 상황을 야기한 당사자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임을 밝힙니다.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이후 국론의 분열과 갈등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합니다. 수백만의 촛불이 광장에 운집하고 이 촛불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는 반성의 기미조차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태도는 그의 추종 세력으로 하여금 계엄령 선포, 종북 세력 척결 운운하며 소위 태극기 집회를 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과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일부 피의자들이 드러내 보이는 행태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국론 분열과 갈등을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이후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깊이 우려합니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대통령, 국무위원, 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공직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한 국정 공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편 탄핵의 결과와 시기의 불확실성, 이에 따른 불확실한 정치 일정, 국정 농단 사태를 두고 벌이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 등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과 갈등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혼란과 불확실성은 경제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음을 깊이 우려합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를 뇌사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2009년 1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이며, 소비자심리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주요 경제지표는 이미 한국 경제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서민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는 심각한 외교 공백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합니다. 세계인들의 우려 가운데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 사드 배치로 인하여 점증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악화되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 등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오늘과 같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한 위기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처해있고, 국민이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도 무거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 같은 현실 인식과 태도를 지켜보면서 바리새파 사람들을 향하여 "지기 힘든 무거운 짐을 묶어서 남의 어깨에 지우지만, 자기들은 그 짐을 나르는 데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마태복음 23:4)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하지 못할 경우 국민이 져야 할 짐은 더욱 무거워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의 당사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은 무엇이며, 평화로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하루속히 결단해야 합니다. 특히 국정 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을 생각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또 결단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국가와 국민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국가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결단했는지를 살펴보고 배우기를 권고합니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혁명 7일 후인 1960년 4월 26일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 3·15 정부통령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겠다. 선거로 인한 모든 불미스러운 것을 없게 하기 위하여 이미 이기붕 의장에게 모든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하였다"는 내용의 대통령 사임 성명을 발표했고, 4월 27일 "나 이승만은 국회 결의를 존중하여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물러앉아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여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바치고자하는 바이다"라는 사임서를 제출한 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사임한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이 원하고, 국회의 결의를 존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72년 6월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워터 게이트 사건 당시 사건의 당사자인 닉슨은 하원 사법위원회가 대통령 탄핵을 결의하자 "미국은 온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대통령과 온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대외적으로는 평화,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없는 번영을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내 개인의 무고(無辜)를 증명하기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 모두의 시간과 관심이 그곳에 거의 모두 빼앗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 정오를 기해 대통령직을 사임하려고 한다"라고 연설한 후 자진 사임했습니다. 닉슨이 스스로 사임한 이유는 그것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국민들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과 짐을 안겨주면서 또한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대통령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녕을 생각하면서 철저하게 책임지는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되어 있고, 대통령이 사태에 깊이 관여했으며, 대통령이 스스로 밝혔듯이 가족처럼 여겼던 최측근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최종 책임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각각 자기 몫의 짐"(갈 6:5)을 져야 하듯이 스스로 져야 할 짐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한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양 처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나라와 대통령의 품격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행위입니다.

우리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현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핵심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걷어 내는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자진 사임을 통해서 조속히 실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태 해결은 물론,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의 차원에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빨리 자진 사임을 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구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세력과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 있는 이들이 드러내고 있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자중할 것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어떤 경우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선포와 종북 세력 척결 운운하며 맹목적인 박근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세력의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 책임 있는 처신은 고사하고 보수 재집권 운운하며 온갖 꾀를 다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 공동의 책임이 있는 세력과 정치인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철저하게 자중하고 반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17년 2월 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상시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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