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행정부는 2월 7일, 1983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탈핵 운동을 해 온 단체들은 '한국 탈핵 운동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 피고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김용환 위원장)는 월성 1호기 가동을 멈추지 않겠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은 2월 9일, 원안위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원안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였지만,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을 포함해 녹색연합, 차일드세이브, 한국YMCA전국연맹 등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단체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기억하자 후쿠시마', '한수원 사업 참여 결격 위원 조성경 당장 퇴직하라', '월성 1호기 불법 허가 주도 김용환 원안위원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판결, 항소를 포기하라'가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원안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김제남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이 발언자로 나섰다. 김 본부장은 "핵발전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월성 1호기 가동 중단하라'고 외치는 것이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규제기관이 어이없게 허가했다. 이를 두고 국민 소송단 2,166명이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국민 생명권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용환 원안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용환 원안위원장,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 심사단장, 조성경 심사위원, 이은철 전 원안위원장, 원안위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농단한 세력들이다. 이번 판결은 규제 기구가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원안위는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를 규제하는 기구의 탈을 쓰고 있을 뿐,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핵발전소 진흥하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고 부역한 자들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김용환 원안위원장 사퇴시켜야 한다."

이상희 팀장(녹색당 함께탈핵팀)도 자리를 찾았다. 이 팀장은 2014년부터 원안위원으로 활동한 조성경 위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원안위원으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에 원자력 이용자(한수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경력이 있으면 원안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조 위원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한수원이 진행하는 신규 원전 부지 선정에 참여했다. 이 사실이 보도를 통해 드러났는데도 조 위원은 퇴직하지 않았다. 결격사유가 있는 조성경 위원이 수명 연장을 허가하는 데 동참한 것은 말이 되지 않다고 했다.

이 팀장은 원안위가 법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법이 월성 1호기가 문제가 있고 멈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회의도 진행하지 않고 직권으로 항소를 결정했다. 어이없는 결정이다. 이미 위험이 감지되었음에도 멈추지 않은 것은 정치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하지 않으면 다른 24개 핵발전소도 수명 연장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니까 버틴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월성 1호기 가동 중단하고 원자력안전위원장 사퇴하라!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호제훈 재판장)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운영 허가 무효 국민 소성(피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허가 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에 의거해 운영 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은 점, 수많은 운영 변경 허가를 과장 전결 등으로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은 점, 원자력안전위원 두 명의 결격사유로 위법함에도 불구하고 의결에 참여한 점, 월성 2호기에 적용했음에도 1호기에는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번 판결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성을 무시하고 졸속적으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승인한 데에 강력한 제동을 건 역사적 판결이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훼손에도 경종을 울렸다. 이은철(전 원자력안전위워장), 조성경(현 원자력안전위원)이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5호의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던 사람'에 해당되어 당연 퇴직하여야 하는 위원이 관여한 이 사건 의결은 위법하다는 결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훼손을 지적한 것이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참석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그동안의 결정들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고리 3호기 운영 허가, 경주 방폐장 운영 허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에서도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참여해서 결정해 왔다.

이러한 중대한 판결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원회의 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사무처가 임의로 허가에 문제가 없었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히고 있다. 위원회 회의 결정을 취소하는 중대한 판결이 났음에도, 이번에도 사무처가 위원들을 배제한 채 항소 계획을 발표하는 행태는 그 자체로 심각한 월권행위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된 91건의 운영 변경 허가 절차 중 90건을 과장 전결로 처리한 것이 위법하다고 지적받은 상황에서 또다시 사무처가 위원회 회의도 없이 자체 판단으로 항소하겠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 취소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를 포기하기를 바란다. 재판부는 월성 2호기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장치가 월성 1호기에 없다면서 월성 1호기가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한 평가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월성 1호기는 2호기만큼의 안전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다. 안전성도 검증이 안 된 위험한 노후 원전 월성 1호기는 즉시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더구나 월성 원전이 위치한 경주에는 작년 9월 이후 지진이 550번 넘게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성 1호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위원이 당연 퇴직해야 하는 결격사유에 해당함이 인정된 조성경 원자력안전위원은 즉시 퇴직 처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런 결격사유를 법원에서 판결했음에도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그것을 방기한 위원들 모두에게 향후 다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안전성 기준을 제대로 반영해 심사했어야 함에도 그것을 방기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과정에서 심사단장이었던 성게용(현 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 관련 책임자들에 문책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명 연장 결정 과정에서 사무처장으로서 월권을 행사하고, 절차를 위반한 책임자인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다. 김용환 위원장은 작년 경주 지진 이후 정지된 월성 1~4호기 재가동 역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한 번 없이 직권으로 재가동을 승인한 바 있다.

우리는 이번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허가 취소 판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진지하게 이 문제를 수용하고 원전 안전을 강화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면서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를 파기라하!
- 월성 1호기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수명 연장 허가 취소하라!
- 위원 결격사유 판결된 조성경 원자력안전위원을 즉각 퇴직 처리하라!
-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심사단장 성게용 등 책임자를 문책하라!
- 불법 허가를 주도한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라!

2017년 2월 9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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