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나이 65세. 고향 부산. 가족 없음. 직업 <빅이슈> 판매원. "살아온 날은 꽤 되는데 내세울 게 딱히 없네요"라고 문홍우 씨가 웃으며 말했다. 문 씨는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이다. 평일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한다.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우렁찬 문 씨의 목소리가 대학로에 울려 퍼졌다. 지나가는 시민의 시선이 빨간 모자와 옷을 입은 그에게로 쏟아졌다. 한 시민과 눈이 마주쳤다. 문 씨는 활짝 웃으면서 <빅이슈>를 흔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에게서 전문가의 냄새가 났다.

대개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다. 2015년 12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쑥스러움이 밀려왔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웃음)" 문 씨의 판매 전략은 자신감과 목소리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면서 목을 관리한다. 문 씨의 목소리를 듣고 "절로 힘이 생긴다",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며 응원하는 독자도 있다. 이런 평가를 받을 때면 문 씨 역시 절로 힘이 난다.

신정빌딩에 있는 <빅이슈> 코리아 사무실. 문 씨가 팔아야 할 <빅이슈>가 들어 있다. 문 씨는 "오늘 취재 때문에 50권을 준비했다. 카메라로 찍고 있으면 더 잘 팔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빅이슈>는 주거 취약 계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된 잡지다. 영국에서 시작했다. 잡지는 재능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잡지 한 권당 5,000원. 수익의 50%는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6개월 이상의 빅판 경력과 150만 원 이상 저축할 경우 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진다.

문 씨에게는 살 곳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에 들어가 평생 사는 게 꿈이다.

"얼마다 더 살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있으니 내 생애 마지막 집을 마련하고 싶어요. 집이 있으면 <빅이슈> 판매원으로 계속 성실히 일할 수 있을 것 같고, 걱정도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있을까. 고향이 부산인 문 씨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직장도 있었고, 결혼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을 하면서 삶에 균열이 갔다. 40대에 서울로 상경했다. 식당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았다. IMF가 터진 후로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 폐지를 주워 가며 생활했지만, 형편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나 친척도 없었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노숙'을 택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잡지를 판매하는 혜화역까지 지하철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문 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늘 가득하다. 뉴스앤조이 현선

한 번 꺾인 '의지'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빅판'을 만나기 전까지. 서울역노숙인센터에 머무를 때, 점심을 주는 교회에 나간 적 있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전단지를 받았다. <빅이슈> 판매원 모집 광고였다. 노숙인센터에 종종 방문하던 한 빅판이 문 씨에게 일을 함께 해 보자고 권유했다. 열심히 하면 집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문 씨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빅이슈>를 판매하러 대학로에 나간다. 이전에는 토요일에도 일을 했지만, 지금은 몸이 받쳐 주지 않아 쉰다. 생애 마지막 꿈을 위해 영양 보충도 틈틈이 한다. 문 씨는 저녁마다 설렁탕을 먹는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간다. 다닌 지 2년 정도 됐다. 문 씨는 교회에 갈 때마다 같은 기도를 올린다. 이전에 저지른 죄를 용서해 주고, 잘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성경 공부도 하고 세례도 받았어요. 그런데 신앙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아요.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웃음) 형편이 너무 어려울 때면 정말 신이 있을까 의문도 들어요. 목사님들 설교 들으면 하나님이 늘 계신 것 같은데, 내 삶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교회는 열심히 다녀요. 맘속으로 기도도 열심히 해요. 예전에 잘못한 거 용서해 달라고, 지금 정말 열심히 살고 있으니 도와 달라고 기도해요."

문 씨는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문 씨가 <빅이슈>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라고 외치는 문 씨의 목소리는 길 건너편까지 들린다. 뉴스앤조이 현선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빅이슈>를 판다. 일할 때는 식사를 건너뛴다. 따뜻한 물로 언 몸을 녹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문 씨는 "친절과 웃음은 기본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문 씨는 이날 목이 쉴 땔까지 <빅이슈>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현선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