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현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가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지고 있다. 수만 명이 모였던 2월 4일 서울 대한문 일대에는 '탄핵 반대', '특검 해체', '국회 해산' 구호가 울려 퍼졌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아무 잘못 없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누군가가 일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에 야당 국회의원 다수를 포함 JTBC 손석희 사장, 특검이 손을 잡았다고 했다. 국정 농단을 입증할 자료는 전부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지지 측은 '믿음'으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저들의 주장처럼 대통령 탄핵은 잘못된 것일까. 헌법재판관을 지낸(2005~2011) 조대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 변호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장로이기도 하다.

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특히 재벌에게 돈을 요구한 건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통치 권력을 동원해 재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기부를 요구한 것은 위헌의 정도를 넘어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78%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이고, 국민 여론의 82%가 탄핵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 지연 전략을 펼치는 대통령 측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가 됐으니, 빨리 결론이 나야 옳은데 오히려 대통령은 시간을 끌려 하는 것 같다.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소장은 공석이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과 법률은 헌법재판관 9인이 지혜를 모아 심판하는 시스템인데, 임기 만료된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무너지고 심판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0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촛불 집회도 "국민 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대로 '태극기 집회'를 향해 "박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나서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기독교인은 완전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따라야 한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일부 마비된 헌정 질서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기도하고, 국가의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일꾼이 되도록 기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대현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탄핵 심판을 지연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조 전 헌법재판관은 감리회 장로이기도 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두 달째다. 정국은 요동치고 있고,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국회의 탄핵 의결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되고 국민의 뜻에 따라 통치한다. 국민의 뜻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에 의하여 법률로 정해진다. 그러므로 민주 정치는 법률에 의한 정치이고, 대통령도 법률에 의하여 통치해야 한다. 자기 뜻대로 법률을 만들어 통치하는 제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위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어겨서 주권자가 통치 권력을 맡긴 취지를 벗어날 때에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의하여 공직을 박탈할 수 있게 한 것이 탄핵 제도다. 그것은 국가의 통치가 국민의 뜻인 헌법과 법률에 맞게 행사하려는 것이고, 국민주권을 확보하려는 것이자 법치주의를 수호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이 법률의 근거도 없이 재벌을 개별적으로 면담하여 공익 재단의 설립 자금 기부를 요청하였다면, 통치 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기업의 임원을 교체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익 목적을 수행하는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다음 설립 자금을 공모해 예산을 투입해야 법치 행정인 것이다. 공익 재단 설립 법률이 제정된 경우에도 통치 권력을 동원해 재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기부를 요구하는 것은 위헌의 정도를 넘어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78%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이고, 국민 여론의 82%가 탄핵을 찬성하는 것이다.

-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 집회를 보고 "국민 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는데.

대규모 국민이 분통 터지는 일로 시위에 참가하면서도, 시종일관 평화를 유지했다. 질서 있는 시위를 보고 그렇게 평가했다.

-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와 함께 특검 수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 뇌물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문제로 구속자가 늘고 있고, 대통령 조사도 앞둔 상황이다. 비록 불발되긴 했지만 청와대 압수수색도 시도한 바 있다. 대통령을 향한 특검 수사 어떻게 보는가.

단기간에 너무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특검의 목적에 비추어 청와대 압수 수색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고, 법관이 법률에 따라 발부한 수색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법치를 거부하는 것이다.

- 탄핵 반대 집회인 이른바 '태극기 집회'도 매주 열리고 있다. 대통령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믿는 듯하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검찰의 수사 결과는 믿지 않고, 대통령의 말을 믿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도 매주 열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 탄핵 반대 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언 중 하나가 '종북'이다. 촛불 시위 참가자 중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국정 농단의 본질과 거리가 멀지 않나.

그들 입장에서는 촛불 시위가 올바른 정치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생각하니까 '종북 세력'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이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이와 달리 국정 농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황 대행이 헌법소장을 뽑는 게 과연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법 6조 3항에 재판관 임기 종료 전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이든 권한대행이든 법률을 지켜야 한다. 헌법과 법률은 헌법재판관 9인이 지혜를 모아 심판하는 시스템을 세웠는데, 임기 만료된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그 시스템이 무너지고 심판이 왜곡될 수도 있다.

위헌 심판과 탄핵 심판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재판관 9인 중 6인, 8인 중 6인, 7인 중 6인은 그 찬성 비율이 67%, 75%, 86%로 달라지게 된다.

-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탄핵을 찬성하면, (헌법)재판관들도 찬성하기 쉽다. 민심이 중요하다.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는가.

탄핵 사유의 존부는 증거에 의한 법률 판단이므로 국민 여론의 영향에 좌우되지 않지만, 탄핵 파면의 필요성 판단은 탄핵 사유의 중대성 판단이고 헌정 질서 수호의 필요성 판단이므로 재판관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건전한 상식이 기준으로 되기에 국민 다수의 판단과 일치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 혹자는 '로마서 13장'을 들며 이럴 때일수록 권세에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의 제도와 법률, 권세는 불완전한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 낸 것이다. 탄핵 찬성, 탄핵 반대도 불완전한 인간 이성의 판단일 뿐이다. 기독교인은 완전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마비된 헌정 질서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기도하고, 국가의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일꾼이 되도록 기도하면 좋겠다.

특별히 종교 지도자들이 신의 절대적 권위를 이용하여 제왕처럼 법 위에서 군림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강단에서 그런 말씀하셔도 되는지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이 참 이상하게 돌아간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가 됐으니, 빨리 결론이 나야 옳은데 오히려 대통령은 시간을 끌려 하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는 3월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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