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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 가능성, '성대골'이 답한다

[인터뷰] 에너지 자립 마을 7년째 운영 중인 김소영 씨

최유리   기사승인 2017.02.05  2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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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원자력발전소(원전)를 폐쇄하면 블랙아웃이 오지 않을까. 탈핵 세미나에 가면 이런 질문이 꼭 나온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차례로 폐쇄했지만 블랙아웃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말 괜찮을까. 핵발전소 폐쇄해도 문제없을까.

실생활에서 에너지 자립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의 답변이 필요했다. 2월 2일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성대골마을)을 찾았다. 동작구 상도3·4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성대골마을은 가장 유명한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7년째 에너지 자립율을 높이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이 방문한다.

취재하러 갔을 때도 한 팀이 강원도에서 마을을 찾아왔다. 10대 열댓 명이 둘러 앉아 '비전력 나무 스피커'를 만들고 있었다. 나무 스피커에는 핸드폰을 끼울 수 있는 둥그런 홈이 파여 있다. 전기 없이 작동한다. 성대골마을 사람들이 만든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이다.

성대골마을이 하고 있는 사업은 이외에도 많다. 이 사업들 중심에 김소영 씨가 있다. 김 씨는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적었던 7년 전, 성대골마을을 시작했다. 에너지 자립 운동을 하기 전에는, 동네 어린이 도서관을 열어 마을 공동체 운동의 기틀을 잡았다. 볕 좋은 날, 그를 만나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성대골을 방문한 날, 강원도에서 온 한 팀이 방문해 체험 학습을 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후쿠시마 사건 이후 모였다
에너지 생산보다 절약이 중요
설치 비용 주는 방식에 부정적

- 에너지 자립 마을 하면, 성대골마을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모였다. 원전에 대해 아는 게 없었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주민 16명을 모았다. 시민단체에 부탁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 이후 어떤 일을 했나.

'에너지 절전소'를 열었다. 후쿠시마 강의를 듣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할 무렵이었다. 일단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약하려면 지금 얼마나 쓰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당시 관장으로 있던 마을 도서관이 절전소 역할을 했다. 주민들과 마을 도서관 벽면에 집 전기 사용량을 기입했다. 동네 곳곳을 다니면서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20여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꽤 늘었다. 상도3·4동이 2만 3,000세대 정도 되는데, 지금까지 3,000세대가 참여했다. 참여자 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마을 도서관 벽면에는 다 기입하지는 못하고, 전기 사용량을 컴퓨터 데이터로만 가지고 있다. (성대골마을은 매해 전기 사용률이 10%씩 감소하고 있다 - 기자 주)

- 왜 태양광발전기 설치 운동이 아니라 절약 운동을 먼저 했나.

성대골마을이 태양광발전기를 본격적으로 설치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생산은 나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태양광발전기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인식만 생기면 순식간에 설치할 수 있다. 일단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지난해 9월에는 새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집수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단열 효율이 떨어지면 보일러값으로 10만 원을 내도 보일러가 10만 원어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전기는 전기대로 쓰는 거다. 효율 개선을 위해 '골목길 에너지 반상회'를 열었다. 20세대를 중심으로 창호를 교체하고, 벽에 단열재를 넣었다. 친환경 보일러로 바꾸고 배관을 청소해 낭비되는 에너지가 없도록 했다.

김소영 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성대골마을학교에는 햇빛 온풍기가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마을에 태양광발전기 설치한 집은 몇 가구나 되나.

100여 가구 정도 된다. 신축 빌라 중 태양광발전기를 옵션으로 설치한 곳도 있고. 성대골마을에 있는 '에너지슈퍼마켙', 성대골마을학교에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에너지슈퍼마켙에서는 절전형 멀티탭, LED 전구,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소형 태양광발전기를 판다. 7평가량 되는 작은 공간이다. 이곳은 100% 태양광발전기로 만드는 전기를 쓴다. 에너지 자립 공간이다. 성대골마을학교에는 '햇빛 온풍기'가 있다. 태양광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온풍기를 돌린다.

- 집 옥상에 태양광발전기 세우면 정말 에너지 자립할 수 있나.

도시에 사는 개인이 에너지 자립하기는 불가능하다. 성대골마을 역시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지만 작은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했다고 자립할 수 없다. 옥상에 텃밭 하나 만들고서 먹거리 자립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대신 국가가 나서면 된다. 원전을 폐쇄해도 태양광발전기 설치하면 가능하다. 요새는 태양광발전기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건물 옥상에 세우는 방법 외에 건물 외벽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길거리에 설치하기도 하고. 태양열 외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도 있으니 불가능한 건 아니다.

- 서울시는 태양광발전기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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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올해 설치 비용을 더 많이 지원해 준다. 지난해는 개인 부담금이 35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5만 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양광발전기는 수치보다 의미가 더 강조돼야 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다고 눈에 띄게 전기료가 줄지 않는다. 쓰는 양이 많으면 아무리 자가발전을 해도 많이 줄지 않는다. 집 방향에 따라 전기가 잘 생산되지 않는 곳도 있다.

서울시 지원으로 싼값에 설치했는데, 정작 전기료가 별로 줄지 않았다고 해 보자. 곧 애물단지로 취급되지 않을까. 태양광발전기가 고장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설치 비용만큼 수리 비용이 들면 아예 고치지도 않을 것이다. 이사갈 때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태양광발전기 의미가 퇴색된다.

성대골마을은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때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자연이 주는 볕은 공평하다. 태양열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태양광발전기는 늘 전기를 소비하는 인간을 생산자로 만들어 주니까 선물이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이 의미를 알게 되면 적어도 수리 비용이 든다고 방치하거나 버리는 일은 없을 거다. 서울시가 태양광발전기를 배포하면서 이런 의미도 함께 전달했으면 좋겠다.

성대골마을에는 에너지 관련 상품을 파는 에너지슈퍼마켙이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태양광발전기 펀드 상품 기획
친원전 정책, 에너지 운동 발목
교회가 '에너지 빈곤자' 돌봤으면

- 최근 준비하는 사업이 있나.

태양광발전기를 DIY로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입해 설치하듯, 주민이 태양광발전기를 직접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태양광발전기 하면 약간 거리감이 있지 않나. 직접 설치해 보면 거리감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동네 주민을 다섯 번 만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옥상에 고정하기 어렵고, 설비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D.I.Y로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또 동네에 있는 신협과 협력해 태양광발전기를 빌려주는 펀드 상품을 만들고 있다. 동네 주민들을 보니까, 비싸다는 이유로 설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상도3·4동은 주민 70%가 전·월세로 살고 있어서 이사 때마다 태양광발전기를 가지고 가는 것도 힘들다. 사람을 부르는 비용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고.

신협과 함께 만든 '솔라론' 상품에 가입하면 태양광발전기를 빌려 쓸 수 있다. 가입자는 발전기 비용을 다달이 분납한다. 이사를 가도 가져갈 필요도 없고. 이 상품이 여러모로 주민들 걱정을 덜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 에너지 자립 운동 7년째다. 가장 장애물이 되는 건 뭔가.

국가정책이다. 국가는 계속 원전을 짓겠다고 한다. 대만이나 독일처럼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국가가 앞장서면 좋은데 그렇지 않는다. 탈핵, 에너지 자립 운동 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원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절약해야 하는데, 한국 분위기 자체가 그렇지 않다.

시민들은 당장 전기가 부족하지 않으니 탈핵 이야기가 잘 와 닿지 않는다. 탈핵은 우리 후손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인데,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니까 무관심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성대골마을은 서울시에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건물과 기업 정보를 요청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곳은 '불매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3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기료를 가장 많이 냈더라.

-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형광등을 LED 전구로 교체하거나, 건물 밖에 있는 십자가 불을 켜지 않는 것을 실천할 수 있겠다. 나는 교회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갔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도 좋지만 교회가 좀 더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

'에너지 빈곤자'들에게 복지 정책을 시행하면 어떨까. 가난한 사람에게 에너지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다. 여름과 겨울, 딱 몇 달만이라도 빈곤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선풍기나 전기장판을 쓸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주민센터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여름·겨울철에 전기 요금을 한 번씩 내 준다. 근데 이것도 전기료나 도시가스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선풍기를 쓰라고 주긴 하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사용하지 못한다. 그림의 떡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교회가 이 문제에 관심 갖고 신경 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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