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올해 70세가 된 남해읍교회 정동호 목사는 아직 원로목사 대우를 받지 못해 교회에 머물러 있다. 그는 교회로부터 6억 원대 은퇴 예우금을 받으려 하지만, 교인들은 재정 의혹이 해소되면 원로목사 예우를 갖춰 보내 주겠다며 맞서고 있다.

남해읍교회 교인만 재정 의혹을 제기하는 건 아니다. 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진주남노회도 정동호 목사가 노회 돈을 마구 썼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 목사 측은, 재정을 안일하게 관리한 면은 있지만 횡령은커녕 명예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노회에 변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남해읍교회는 남해에서 가장 큰 교회에 속한다. 이 교회에 20년 있었으니, 남해군 내에서도 영향력 있는 목사로 꼽혔다. 그뿐 아니라 그는 총회와 노회 일을 도맡으며 여러 건의 대형 사업을 추진해 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2년부터 수천만 유용 의혹
"돈보다 명예 중요해 일단 변제"
3,600만 변제…노회는 "6,500만"

정동호 목사는 진주남노회에서 영향력 있는 목사였다. 노회장을 역임했고 각종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예장통합 유지재단 서기와 사회봉사부 서기 등 총회 업무에도 발을 들인 이력이 있다. 자연스럽게 노회 내 각종 대형 사업은 정 목사가 관리하는 구조였다.

정동호 목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노회회관건축위원회(건축위원회) 위원장과 미자립교회자립위원회(자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노회는 2015년 9월 정기노회 감사를 통해 정 목사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노회의 보고와 정동호 목사의 주장을 자세하게 살펴봤다.

①남해농아인교회·충성교회 목회자 생활비 3,120만 원

예장통합에는 수도권 노회와 농어촌 노회가 1대 1 결연을 맺어 미자립 교회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 진주남노회 미자립 교회들은 서울서북노회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서울서북노회에서 오는 돈을 관리하는 게 자립위원장의 역할이었다.

남해농아인교회와 충성교회는 서울서북노회로부터 매달 각각 130만 원, 110만 원씩 지원받았다. 그러나 실제 교역자가 받은 돈은 각각 60만 원, 50만 원이었다. 나머지 금액은 정동호 목사가 따로 관리했다.

정동호 목사는, 남해농아인교회 미지급분은 '건축 자금'으로, 충성교회 미지급분은 '차량 구입 자금'으로 비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남해농아인교회와 충성교회 목회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노회의 문제 제기 끝에 정동호 목사는 두 교역자에게 각각 2년 치 1,680만 원과 1,440만 원을 돌려줬다.

②자립위원장 판공비 2,400만 원

서울서북노회는 매달 1,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동호 목사는, 이 중 50만 원은 서울과 진주·남해를 오가는 위원장 교통비 및 활동비라고 주장했다. 목사들을 만나고 교회에 가서 후원 요청도 하려면 경비가 들 수밖에 없으니, 아예 서울서북노회로부터 따로 판공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달 50만 원씩 총 2,400만 원이다.

그러나 진주남노회 목사들은 미자립 교회를 돕는 돈이면 생활비로 보내야지, 왜 위원장이 제멋대로 돈을 쓰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 목사가 제출한 지출 내역도 노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영수증 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판공비를 쓸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확인서' 정도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미자립교회자립위원장 판공비로 쓰였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도 있다. △서북노회 임원 전복 선물 △황 아무개 장로 딸 결혼 축의금 △서북노회 목사 자녀 수술비 지원 △남해성결교회 건축비 지원 △남해읍교회 교인 수술비 지원 등이다. 한 번에 200만 원이 나간 지출 내역도 그냥 '자립위원회 경비'라고만 되어 있었다. 결국 정동호 목사는 2,400만 원 활동비 중 2,200만 원을 변제했다.

③미자립 교회 목회자 훈련비 1,000만 원

정동호 목사는 2012년, 미자립 교회 목회자 훈련비 명목으로 진주남노회로부터 1,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 돈은 자립위원회 통장에 입금해야 했지만 정 목사는 그러지 않았다. 노회는 2015년이 되어서야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추궁했다. 정 목사는 명확한 사용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2015년 3월 "돈을 돌려주겠다"며 1,000만 원을 노회에 입금했다.

정동호 목사는 나중에서야 어디에 돈을 썼는지 기억해 냈다고 했다. 2012년 교회 주보를 보다 보니, 서울서북노회 사모 세미나를 남해읍교회에서 열었는데 여기에 그 돈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식대로 150만 원, 서울서북노회 임원들 전복 세트 선물 120만 원, 참석자들에게 멸치 세트 선물 350만 원, 강사 사례비 250만 원, 서울서북노회 아무개 목사 어머니 치료비 100만 원, 기타 경비 30만 원 등으로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목사가 기억해 낸 모든 경비에 대한 영수증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서울서북노회 당사자들이 선물과 돈을 받았다는 '확인서'만 있었다.

④노회 건축 지원금 1,000만 원

노회 회관 건축비 1,000만 원도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이 돈도 2012년 노회로부터 현금으로 받았지만, 위원회 통장에 입금하지 않았다. 정동호 목사는 이 돈을 "노회 회관 건축 컨설팅비, 사천읍교회 분쟁 해결 비용, 노회 임원 제주도 2박 3일 수련회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회는 600만 원만 정당한 지출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 목사는 400만 원을 변제했다.

⑤노회 회관 건축 결산 2,400만 원
노회 건축비 이자 1,700만 원

노회 감사위원회는 회관 건축 결산 중 2,400만 원이 이유 없이 빠져나갔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동호 목사는 "1,200만 원씩 두 차례 건축비 이자로 나갔다"고 해명했다.

또 감사위원회는 정 목사가 건축 이자 1,700만 원을 횡령했다가 나중에 변제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 목사는 계산상 착오일 뿐이며, 빼돌린 적도 없고 노회에 변제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정동호 목사 측
"재정 위험하게 관리한 것 사실
후원금 더 유치하려 세일즈
횡령범은 아냐"

정동호 목사 측 관계자는 "정 목사님이 재정을 위험하게 관리해 온 것은 사실이다. 영수증도 없고, 지금 보면 그렇게 하시면 안 되는 측면도 있었다"며 문제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횡령하지 않은 사람을 횡령범으로 몰아가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정동호 목사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하더라도 지출 내역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서울서북노회에서 내려온 미자립 교회 후원금을 서울서북노회 임원들에게 사용한 게 대표적인 예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것만 920만 원에 달한다. 임원들에게 10만 원어치 전복을 선물하는가 하면, 각종 수련회비 지원과 찬조 명목으로 돈을 지원했다.

정동호 목사는, "정 목사의 판공비 사용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확인서를 발급해 준 서울서북노회 아무개 목사를 남해읍교회 수련회에 강사로 초빙해 200만 원의 강사료를 주기도 했다. 이 목사의 모친 병원 치료비로 100만 원을 지급한 적도 있다. 정동호 목사는 이 모든 일들을 "후원금을 더 많이 따내기 위한 로비와 세일즈였다"고 해명했다.

정동호 목사는 오히려 변제하지 않아도 될 돈 3,600만 원을 노회에 입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두 푼도 아니고 몇 천만 원을 이유도 없이 변제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일단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랬다. 나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혹시 자신의 결백이 인정돼 돈을 돌려받더라도, 모두 구제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정동호 목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부정적으로 봤다. 법원은 "정 목사가 세부 지출 내역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제3자의 진술이 담긴 확인서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3,600만 원을 자비로 변제할 이유가 없음에도 노회에 돈을 돌려준 것도 의심할 만한 부분이라고 봤다.

남해읍교회 교인들은 현재 교회 재정을 감사하고 있다. 정 목사가 그동안 교회에서 '오너'처럼 행세하며 방만하게 목회해 왔다며, 교회 재정에 손실이 있는지 살펴본다고 했다. 교회 돈으로 노회 재정을 메꾸지는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노회 감사 시스템 의문
통장 확인 안 하고 "변제했다"
"정 목사가 실세라 그간 말 못해"

진주남노회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노회는 2015년이 되어서야, 2012년부터 진행된 정동호 목사의 재정 집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회 관계자들은 "정 목사가 노회 실세였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쉽게 말해서 (의혹들이) 묻혀 버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 보고 중에도 의문점이 있다. 감사위는 건축 대출이자 1,700만 원을 정동호 목사가 뒤늦게 변제했다고 보고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기자에게, 노회 관계자는 "실제 통장 입금 기록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회계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기에 보고한 것이고, 이 보고를 할 때 정 목사가 아무런 제지나 반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간 것"이라고 했다.

문제를 명백하게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려 한 것 같은 부분도 있다. 정동호 목사가 2015년 8월 2,6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자, 노회는 정 목사와 합의한 후 회의록에 "위의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남해읍교회 교인들은 노회 감사위원회 보고를 토대로 정동호 목사를 노회에 고소했다. 정 목사는 노회 인사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감사위원회 보고를 조작했다며, 보고서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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