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간증 동영상을 틀고, 학생들을 데리고 기도하던 교사들이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강원도교육청(민병희 교육감)은 1월 25일, 특정 종교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교사 세 명에게 견책·감봉 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교육청 발표를 기사로 옮긴 일반 언론사와 달리, 교계 언론사들은 대부분 '종교 탄압'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크리스천투데이>, <크리스천연합신문>, <교회와신앙> 등은 교사들 해명이 반영되지 않은 교육청의 일방적인 징계라고 보도했다. 징계받은 교사들도 종교 탄압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유만석 대표)도 2월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강원도교육청을 비판했다. 언론회는 교사들의 해명을 반영하지 않은 강원도교육청과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이번 징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언론회는 "2015년 시국 집회에 연가 투쟁한 교사 66명에게 가장 낮은 수위인 '학교장 주의'를 준 것은 이번 기독 교사들의 징계와 비교된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민병희 교육감)은 1월 25일 춘천 지역 초등학교 교사 세 명에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교계와 사회의 시각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뉴스앤조이>는 강원도교육청과 학교, 세 교사를 대변하는 한국교육자선교회 기독교육자인권보호위원회(고상경 위원장·서기성 총무) 등 관련자들을 취재했다.

귀신 봤다는 학생들에
'예수 보혈' 외치라?

강원도교육청은 1월 25일, 이 사건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징계 대상이 된 A·B·C 세 교사는 자신이 맡고 있던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고, 학생들이 알아차릴 정도로 종교 행위를 지속했다.

ㄱ초등학교에서 근무한 A 교사는 귀신을 봤다며 화장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부활', '보혈' 등 단어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귀가 후에도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 민원을 넣은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화장실 갈 때 '예수 보혈'이라고 외치게 한다든지 '예수 보혈'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다니게 했다고 주장했다.

ㄴ초등학교 B·C 교사는 도덕 수업 시간에 자신들의 간증 동영상을 시청각 자료로 사용했다. "부활하신 예수를 실제로 믿었더니 인생이 변하고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ㄱ·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강원도교육청에 민원과 탄원서를 제출하고,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문제가 되는 교사들을 규탄했다. 이에 교육청은 1월 12일부터 17일까지 감사를 실시했고, 세 교사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청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편향된 종교관을 주입해 일상생활마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교육자를 떠나 국가공무원의 도리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징계와 별도로 ㄴ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학생에게 고소당하는 일도 있었다. ㄴ초등학교는 2015년 개교한 초등학교다. 개교와 함께 기독교 동아리가 생겼다. 그런데 2016년 새학기를 맞아 교내 동아리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이 동아리가 제외됐다. 학교 측은 기독교 동아리여서가 아니라, 단위 학교 의결기구인 통합교무위원회 동아리 선정 공모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자녀들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가 동아리 개설을 불허한 것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법정대리인을 자처해 ㄴ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종교 동아리 개설 취소 처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춘천지방법원은 1월 20일, 학교 내 동아리 개설 여부는 학교장 재량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교육자선교회 기독교육자인권보호위원회(고상경 위원장·서기성 총무)는 강원도교육청이 '종교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 한국교회언론회

"일방적 발표,
무종교 강요는 폭력적,
예수 죽음·부활 알아야
아이들 인생 변해"

징계받은 교사들은 모두 '종교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육자선교회 기독교육자인권보호위원회 서기성 총무는 자신이 이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원도교육청의 결정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하는 교사들의 종교 활동도 못 하게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기본법 제6조 3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기성 총무는 "일과 전 아이들 앞에서 기도한 것, 방과 후 학생과 대등한 관계에서 신앙 상담을 한 것 모두 교육기본법에서 말하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종교의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학교라는 이유로 무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 처사라고 말했다.

서기성 총무는 시청각 재료 사용 여부는 교권과 연관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도덕 시간에 분노 조절과 관련한 내용이 나왔다. 이 교사는 예수님 만나서 성품이 통제·절제된다는 본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영상을 사용했다. '공직자 종교 차별 예방 교육 자료집'에도 종교를 문화로 봤을 때 일반적인 것은 허용한다. 학교 안에서 종교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사학이 아닌 공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가능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예수님에 대해 듣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서 총무는 "'예수님이 내 죄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에 내가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걸 알 때 아이들 인생이 변한다. 어렸을 때 종교에 대한 경험을 주지 않고 그게 과연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서 총무는 교육청이 계획해 놓고 이번 감사를 진행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총무는 징계받은 교사 중 한 명이 '예수 보혈'이 적힌 종이를 학생들에게 들고 다니게 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학생들이 화장실 가는 것을 두려워해 교사가 어렸을 때 경험을 들려줬고,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예수 보혈'이라는 단어를 적은 것을 학부모가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교사는 감사받기 전까지만 해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받은 교사들이 해명 자료에서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의도적이고 강제적인 종교교육이 없었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교육청이 채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청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 해명을 반영하지 않은 감사 결과를 발표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자선교회 기독교사종교탄압대책위원회는 2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병희 교육감과 서경구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을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징계받은 초등학교 교사들은 자신들이 종교를 언급하는 과정은 의도적이거나 강제성을 띠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징계 교사들과 대변인
교장 고소한 학부모, 학생
모두 춘천 'H교회' 교인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징계받은 세 교사와 이들의 대변인 서기성 총무, ㄴ초등학교 교장을 고소한 학부모와 자녀들 모두 춘천 H교회 교인이라는 것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안은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닌, H교회 소속 일부 교사들의 편향되고 과잉된, 그리고 조직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전도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문제가 아니라, H교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작 H교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H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 교인들은 맞지만 이번 일은 한국교육자선교회에서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대응하시는 분들도 한국교육자선교회 소속으로 하는 거지 H교회 교인으로서 움직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기성 총무도 "(관련자들이 모두) H교회 교인들이지만 교육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교육자선교회 단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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