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목사는 캐나다연합교회 32회 총회장이었다. 캐나다연합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양계로서는 처음으로 캐나다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anada) 회장을 역임한 이상철 목사가 1월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2세. 캐나다연합교회는 이상철 목사가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별세했다고 밝혔다. 부인 김신자 여사는 장공 김재준 목사의 장녀다.

이상철 목사는 지역을 넘나드는 선구자였다. 이 목사는 1924년 러시아령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7살 때 부모를 따라 만주 용정으로 이주했다. 이후 캐나다연합교회가 세운 은진중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시인 윤동주, 크리스찬아카데미 강원룡 목사,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 오리 전택부 선생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때 장인이 된 김재준 목사와 사제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61년 캐나다 밴쿠버 유니언신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로 이주했다. 당시 이상철 목사는 영어·한국어·일본어를 구사해야 하는 교회에서 목회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그 당시 이상철 목사가 다른 언어 세 개로 설교했다고 전했다.

유학을 마친 뒤 잠시 귀국했지만 1969년부터 1988년까지 캐나다 토론토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로 섬겼다. 캐나다연합교회 토론토연회에서 인권과 정의 구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던 이상철 목사는 1985년 연회장에 당선됐다. 1988년에는 임기가 2년인 캐나다연합교회 회장에 당선됐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이상철 목사가 재임하던 기간에 다양한 사회 이슈와 맞닥뜨렸다고 전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이상철 목사가 재임하던 1988년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허용했다. 당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 목사는 교단 소속 교인들에게 "함께 살고, 함께 투쟁하고, 함께 성장하자"며 설득했다.

캐나다 이민 1세대였던 이상철 목사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위해서도 싸웠다. 한국 인권 상황과 북한 공산주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다. 남한 군부독재 시대에는 캐나다에서 조국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들의 탄압을 피해 캐나다로 망명한 이들의 그늘이 됐다. 한국 정부는 그의 업적을 인정해 2007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장례는 2월 1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시 알파한인연합교회(300 Bloor Street West, Toronto)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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