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값에 원두'를 산다는 카페를 발견했다. 대전 노은구에 있는 카페 '종'이다. '종'은 에콰도르에서 원두 1kg을 8불에 사 온다. 이 정도면 보통 카페보다 2배 금액을 지불하는 셈이다. 그런데 카페에서 파는 커피 가격은 비싸지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이다. 텀블러를 가져오면 1+1이니 한 잔에 1,500원인 셈이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월 26일, 카페 종을 찾았다. 벽 곳곳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더불어 삶", "STOP GLOBAL WARMING", "경제활동을 하는 목적은 주변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주인장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카페 가득한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콰도르에서 가져온 원두 네 종류를 블랜딩해 커피를 내린단다.

카페 종 주인장은 환경 NGO '온삶' 이영애 대표다.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이 대표 이야기가 소개됐다. 그는 카페 종이 "성경 말씀을 어떻게 생활에 대입할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영애 대표의 신앙이 궁금해졌다.

대전 노은동에 있는 카페 '종'. 인테리어에서 이영애 대표의 가치관이 묻어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일본 생활 10년,
환경 운동 눈뜨다
에콰도르 농장 대장정
자연 농법 생두 고집

카페는 2015년 문을 열었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대로변이 아니라 몇 골목을 지나야 나오는 곳에 터를 잡았다. 그것도 2층에. 이영애 대표가 카페를 연 이유는 단순했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20대부터 커피를 즐겨 마시긴 했다. 그러나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카페 창업은 다른 얘기다.

카페를 연 건 '환경문제' 때문이었다. 이영애 대표는 10년 정도 일본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환경 NGO 활동가들과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운동에 눈떴다. 일본에서는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안 먹기, 텃밭에서 길러 먹기 등 먹거리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에서 출간된 책 <벌새의 물 한 방울>(코이노니아)이 그를 환경 운동에 매진하게 했다.

"<벌새의 물 한 방울>은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어요. 경제 이윤을 위해 파괴되는 환경,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고민이 깊었죠.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NGO 대학원에 진학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환경 NGO '온삶'을 만들었다. 온삶을 통해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강의를 듣고 천연 비누를 만드는 등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 하나 있었으면 했다. 이영애 대표는 카페가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카페를 차리려니 원두가 필요했다. '공정 무역'을 하고 싶었다. 평소 관계를 맺어 온 일본 활동가들과 의논해 남미 에콰도르에서 원두를 사오기로 했다. 거래할 커피 농장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직접 에콰도르도 갔다. 현지 농장까지 오가는 데 80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그래도 힘들기보다 설렜다.

커피 농장과 계약했다. 생산자가 가격을 제시하게 했다.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카페였다면 주춤했을 일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이 일한 만큼 급여를 제대로 주고 싶었다. 노동자들이 제값을 받고 자기 삶을 영위해 가길 바랐다.

대신 이영애 대표도 요구 사항이 있었다. '자연 농법'을 쓸 것. 공정 무역이라고 해서 모든 농가가 자연 농법을 쓰는 건 아니다. GMO 커피나무를 심고 화학비료를 쓰는 곳도 있다. 벌레를 쫓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이 대표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농장 네 곳에서 생두를 들여와요. 저희가 계약 조건으로 제시한 건 자연 농법뿐이에요. 자연 농법은 말 그대로 자연 상태에서 기르는 걸 말해요. 일반적으로 커피 농장은 커피나무만 심어요. 그렇게 하면 땅이 살아 숨 쉴 수 없어요. 꼭 비료를 줘야 하죠. 그걸 피하기 위해 저희는 다른 나무 사이에 커피나무를 심어요. 나뭇잎이 떨어지고 썩으면 자연 비료가 되는 거죠. 소똥을 1년간 숙성시켜 뿌려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길러서 온 생두를 팔고 있어요."

카페 종은 머그잔에 음료를 따라 준다. 테이크 아웃으로 부득이하게 일회용 컵을 써야 할 때는 환경 부담금 500원을 받는다.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면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준다. 이제 많은 고객이 텀블러를 들고 카페 종을 찾는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이영애 대표는 나무 심기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허파 역할을 하는 나무가 필요하다. 여기에 동참할 사람들에게 펀딩을 받고 원두를 선물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영애 대표는 환경문제를 사명으로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공정 무역 카페도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새롭게 다가온 '사명'
환경 운동은 신앙고백
교회들 일회용품 많이 써
환경문제 설교해야

이영애 대표에게 자연 보존을 위한 활동은 신앙고백과 같다. 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된 일은 이 대표의 신앙에도 큰 영향을 줬다. 믿고 있던 기독교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창세기에 나오는 "다스리고 보존하라"는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다.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잘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구원도 새롭게 해석됐다. 예수님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그 예수를 따르는 인간은 후대에 악영향을 끼치는 환경 파괴를 일삼고 있었다. 이것이 이영애 대표가 에콰도르까지 가서 비싼 값을 치르면서도 자연 농법을 고집한 이유다. 이 대표에게는 환경보호가 곧 기독교적 사명이었다.

"기독교인이라면 청지기적 사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아무 이유 없이 지금 이곳에 우리를 보내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무언가를 하라고 보내셨는데, 저에게는 그 사명이 환경이었어요. 지금 한순간 편리하자고 쓰는 일회용품과 자동차가 결국 지구온난화를 만들었고 지구를 병들게 했어요. 결국 후대가 피해를 보는 일이죠."

교회에서도 환경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수련회에서 일회용품을 유독 많이 소비하는 걸 봤다. 교인들에게 손수건 쓰기, 일회용 쓰지 않기부터 권했다. 교인들과 함께 1박 2일 김장을 하고 환경 강의를 듣는 행사도 추진했다. 쉽지는 않았다. 어떤 교인은 이 대표의 사상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나님이 다 활용하라고 주신 건데 왜 우리가 누리지 못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자가 기독교인의 삶의 방식, 환경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설교해 주면 좋으련만 큰 기대였다. 요즘은 차 없는 주일을 시행하는 교회도 더러 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교회에서 환경은 아예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이 땅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그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변하고 있지만, 조금 더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환경 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특히 교회에서 뭔가를 진행하려고 할 때 가슴 아픈 적이 많았죠. 목회자가 옆에서 도와주면 좋은데, 대부분 관심이 없더라고요. 목회자가 나서서, 기독교인들이 환경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알려 주면 좋겠어요. 작은 실천이라도 교인들이 결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고요."

카페 종은 원두 100g을 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종(042-823-7097)으로 연락하면 구매할 수 있다. 카페 종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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