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짓기 위해 아파트 주민을 내쫓은 교회가 있었다. '랜드 위드아웃 피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미국 한인 교회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영화가 나왔다. 2016년 12월 개봉한 김무영 감독의 '랜드 위드아웃 피플'(Land without people)이다.

'랜드 위드아웃 피플'은 교회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교회 소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을 강제 퇴거시킨 사건을 다뤘다. 그 교회는 LA 한인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대형 교회다. 외곽에 있는 대부분 교회와 달리, 중심지에 있어 교인이 많다. 다큐멘터리에는 마지막까지 아파트를 지킨 사람, 재미 일본인 마사코 씨가 등장한다.

김무영 감독은 2011년부터 2년간 이 사건을 촬영했다. 편집을 거친 다큐멘터리는 서울 독립 영화제에 채택돼 2016년 12월 상영회를 열었다. 영화제에 채택된 수십 개 다큐멘터리 중 기독교를 비중 있게 다룬 유일한 영화였다. 그는 왜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를 소재로 영화를 찍게 됐을까. 1월 24일, 안국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촬영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물어봤다.

마사코 씨는 교회 소유의 아파트에서 30년을 살았다. 교회는 주차장을 짓겠다며 마사코 씨에게 퇴거 조치 고지서를 보냈다. '랜드 위드아웃 피플' 갈무리

기사 모티브로 한 영화
'랜드 위드아웃 피플'

'랜드 위드아웃 피플'의 모티브는 <미주 뉴스앤조이> 박지호 기자가 2009년 3월 보도한 마사코 씨 기사다. 당시 박 기자는 분쟁이 심한 이 한인 교회에 매주 출근하듯 했다. 그는 교인들이 보내는 모멸감 어린 눈빛을 견디며 취재했다. 대형 교회가 대기업과 비슷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에 놀랐고, 그 영향력이 지역사회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또 놀랐다. 거기에 주차장 문제까지 겹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교회가 주차장을 만들려고 주변에 사 둔 아파트를 부수려고 했다. 주차장은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한다. 한인 사회에서 대형 교회의 힘은 엄청나다. 한국은 대형 교회 다녀도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 한인 사회 구조에서는 대형 교회 교인에게 잘못 찍히면, 불매운동을 당한다든지 직접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부조리가 생길 때,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박 기자는 김무영 감독에게 기사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이 지나 실제로 마사코 씨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이 사건이 기사로만 끝날 줄 알았는데 영화로 나와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비기독교인 김무영 감독은 2011년 미국 한인 교회를 소재로 한 다큐를 찍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복음 대신 자본주의가 있었다

김무영 감독은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래도 마사코 씨 기사를 읽으면서 이 이야기를 다루는 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사는 아파트를 부수고 주차장을 짓겠다는 교회와 아파트를 떠나지 않는 마사코 씨 상황을 중심으로 쓰였다. 김 감독은 사람 이야기를 더 다루고 싶었다.

당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였다. 이 점이 김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불법체류자 중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언어가 되지 않으니 대부분 한인 타운에서만 일한다. 아파트에서 쫓겨나면 집값 때문에 한인 타운을 떠나 LA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불법체류자는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교회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파트 주민에게 퇴거를 명령했다. 40가정 중 38가정이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떠났다. 김 감독은 거주자들 중 일부가 그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쉽게 설득됐던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에 주목하다 보니,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신 활동인 종교에 영향을 미치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는 자료를 수집하면서 교회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자본주의를 발견했다. 흔히 성공의 기준을 이야기할 때 소득을 근거로 삼듯, 교회도 교인 수가 많아지거나 예배당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종교가 정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교회는 복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나. 복음은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그 기반 위에 세워져 있고. 그런데 '랜드 위드아웃 피플'에 나오는 교회를 보면, 교인들이 자본주의 제도에 충실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 교회가 보였던 행동이 복음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교인들은 주차장을 짓기 위해 거주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주차장이 부족하니 예배당에서 먼 곳에 주차하게 되고 주차 장소를 찾는 게 번거롭다는 이유에서였다.

만약 교인들이 카풀을 한다든지 지역 주민을 위해 불편을 감수했더라면, 굳이 주차장을 짓지 않아도 됐을 거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그게 비기독교인 김 감독이 생각하는 기독교 복음의 가치다. 종교야말로 자본주의를 뚫고 나와야 하는 건데, 그 교회에서는 그 힘을 발견하지 못했다.

"촬영하면서 그 교회 예배도 참석해 봤다. 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었다. 예배당 앞쪽에 대형 스크린 두 개가 있었다. 교인들이 목사 얼굴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설치한 것 같았다. 예배 끝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도 많았다. 대형 교회를 다녔던 사람은 작은 교회에 가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배당에 있으면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랜드 위드아웃 피플'은 공동체 상영으로 만날 수 있다. 자세한 방법은 김무영 감독(falixmk@gmail.com)에게 직접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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