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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구분하지 않는 교회

교인 2/3가 장애인, 이동권·접근성 위해 리프트 버스와 엘리베이터 구비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1.25  18: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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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등록 교인 230여 명 중 2/3가 장애인이다. 교인 수십여 명이 휠체어를 타고 주일예배에 참석한다. 장애인 이동권 개념조차 희미했던 2000년대 초반, 교회는 빚을 내면서 리프트 버스를 구입했다. 버스 매입비(7,000만 원)가 교회 적립금(2,000만 원)보다 세 배나 많을 때였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활공동체도 만들었다. 대구 둥지교회(신경희 목사) 이야기다.

신경희 목사를 만나기 위해 고속철을 타고 동대구역을 찾았다. 신 목사는 자가용을 끌고 역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버스로 가도 되는데 굳이 나왔냐고 말하니, 교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역 중 하나가 '운전'이라고 답한다. 몸이 불편한 교인을 위해 운전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20년 넘게 목회하면서 지금까지 120만 킬로미터 정도는 운전한 것 같다며 웃었다.

둥지교회 교인 중 3분의 2가 장애인이다. 20여 년 전, 신경희 목사는 장애인을 위해 둥지교회를 개척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애인 7명과 교회 개척
리프트 버스, 엘리베이터 도입

신경희 목사는 20대 전도사 시절 둥지교회를 개척했다. 1994년 7월, 지체장애인 7명과 비장애인 5명과 함께 창립 예배를 드렸다. 원래 꿈은 목회가 아니었다. 개척 전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총회 산하기관에서 총무간사로 일하면서 지역 빈민 선교, 아동 공부방, 의료 선교 등을 맡았다. 어느 날 한 장애인을 만나면서 신 목사는 사역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어느 날 기관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뇌병변장애 1급인 어떤 장애인이 하소연을 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남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상대편 가족이 자신을 모른대요. 부모님과 남동생이 그의 존재를 숨겼던 거죠. 그는 분통이 난다며 죽고 싶다고 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전해진 설움, 분노가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도 장애가 있거든요. 양쪽 다리 길이가 6~7cm 차이가 나요. 근육량도 달라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고요. 친구들은 '병신', '절뚝발이'라고 놀려댔습니다. 학교도 가기 싫었어요. 아버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는 거냐며 탓했고요. 그때부터 장애에 대한 열등의식, 상처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며칠 후 신 목사는 그의 집에 찾아가 1시간 가까이 대화했다. 기관에서 사역하며 여러 장애인과 시민단체를 만났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신 목사는, 세상에 나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이 밖으로 나와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교회 개척을 다짐했다.

"목회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기관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날 이후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하나님이 저를 기관으로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목회를 피해 기관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하나님께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역을 하도록 인도한 것이죠."

목회 기준은 접근성
장애인 교인 이동권 중요

초기 둥지교회는 신 목사 지인이 운영하는 9평 남짓한 공부방에 터를 잡았다. 의자 몇 개 놓고 같이 찬송 부르며 말씀 나누는 게 다였다. 지금처럼 승합차 하나 있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을 위해서는 차가 필요했다. 신 목사는 차가 있는 지인을 섭외했다. 이들과 교인 집을 돌며 일일이 차에 태워 교회로 데려왔다.

2001년, 교인이 40여 명이 됐다. 교회는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교인 70%가 장애인이었는데 대다수가 지체장애인이었다. 지체장애인 한 명이 교회에 출석하려면 적어도 비장애인 2~3명이 옆에서 도와야 한다. 하지만 차량과 비장애인 수는 정해져 있었다. 신 목사는 대안으로 장애인이 손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리프트 버스를 떠올렸다. 둥지교회는 개척 후 꾸준히 모은 돈 2,000만 원이 있었다. 신 목사는 공동의회를 열어 리프트 버스를 구입하자고 제의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죠. 교인 모두가 손사래를 쳤습니다. 돈이 어디 있느냐, 누가 버스를 운전하느냐, 그 돈으로 차라리 땅을 사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며 따졌죠.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동권이 더 중요하거든요. 휠체어를 탄 교인이 많아지면서 대안이 필요했어요. 공동의회를 한 달 뒤로 미루고, 교인들을 만나며 일일이 설득했습니다. 한 달 뒤, 교회는 만장일치로 버스를 구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리프트 버스는 교회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교회가 리프트 버스를 마련하자, 지역 단체에서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았고, 장애인 전용 택시나 전동 휠체어도 보급되지 않았다. 교회는 장애인 단체에 리프트 버스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대구뿐 아니라 경남 진주, 부산 등에서도 연락이 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리프트 버스로 광고효과도 거뒀다. 옆면에 '둥지교회'라고 적힌 광고를 붙인 버스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대구 시내를 가로지르니, 주민들은 둥지교회가 얼마나 크기에 버스가 매일 눈에 띄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교회에 찾아오는 교인도 더 많아졌다.

2005년 둥지교회가 최초로 구입한 2층 건물. 증축 공사 중이다. 사진 제공 둥지교회

2005년, 둥지교회는 교인이 100여 명으로 늘었다. 둥지교회는 대구 달성군 서재리 소재 2층 건물을 경매로 구해 1층(35평)은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2층은 사목실로 이용했다. 교인이 늘어나면서 1층에서 더 이상 예배를 하기 어렵게 되자 둥지교회는 건물을 3층으로 증축했다. 엘리베이터도 8,000만 원을 들여 새로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교인을 위한 조치였다.

신 목사는 "장애인 목회를 하면서 이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어떤 점을 불편하게 여길지 늘 고민합니다. 이분들을 기준으로 목회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편의 시설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프트 버스 때처럼 반대하는 교인이 있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교인들을 설득해 나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둥지교회는 2013년 대구시 달성구 소재 한 상가 5층(300평)을 매입했다. 이 역시 접근성과 이동권을 위해서였다. 2005년 증축한 건물은 지하철역에서 4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온다 해도 지체장애인이 혼자서 예배당에 찾아오기는 어려웠다. 교회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세권 건물로 예배당을 옮겼다.

"조금 무리한 면도 있습니다. 기존 건물을 팔아도 부채가 약 10억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부채가 몇 억이 된다 해도 중요한 건 교인들의 이동권과 접근성입니다. 남들에게 역세권은 투자를 의미하겠지만, 저희들에게는 이동권·접근성을 의미하거든요. 덕분에 교회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새 예배당은 지하철역에서 5분밖에 안 걸린다. 접근성이 좋아져서인지 교인이 두 배로 늘었다. 예전에는 전체 교인 중 80%를 차로 데려왔지만, 지금은 반대로 80%가 스스로 온다.

주일이 아닌 날에도 교인들이 스스로 예배당에 찾아올 수 있게 됐다. 기도하러 오는 이도 생겼고, 낮에 성경 공부를 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전에는 이런 활동들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휠체어를 탄 교인을 차에 태우고 이동하려면 힘을 쓸 수 있는 성인 남성이 필요하다. 평일에는 이들이 다들 직장에 가 있어 교인들이 예배당에 오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접근성이 확보돼 차량 운행을 하지 않아도 교인들이 쉽게 올 수 있으니, 평일에도 교회가 북적인다.

어수선해도 괜찮아

교회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활공동체를 만들었다. 2001년, 교회·사찰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최 아무개 씨를 만난 일이 계기가 되었다. 둥지교회는 예배당 남는 공간에, 오갈 데 없는 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2013년 교회 건물을 매입할 때 빌린 돈으로 대구시 달성군 지역에 두 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빌라를 신축했다. 남성 생활공동체는 '셋둘삶터', 여성 생활생활공동체는 '아름다운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은 보건복지부 시설로 인가받아,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자립할 때까지 임시로 지내거나, 자립하다가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다.

둥지교회는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사진 제공 둥지교회
예배당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성경책이 구비되어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조성해 놓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둥지교회 교인 중 2/3가 장애인이다. 대다수가 지체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여러 유형의 장애인이 있다. 교회는 비장애인, 장애인 가릴 것 없이 함께 예배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처음 온 사람에게는 예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예배 시간에 교인이 강대상으로 뛰쳐나오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에 가는 이들도 있다.

"예배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산만하지만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는 큰 문제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온 지 얼마 안 돼 예배 시간에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예배에 적응합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교회는 한 공동체입니다. 장애, 비장애로 구분해 따로 예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성경책, 점자 찬송가를 구비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찬송가, 설교문을 미리 배부한다. 지체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탄 상태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다. 예배당 한쪽에는 별도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강대상 옆에는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강도 만난 자 이웃은 누구

신경희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 담긴 예수의 가르침이 바로 둥지교회가 추구하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예수가 비유를 말하기 전, 율법 교사가 예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그러자 예수는 율법 교사에게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려주며 반문한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겠느냐고.

"율법 교사는 자기 기준으로 묻습니다. 누가 나의 이웃이냐고. 그렇지만 예수님은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며 질문을 뒤집습니다. 율법 교사의 기준과 예수님의 기준은 달랐습니다. '나'가 아니라 '강도 만난 자'였습니다. 우리도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려고 합니다.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며 사역하려고 합니다.

교인들 중 중증 장애를 겪는 이도 많습니다. 저는 중증 장애를 경험하지 않았기에 절대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좌약을 넣고 배변하는 이도 있고, 성인 기저귀를 차고 교회에 오는 이도 있습니다. 하루, 한 시간, 일 분도 그들 삶을 살아 보지 못했기에 제 생각과 이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예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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