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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함께 부상하는 '보수' 기독교

대통령 취임식·기도회 '복음주의자' 대거 등장, 내각에도 임명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1.23  22: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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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1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역대 대통령처럼 트럼프도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 선서할 때는 종교 지도자 여섯 명이 나와 성경 구절을 읽었다. 보수 기독교로 분류되는 '복음주의자'(evangelist)가 네 명이었고 가톨릭 신부, 유대교 랍비가 한 명씩 참석했다. 트럼프는 개신교를 대표하는 사람을 모두 복음주의자로 채웠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복음주의 진영의 도움을 받았다. 복음주의 진영이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개신교를 이루는 두 분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국 기독교는 장로교·성공회·루터교·감리교를 아우르는 '주류 개신교'(mainline protestant)와 침례교·오순절파, 한국에서 이단으로 분류되는 신사도파 등을 포함한 '복음주의' 진영으로 나뉜다. 주류 개신교와 복음주의는 동성애·낙태·총기 등 미국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명확하다.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기독교인은 주로 주류 개신교인들이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 두 번째 취임식 때는 기독교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 대표 짐 월리스(Jim Wallis)도 함께했다.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당시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가 설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복음주의자들이 대거 취임식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2017년 1월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백악관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트럼프의 복음주의자들

트럼프를 지지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주로 미국 중·남부 '바이블 벨트'(Bible belt)에 기반을 둔 이들이다. 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 등이 이들의 주 활동 무대다. 이들은 2009년부터 시작된 '티파티 운동'에도 참여했다. 티파티는 당시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에 반대하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미국을 다시 기독교 국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운동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1월 19일, 워싱턴 D.C의 한 교회에 그를 지지해 왔던 복음주의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제임스 로비슨(James Robison) 목사는 "트럼프처럼 매력적이고 겸손하며 온화함을 표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가 국부 없는 나라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달라"(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대로 나라의 지도자 역할을 못했음을 가리키는 말 - 기자 주)고 기도했다.

제임스 로비슨은 'TV 부흥사'(televangelist)다. TV 부흥사는 미국에서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번영신학을 설파하는 목사들을 지칭한다. 그는 1980년대부터 보수 기독교가 주축이 된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진영과 함께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나 갑자기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다. 2010년 오바마의 2차 집권을 막기 위해 다시 나타났다.

동성 결혼·낙태 반대에 앞장서 온 제임스 돕슨(James Dobson) 목사도 기도회에 참석했다. 지금은 라디오방송을 진행하는 그는 포커스온더패밀리(Focus on the Family)라는 보수 단체 창립자다. 의회 내 보수 기독교인이 제안하는 법안을 로비하는 미가정문제연구소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를 만들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가 주장하는 '가족의 가치'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돕슨은 공화당 대통령 경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와 경선했던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주 상원의원을 "미국을 이끌어 가기에 도덕적·영적으로 가장 탁월한 후보"라며 지지했다. 돕슨은 크루즈가 경선에 떨어지자, 지난해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가 진심으로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믿는다"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폴라 화이트(Paula White)는 케이블 채널에서 번영신학을 설파한다. 폴라 화이트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트럼프를 보수 복음주의 진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Paula White)도 TV 부흥사다. 폴라 화이트가 전 남편 랜디 화이트(Randy White)와 함께 설립한 '위드아웃월즈인터내셔널'(Without Walls International)은 매주 2만 5,000명이 참석하는 메가 처치로 성장했다. 폴라 화이트는 2007년 남편과 이혼한 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흥사 베니 힌(Benny Hinn)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폴라 화이트는 2015년 록 가수 조너선 케인(Jonathan Cain)과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폴라 화이트는 이후 올랜도시에 있는 뉴데스티니크리스천센터(New Destiny Christian Center)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화이트는 다른 TV 부흥사들이 그렇듯 주로 번영신학을 설파한다. 하나님을 믿으면 건강과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하는 설교의 주 골자다. 폴라 화이트는 트럼프의 종교 조언자 그룹 중 제일 위에 이름을 올렸다.

빌리 그레이엄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다. 페이스북에서 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선거 전 전국을 돌며 기독교 가치를 우선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기도회를 열었다. 평소 동성애·이슬람 반대에 앞장섰던 그가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레이엄은 1월 2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 구절을 읽는 순서를 맡았다. 그는 "트럼프가 연설을 위해 강단에 오를 때부터 비가 왔다. 성경에서 비는 하나님의 복을 의미한다. 트럼프와 가족, 그의 행정부에 하나님의 복이 함께하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호모포비아·창조론자·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 내각 입성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를 이끌 각료 14명을 선임했다. 현재까지 상원의원 청문회를 통과해 인준받은 장관은 두 명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임명한 장관 후보자 면면을 살펴보면 여기도 보수 기독교인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이미 합법화된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소수자 차별을 법제화하며 성경에 나온 창조론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앞장서 '보수 기독교' 가치를 수호하는 이는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이다. 그는 인디애나주지사로 재직할 당시, 사업주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성소수자·무슬림·유대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펜스 부통령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소수자 전환 치료'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으며 이를 적극 지지해 왔다.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보수 기독교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 백악관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주택장관에 임명된 벤 카슨(Ben Carson)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안식교) 교인이다. 미국에서 안식교는 이단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트럼프와 함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카슨은 일찍이 출마 의사를 접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그는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창조론자다.

보건복지부를 이끌 톰 프라이스(Tom Price)는 장로교인이지만 남부 조지아주 상원의원이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낙태·피임에 반대한다. 정형외과 의사인 프라이스는 낙태와 유방암 발병이 관련 있다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는 내용을 담은 저널 발표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미국연합감리교회 교인인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법무장관 지명자는 인종차별 의혹을 받고 있다. 남부 앨라배마 출신인 세션스는 다니고 있는 교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방연회에 대의원으로 선정된 적도 있다. 세션스는 1985년 미국 흑인 인권 운동 단체 NACCP를 가리켜 "비미국적이며 공산주의에 물든 단체"로 폄하하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를 옹호했다는 의혹을 받아 과거에도 연방판사 지명이 거부된 전력이 있다.

트럼프는 과거 기업을 운영하며 줄곧 세속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는 본인이 진행하는 TV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회당 300만 달러(한화 약 35억 원)를 받고 출연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트럼프의 음담패설 음성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트럼프지만, 그는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미국 남침례신학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존 D. 와이즐리(John D. Wisely) 교수는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종교인, 특히 보수 기독교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는 주로 유대인·기독교인 등과 소통하고 싶어하기에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다. 따르는 사람이 많은 보수 기독교인들과 연합하면서 종교를 가진 이들이 기억할 만한 의미심장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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