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남짓한 트럭 위에서 음식을 파는 문희준 목사(사진 왼쪽)와 이민우 전도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자비량 사역을 위해 '푸드 트럭' 운전대를 잡은 전도사와 목사가 있다. 이들은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뉴욕핫도그, 크루아상타이야끼(프랑스식 붕어빵), 어묵을 판다. 한 명이 기다란 나무 꼬치에 어묵을 꽂을 동안, 다른 한 명은 크루아상을 만든다. 몸을 비틀기도 좁은 공간에서 손발을 맞춰 가며 일한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라는 간판을 내걸고 거리에서 장사하는 이민우 전도사(35)와 문희준 목사(32) 이야기다.

서울신학대학교를 나온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다. 현재 세벗교회에서 함께 목회하고 있다. 세벗교회는 작은 교회를 꿈꾼다. 교회 모토 중 하나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이다. 교회 건물도 없고, 헌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 목사·전도사 사례비도 없다. 목회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사회에 흘려보내자는 게 교회 방침이다. 목회자는 교인들처럼 직접 벌어 생계를 이어 간다.

"붕어빵 장사나 할까?" 장난처럼 내뱉은 말에 푸드 트럭을 시작했다. 1월 21일 문을 열었다. 개업 전 이민우 전도사는 의료 기기 회사 컨설팅 일을 했다. 문희준 목사는 교회 개척과 영어 학원 강사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자비량 목회를 하겠다는 두 사람의 신념은 확고했다. 마침 이 전도사와 문 목사가 몸담고 있는 단체 '개혁을고민하는사람들의생활비'가 창업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등 힘을 실어 줬다.

자비량 목회자는 보통 택배·편의점·카페·막노동 등을 한다. 이들은 왜 푸드 트럭을 선택했을까. 1월 23일 부천 서울신학대학교 앞에서 만난 이 전도사와 문 목사는 특히 신학생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희준 / 신학생들 고민 엄청 하잖아요. 임지가 없다 보니 걱정하는 친구가 많아요. 더 큰 문제는 한국교회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교회 안에서 할 일만 찾다 보니 그러지 않나 생각해요. 조금만 고개를 돌려 보면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조금 힘이 들 수 있지만, 장사하면서 목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자 해요.

트럭에는 '우리가 여기 온 이유'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가 여기 온 이유'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띈다. 몇몇 손님은 간판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물었다. 그럴 때면 두 사람은 목사와 전도사인 점을 밝히며, 돈 벌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신학생도 어려운 이웃에 해당한다.

이민우 / 모교인 서울신학대학교와 MOU를 체결했어요. 학교는 우리에게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고, 저희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려 해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역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요. 벌어들이는 수익 중 일부는 장학금으로 쓸 예정이에요.

교계에서는 목회자 이중직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자비량도 충분히 '목회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인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만큼 좋은 이해 도구는 없다고 믿는다. 문 목사는 "자비량 사역도 좋은 목회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한 교우는 '목사님도 추운 데서 일하는데 힘내세요'라고 응원할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목회자가 자신들과 같이 자비량 목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처한 삶에 맞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면 된다고 믿는다. 자비량만이 한국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저 교회가 커지는 데 힘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길 바란다.

이민우 / 저는 목회자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일이 교인의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위한 사역이 돼야 한다고 믿어요. 그래야 하나님나라가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간혹 어떤 분들은 "돈 많이 벌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물어요. 맞는 말씀이죠. 하지만 그저 저희만 잘 먹고 잘살려 하지 않아요. 수익도 내놓을 생각이에요. 신학생들이 이런 데서 영감을 얻으면 제2·제3의 푸드 트럭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출발하는 단계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장사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또 규제가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푸드 트럭은 각광받는 직종이 아니다. 아무 곳에서나 장사할 수도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원지, 관광지, 공원, 체육 시설 인근에서만 장사할 수 있다.

문희준 / (푸드 트럭은) 서민들이 주로 하다 보니 규제는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고 해요. 법 테두리 안에서 지킬 건 지키면서 할 생각이에요. 세벗교회가 그렇게 하듯이, 장사를 통해 수익의 일부분은 사회에 내놓을 거예요. 2년 정도 고생하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다음에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 떠날 생각입니다.

푸드 트럭은 2년 정도 해 볼 생각이다. 노하우가 생기면 도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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