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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송병현 교수 표절 사실상 인정

'표절반대' 공익성 인정…과장된 표현만 손해배상·삭제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7.01.21  17: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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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법원이 송병현 교수(백석대학교)의 저작 <엑스포지멘터리: 창세기>(창세기)에 대해 사실상 표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5년 온라인에서 시작된 신학 서적 표절 논란과 관련한 첫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표절 문제 제기에 공익성이 있고 제기할 이유도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송병현 교수는 작년 4월,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표절반대) 운영자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와 맹호성 이사(저작권 에이전시 알맹2)에게 손해배상 3억 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1월 13일, 이성하 목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맹호성 이사에게는 일부 표현이 송 교수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익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해 1,000만 원을 배상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출처 표기, 재인용 방식 문제"
'도둑·친일파' 표현도 허용
민사 외에 형사소송 또 있어

재판부는 상세하게 송 교수 저작을 판단했다. 판결문은 총 166쪽에 달한다.

먼저 재판부는 표절 문제 제기의 공익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국내 신학 서적에 표절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인식하에 표절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내 신학계 자정을 촉구해 온 점 △제보받거나 스스로 접한 신학 서적 전반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던 중 송병현 교수에 관한 제보를 받아 연구하기 시작한 점 △송병현 교수가 신학대학교 교수로서 자신의 연구 성과로 <창세기>를 출판했고, 후학들이 연구 과정에서 이 책을 인용하고 참고했으며, 다수 독자가 이 책을 구입한 점을 비추어 볼 때, <창세기>에 대한 표절 제기는 공적 관심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가 표절이라고 문제 제기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단은 대부분 페이스북 그룹 표절반대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과 같다.

첫 번째는 출처 표기 방식이다. 송병현 교수는 <창세기>에 내주(內註·본문 텍스트에 괄호와 함께 출처를 표기하는 방식)를 달아 왔다. 책 앞부분에는 별도로 '참고 문헌' 목록을 표기했다.

재판부는 책 내용 중 참고 문헌 목록에 없는 연구자의 이름이 내주로 달려 있어서, 어떤 책의 어떤 부분을 인용하거나 참고했는지 파악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참고 문헌 목록에 있는 학자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인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일부를 인용했는지 전부를 인용했는지, 단순 참고하기 위해 각주를 단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즉, 출처 표기 방식만으로는 송병현 교수의 연구 성과와 다른 학자의 연구 성과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송병현 교수가 주로 참고한 다섯 학자의 저작 인용 문제다. 송 교수는 해밀턴(Victor P. Hamilton), 매튜스(Kenneth A. Mathews), 왈키(Bruce K. Waltke) 등 학자 5명의 책을 주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견해가 송 교수 저작에 등장하는데도 출처 표기 없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했다. 여러 문장을 인용하면서 내주를 포괄적으로 달아 "원고(송병현 교수)의 사상·아이디어와 타인의 사상·아이디어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2차 저작물에 나타난 인용 표시, 즉 재인용에 관한 부분도 문제라고 했다. 재판부는 예시를 들어 가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병현 교수가 참고했다는 해밀턴 주석서에는 "(Vawter, On Genesis, p.85); See also von Rad, Genesis, p.95; Skinner, Genesis, p.84; Westermann, Creation, p. 103; idem, Genesis, 1:266)"라고 출처 표기가 되어 있지만, 송병현 교수 책에는 "(Vawter; von Rad; Skinner; Westermann)"으로만 출처 표기가 돼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각 원 저작물들을 모두 검토·고려하였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송병현 교수는 '일반 지식'의 경우 출처를 일일이 표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서적의 상당 부분이 일반적 지식으로 통용되고 특정 연구자의 독창성이 소거돼 있어 누구나 임의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지 성경 해설서 또는 주석서라는 이유만으로 출처를 표기할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법원은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가 표절 여부를 분석하면서 페이스북 '번역이네 집'이나 '표절반대'에 게시물을 올린 행위도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고들이 단독으로 표절 분석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지식·경험을 공유하여 국내 신학계의 광범위한 표절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송병현 교수는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가 표절 문제를 제기하면서 명예를 훼손할 만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바느질·먹튀·도둑·도난·친일파·쓰레기·빈대' 등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절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훔치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했다. 먹튀 같은 표현은 연구 부정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표절에 대한 강조 표현으로, 쓰레기, 빈대, 친일파 같은 표현은 이런 정도의 구습과 패악은 근절돼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맹호성 이사가 표절 의혹 제기를 넘어 송병현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맹 이사가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 송병현 교수 책이 민형사상 문제 있는 것으로 단정하는 글을 올렸고, 해외 저작권사와 저자를 대신해 민형사 소송에 나설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며, 저작권 에이전트 신분으로 백석대에 송 교수 책을 절판하라고 한 것은 위법이라고 보았다.

송병현 교수와 이성하 목사, 맹호성 이사 사이 소송은 하나 더 있다. 송 교수는 작년,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를 형사고소했다. 맹 이사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는데, 송병현 교수가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이성하 목사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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