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이 1월 17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을 켰다. 주제는 '탄핵과 탈핵'.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여느 집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촛불을 켠 시민들은 '탄핵 다음은 탈핵', '동남권 핵발전소 즉각 폐쇄'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핵발전소 이제 그만!'이 적힌 현수막을 등에 두른 어린아이도 눈에 띄었다. 집회 장소 뒷편에는 녹색당원들이 손수 만든 '박정희가 시작한 핵발전소 박근혜와 함께 OUT'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펼침막도 있었다.

1월 17일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이 '탄핵과 탈핵'을 주제로 촛불 집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정치권, 탈핵할 수 있는 제도 만들어야

현장에서는 탈핵의 중요성과 핵발전소(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제남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이경자 부대표(노동당), 이유진 위원장(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이 발언자로 나섰다.

이경자 부대표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의 문제점을 짚었다. 원전 가동에 사용된 연료는 후에 배출되는데 이것을 사용 후 핵연료라 한다. 반감기 기간만 10만 년인 사용 후 핵연료는 방사선 배출량이 높아 신체에 위험하다.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현재 핀란드만이 지하 암반에 영구 처분을 시도해 보겠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한국 역시 처리 방법을 모른다. 원전 내에 임시 저장할 뿐이다. 몇 년 후에는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까지 포화될 예정이다. 이 부대표는 원전을 더 짓겠다는 정부 정책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위원장은 "이제는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율을 더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근거로 원전과 석탄 발전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는 2029년까지 신규 원전을 11개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녹색당이 시민 1,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7%는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것이 국민의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이 국민의 바람을 정책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법률은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 유리하게 돼 있다. 이유진 위원장은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지역에너지전환지원법 등을 새로 제정해 한국이 탈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녹색당은 2012년 '2030 탈핵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탈핵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용량은 높지만 전기 요금은 싸게 책정된 산업 전기 요금을 50% 이상 올려야 한다. 산업계가 한국 전체 전기 생산량의 60%를 사용한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은 자가 발전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외 원전으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반영하는 세금 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한국도 탈핵할 수 있다." 김제남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은 한국이 탈핵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국도 탈핵 가능한가요?
잠재력 있는 태양광발전기 있다

김제남 본부장은 탈핵 가능성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광화문에서 탈핵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이다. 참여자 중에는 탄핵 서명인 줄 알고 왔다가 설명을 듣고 탈핵의 필요성을 배우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김제남 본부장에게 묻는다.

"위험한 건 알겠다. 그런데 원전 멈추면 우리 블랙아웃 되는 거 아닌가? 대안 있나?"

김 본부장은 시민의 질문에 "대안이 있다. 대안이 있으니 다른 나라도 탈핵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단 한국 전력 예비율이 20% 가까이 된다고 했다. 전력 예비율은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크타임에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력 상태를 말한다. 이 수치는 한국에 이미 전력이 많이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김 본부장은 신규 원전이 필요 없고, 노후된 원전을 1년에 하나씩 폐쇄하면 2040년까지 탈핵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제남 본부장은, 한국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신재생에너지백서>를 근거로 '태양광발전기'를 대안으로 꼽았다. <신재생에너지백서>는 한국의 태양열 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이 7,451기가와트(GW)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원전 7,451개가 가동될 수 있는 정도다. 태양광발전기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수치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후쿠시마 핵 사고 후 2022년까지 탈핵을 이루기로 발표했다. 이후 로드맵을 그대로 실천했다. 에너지 점유율 10%였던 태양열 에너지를 20%이상으로 올렸다. 사용율 20%였던 원전은 10%대로 떨어뜨렸다. 관련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었다. 불과 6년만이었다. 한국 역시 태양광 개발에 최우선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편성하면 가능하다. 최근 대통령 후보들이 탈핵을 공약으로 말하고 있다. 탄핵을 원했던 국민 뜻을 국회가 받든 것처럼 탈핵 문제도 정치가 구체적인 대안으로 응답해야 한다."

탈핵에 관심 있는 시민은 원전을 반대하는 100만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 현재 10만 명이 서명한 상태다. '잘가라!핵발전소100만서명운동본부'는 시민에게 받은 서명을 2017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을 폐쇄할 것을 요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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