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5년 전 밀양에서 주민 한 분이 돌아가셨다. 분신했다. 한국전력(한전)이 세우는 765kV 규모의 송전탑 때문이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 온 이치우 어르신은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2012년 1월 16일 몸에 불을 질렀다.

이 어르신의 죽음 이후 한전은 두 달간 공사를 중단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제 몸과 굴착기를 쇠사슬로 묶으며 저항했다. 2013년에는 유한숙 씨가 음독 자살을 했다. 그러나 결국 2014년 9월 밀양 5개 면에는 송전탑 69기가 모두 들어섰다.

송전탑을 반대한 밀양 주민과 연대자들은 이치우 어르신의 5주기를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미 송전탑은 다 들어섰고,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도 그 송전선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 끔찍한 행정대집행도 당했고 법원과 검찰청, 경찰서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밀양 마을 공동체는 갈가리 찢기고, 수많은 상처들로 뒤척이고 있다"고 했다.

연대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밀양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손잡으며, 수많은 모순과 폭력을 바로잡으며 이치우 어르신의 증인이 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연대자가 올리는 글 전문.

<故 이치우 어르신 5주기를 맞아 영전에 올리는 글>

어르신, 그곳에서도 평안하셨습니까. 저희들을 기억하시지요? 밀양에서 함께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싸워온 주민과 연대자들입니다. 어르신께서 저 세상으로 떠나신 지 이제 만 5년이 흘렀습니다.

이미 송전탑은 다 들어섰고,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도 그 송전선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30개 마을 반대 주민들은 이제 200여 세대 남짓 남은 합의 거부 주민들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도 223번째 촛불을 밝히며 언제나처럼 이 추운 날 영남루 앞에 모여 있습니다.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

우리는 지난 5년간 힘들 때마다 어르신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리곤 하였습니다. 일생 일구어 온 삼형제의 농토를 하루아침에 끔찍한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빼앗아 가버린 한국전력과 그들이 고용한 용역 깡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은 뒤, 노인들의 참담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어르신께서 남기신 그 한마디는 온 나라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동안, 핵발전소 건설과 마구잡이 송전선로 건설은 큰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전이 매년 2,0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송전선로 보상비로 쓰게 되었고, 200km에 이르는 신울진-신경기 765사업이 변경되었고, 송전선로 건설을 하지 못해서 초대형 핵발전소 건설이 유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끔찍한 행정대집행도 당했고, 법원과 검찰청, 경찰서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밀양은 마을 공동체가 갈가리 찢기고, 수많은 상처들로 뒤척이고 있습니다.

이치우 어르신! 우리는 그저 '진인사대천명', 사람의 일을 다 하고 그 나머지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 지금껏 해 왔듯이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밀양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가며, 싸워가며, 언제나 그러했듯이, 버텨가며, 손잡고, 굴복하지 않고, 수많은 모순과 폭력을 바로잡으며, 이치우 어르신의 증인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어르신, 그곳에서도 내내 평안하시길 비옵니다. 우리를 굽어살펴 봐 주세요.

2017년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 5주기를 맞아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연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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