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재판국 전원 일치의 의결에 따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그 직권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작년 2월 5일,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장로와 집사 12명을 제명·출교 처리했다. 당회원으로서 고의적으로 당회에 불참했으며, 갱신위를 조직해 교인을 선동하고 교회를 분리했다는 이유다.

당시 사랑의교회는 주요 사항을 의결하기 위해 당회원 2/3 찬성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가 1/3이 넘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재판 결과로 갱신위 장로가 제명되면 오 목사를 지지하는 당회원이 2/3가 넘어가는 상황. 이 중요한 재판의 국장은 오정현 목사 총신대 입학 동기였다. 재판국장에 임명된 후 사랑의교회에서 오 목사를 만났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갱신위 교인들은 노회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에 공동의회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주 후인 2016년 2월 26일 "사랑의교회 정관 및 예장합동 헌법에서 장로의 권징과 임면은 당회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서울노회가 갱신위 교인들에 대해 권징 재판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채권자들이 치리장로에서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교회에서 죽고
법원에서 살고

교회 재판 판결은 사회 법정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그 직권"으로 판결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법원의 판결은 강제적인 성격을 갖는다. 교회는 결국 사회 법정의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인천 C교회 A 목사는 2016년 9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로부터 출교 판결을 받았다. 감리회 재판부는 "A 목사가 교회 권사와 간음했다"며 출교 사유를 밝혔다. A 목사는 사건을 사회 법정으로 가져갔다. 10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 목사가 신청한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감리회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했다.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를 면직·출교 판결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판결도 2016년 11월 법원에서 뒤집혔다. 법원은 총회 재판국이 교단 헌법과 시행 규정 네 가지를 위반한 채 재판했다고 지적했다.

감리회 소속 동대문교회 서기종 목사도 2016년 12월 말 대법원으로부터 출교 무효 판결을 받아 냈다. 대법원은 사리사욕으로 교회를 200억 원대에 매매했다고 판결한 교단 재판부 판단을 뒤집었다.

교회 재판은 본래 회복과 회개를 유도하는 성격이었으나, 지금은 특정인을 제거하려는 명목으로 빈번히 악용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할 수 있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변호사 자문 없이
목사·장로만으로 재판

왜 이런 사례가 많은 걸까. 먼저는 교회 재판의 전문성 문제다. 노회·연회·총회 재판부에는 법 전문가가 없다. 재판부 구성원은 목사와 장로다. 법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교단에서 잔뼈가 굵다는 이유로 재판부원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감리회 교단 헌법 '교리와 장정'은 연회 재판위원회를 교역자 5명, 평신도 5명, 감독이 지명하는 법 전문인 2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 전문인은 법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뜻한다. 예장통합 헌법은 노회 재판국을 목사 5인, 장로 4인으로 구성하고 그중 1인 이상은 법학사 학위를 가진 자 중에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학사 학위 소지자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뒀다.

예장합동은 노회·총회 재판국 모두 법조인 참여 규정이 없다. 2016년 9월 101회 총회에서 총회 재판국에 법조인을 2명 이상 배치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왔으나, "전문인의 자문을 구할 수 있음"이라는 결론만 내고 끝났다.

교단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규정하고 있으니 법 전문인의 자문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현재 법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단지 '법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재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예장합동 총회에서 활동하는 현직 변호사 심요섭 장로는 "목회자들은 총회 활동을 많이 하면 경험상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조인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 '우리는 하나님 말씀, 성경 가지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노회를 가면 재판 자체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임원들이 재판 절차라든지 사안의 중대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목사와 장로만으로 재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은 2016년 9월, 교단지 <기독공보>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재판에 전문성과 공정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비전문가들이 재판하니 재판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3심을 하는데, 우리는 5·6심 올라가는 것은 권위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교회들에 법률 자문을 해 주고 있는 김 아무개 변호사도 "목사들의 법률 지식, 헌법 이해 등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져 효율적 운영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총회·노회 차원에서 고문 변호사를 두고 법적 조언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식 부족으로 법률 자문이 활발하지 않은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직윤리운동본부장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재판 과정에 법률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신 목사는 "재판에 참석해 보니 변론할 권리부터 재판 연기 신청까지 기본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절차상 하자를 유발하지 않으려면 법률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교회 재판은 목사들이 해야 한다는 '장로 정치'의 신학적 사고방식이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봤다.

감리회는 2016년 12월 감독회장이 나서서 감리회법률자문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서로 다른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을 한데 모아 각종 중요한 재판에 자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감리교인 변호사 1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투입돼 두루뭉술한 헌법 조문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고쳐야 법리 적용 오해의 소지가 줄어든다. 감리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에서 활동한 교단법 전문가 황광민 목사(석교교회)는 교단 헌법 조항을 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문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교단에 하도 도둑이 많았다. 이 사람들 막으려다 보니 감리회 헌법(교리와 장정)의 많은 부분이 보완·강화됐다"고 했다.

예장통합은 총회 홈페이지에 재판 결과를 보고한다. 주요 교단 중 판례를 남기는 곳은 예장통합 외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예장통합 총회 재판 또한 재심에 재심을 거듭해 6심까지 거듭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장통합 101회 재판국 보고서 갈무리
판례법 없는 교단
재판 결과도 비공개

판례법이 없다는 점도 교회 재판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사회 법은 실정법과 더불어 판례법을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하급 법원도 유사 사례를 다룰 때 대부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다.

매년 각 교단 총회 재판국은 수십 건을 판결한다. 감리회는 감독회장 선거 사태를 겪으며 셀 수 없는 재판과 특별재판을 치렀다. 그러나 예장통합만 재판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시할 뿐, 나머지 교단은 재판 결과는 고사하고 재판 자체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동식 목사는 "재판이 있어도 그 개인만의 재판이다. 기존 유사 사례를 참고하거나 비교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단이 또 하나의 준거로 삼을 수 있도록 판례집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요섭 장로 또한 판례법 정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장로는 "교회법 판례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 법은 판례를 법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교단은 판결을 종합하고 정리한 사례가 없다. 교단도 판례법을 정비하고 이를 인용해 권징 조례 항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요직, 뇌물 수수 자리로 전락

잿밥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문제다. 일부 목사·장로는 교회 재판국을 공정성보다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해 왔다. 교단 총회 재판국 자리는 목사들이 가고 싶어하는 '요직'으로 분류된다. 심요섭 장로는 "예장합동에서 총회 재판국 가면 마치 대단한 권력 쥔 것인 양, 노른자위 부서에 들어간 양 행세한다"고 지적했다.

예장합동은 작년 101회 총회에서 교단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총회 재판국과 선거관리위원회를 신뢰하는가'라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72.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총회정책연구위원회는 "재판국원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판 결과에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교회 사건이 사회 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혁신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정현 목사와 총신대 동기인 김광석 목사가 갱신위 교인을 치리하는 재판국장이 되고,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는 평양노회가 지킨다"고 말한 김진하 목사가 전병욱 목사 치리 재판국원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 법에서는 충분히 제척될 만한 사유다.

뇌물 수수 사건도 발생한다. 예장통합 전 재판국장 오 아무개 목사는 2016년 8월, 뇌물 수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국장 신분으로 분쟁 중인 교회의 한쪽 편에서 돈을 받았다는 이유다.

신동식 목사는 "본래 교회 권징 재판은 회복과 회개를 목적으로 한다. 최소한도의 법만 집행해야 하는데, 지금은 특정인 특정 교회를 내치거나 정적 제거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은 그간 공천제로 선출하던 총회 재판국원을 작년 101회 총회부터 총대 직접 투표로 선출했다. 교단 서기 서현수 목사(송천서부교회)는 지난 12월 교단지 <기독신문>에 "그동안 재판국과 선관위를 요직으로 여겨 소위 총회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친 정치적 운용으로 나쁜 선례를 많이 남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목사들의 윤리 의식과 책임감이다. 황광민 목사는 "지금은 허술하게 판결하면 곧장 사회 법정으로 달려가는 시대다.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으나 이해관계에 따라 요청 들어주는 식으로 해서는 큰일난다.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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