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로가 대통령이 되고, 전도사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권한대행이 되고, 목사가 장관급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내정됐다. '잘나가는 개신교'라는 소리를 들을까, 아니면 세속에 눈먼 종교라 비판받을까.

개신교·가톨릭·불교 3개 종교가 모여 한국 정치와 종교 간 상관관계를 짚고, 정치권력과 종교 권력의 결탁 현실,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주관한 '한국 정치의 종교 과잉을 진단한다' 집담회가 1월 11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광서 대표, 김진호 목사(개신교), 조재현 사무총장(불교), 심현주 연구위원(가톨릭). 뉴스앤조이 최승현
파워엘리트 결집하는 강남 교회

개신교 대표로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가 나왔다. 김 목사는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 유착의 중심에 개신교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가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요소라는 말이다.

김 목사는 이를 강남권 대형 교회의 '장로 되기'(becoming a presbyter)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강남권 대형 교회에서 장로가 되려면 인맥·학연·지연·재력 등 파워엘리트로서의 요소를 다 갖춰야 한다. 교회 활동에 헌신해야 하고 재정 기여도(헌금)도 높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 사장이 되고 이후 정계에 진출한 그는, 국회의원 당선 후 교회에서 3년여간 주차 봉사를 마치고 장로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한때 유행한 신조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과 '사미자'(사랑의교회·미래를경영하는연구모임)에 대형 교회 이름이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진호 목사는 "교회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파워엘리트들과 연결망을 형성하기에 더없이 유용한 장소다. 여러 분야 엘리트를 주 1회 이상 매우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강남권 대형 교회 이상의 장소는 한국 사회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력을 유지하고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사회와 교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김진호 목사는 결국 개교회 자정 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단 차원의 개혁은 대형 교회라는 장벽 때문에 어렵다. 대신 중소형 교회 중 자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교단 헌법상 장로 임기는 70세가 될 때까지 무제한이지만, 일부 교회는 장로 임기제를 도입해 병폐를 막고자 한다. 민주적 정관을 제정하고 목사 재신임을 묻는 교회도 있다. 이 역시 교단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김 목사는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신앙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중소형 교회, 작은 교회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게릴라전 방식'으로 교회가 특정인의 사교 집단이 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파워엘리트가 약진했다. 전문가들은 종교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고, 오히려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정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청와대
'정치 참여 가이드라인' 제정해야

심현주 연구위원(우리신학연구소)은, 직업적 정치에 관해 단호히 선을 그었지만 개인의 영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개입은 정당하다고 선언한 가톨릭 '사목 헌장'을 소개했다. 먹고사는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아닌, 시민사회 정치 활동은 오히려 권장된다. 교회는 시민사회의 하부구조이기 때문이다.

심현주 위원은 종교인들이 직접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NGO 활동에도 참여하고, 사회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식으로 정치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조재현 사무총장은, 종교인은 정치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막연한 논리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정치와 종교 간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 참여에 소극적이다 못해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 불교계야말로 어떤 식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이나 교단 헌법, 또는 사목 헌장 등에서 사회 참여를 명문화한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정치 참여와 관련한 명문화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 사무총장은 불교계에 '입전수수'(入廛垂手)의 실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스님들이 그렇게 수행하고 깨달아서 뭐 하는가. 대승불교는 사회에, 저잣거리에 나가 개인과 중생의 아픔을 보듬으라는 입전수수 정신을 말하지 않는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거(외출을 금하고 한곳에서 길게 수행하는 것) 같은 것만 강조하고 있다. 스님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발제자들은 권력과 종교가 결탁한 사례를 한 가지 이상 소개했다. 강남 대형 교회 장로로 대표되는 정교 유착의 개신교, 4대강과 세월호 참사에 침묵해 명동성당 재개발권을 얻고 서소문 성지 개발권을 얻은 가톨릭, 국고보조금 수령과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위해 정부와 결탁하는 불교. 모두 자본과 종교, 정치가 혼합된 사례다.

이날 집담회 좌장을 맡은 종자연 박광서 대표는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사회적 활동으로 대중 앞에 서려면, 공공성에 관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공성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종교를 드러내려 하거나, 종교인이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면 곧바로 사회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종교가 세속적 권력을 가지면 폭발적 부작용을 낳는다. 인류가 전쟁을 통해 역사적으로 이를 무수히 경험해 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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