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회 출범 예배가 열린 정동제일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최초 교회라 알려진 서울 정동제일교회에 교단장을 태운 검은색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교회 마당에 대기하고 있던 양복 입은 관계자들은 하차하는 교단장을 한 명씩 에스코트했다. 이들은 교회 1층에 마련된 'VIP룸'으로 이동했다. 1월 9일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 감사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정동제일교회를 찾은 것이다.

한교총은 교단장들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를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러나 시작과 함께 논란을 낳았다. 안 그래도 많은 연합 기구를 또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교총은 개의치 않았다.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출범 감사 예배를 알렸다. 예배는 교단장들의 입장과 함께 시작됐다. 참석자 500여 명은 함께 찬양을 불렀다.

여러 우려를 의식해서였을까. 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은 환영사에서 한교총이 태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4의 단체니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니 (하며) 폄하한다. 그러나 오늘의 역사적 의미는 훼손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분열 시대를 벗어나 연합 시대를 열어 가는 역사적 날로 기록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평양대부흥운동 1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기독교는 대한민국 1대 종교가 됐다. 1,000만 성도와 함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역사적 시점에서 연합 기관 출범은 준엄한 하나님 명령이자 섭리다. 1,000만 성도는 순종해야 한다. 한교총이 대한민국과 북한의 복음화를 이루고, 세계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당당하게 나가는 역사적 날이 될 것이다."

설교자로 나선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의 메시지는 19대 대선을 향했다. '하나 됨의 힘'이란 제목으로 설교한 김 총회장은 종교개혁 500주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하나 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변했다.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은 19대 대선에서 기독교 입장을 담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 이슬람, 동성애, 목회자 납세, 이단 문제 등을 기독교 입장에서 말하고 반영해야 할 시대다. 물론 그동안 한기총·한교연 등 연합체가 많은 역할을 감당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이 시대는 더 힘을 합하여 결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큰 교단뿐만 아니라 작은 교단까지 힘을 합쳐서 대정부, 대사회 문제에 함께해야 한다. (중략)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쓰러지는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우고, 19대 대선에서 우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하나 될 때 힘이 된다. 하나 될 때 기적은 이뤄진다. 하나 된 힘을 가지고 주의 나라가 크게 쓰임받기를 소원한다."

설교 이후 예장고신 배굉호 총회장, 예장합신 최칠용 총회장, 예장개혁 이승헌 총회장이 각각 △국가 안정과 사회 통합을 위해 △남북통일과 민족 복음화를 위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의 축도로 1부 예배는 마무리됐다.

2부 출범식에서는 기하성 여의도 이영훈 총회장이 나서 경과를 보고했다. 이 총회장은 "2016년 3월 27일 교단장회의가 한기총·한교연을 포함 모든 교회를 하나 되게 하겠다는 선언을 발표했다. 여러 과정을 밟아 한교총이 시작됐다. 한교총은 한기총, 한교연과는 달리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명진 목사가 한교총 출범을 축하하는 화환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교총에 참여하는 교단장들은 새 연합 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각 교단의 신학적 특수성과 정통을 그대로 존중하며,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할 대국가적 사명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했다. 감리회 전용재 전 감독회장은 "기도하고 소원하기는 NCCK(교회협)까지 하나 되는 그날을 바라보고 시작하자. 함께 협력해 사회와 국가의 쾌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구세군 김필수 사령관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살아온 교단들이 하나 되기로 결심했다. 서로 존중하며 세상 악과 싸우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소금과 빛이 되는 일에 힘을 모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격려사를 전한 국민대통합위원장 최성규 목사는 한교총을 적극 지지했다. 최 목사는 "대한민국이 하나 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 (국민대통합위원장인) 저를 봐서라도 (한국교회가) 실제로 통합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교총 "이단 선별할 것"
다락방, 한기총 탈퇴

한교총은 선언문에서도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연합 단체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에 가입해 있는 단체들을 합류시키되, 이단은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이단 문제와 관련해 한기총에 가입해 있는 세계전도복음화협회(다락방)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교연은 사실상 류광수 목사가 이끌고 있는 다락방과 함께할 수 없다며 한기총에 이단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은 다락방을 '행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락방은 논란이 일자 9일 오전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다락방 측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 통합에 다락방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7일 (류광수) 목사님과 함께 상의해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다락방 문제가 해결됐다며 한교연과 통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기총 대표회장도 맡고 있는 이영훈 총회장은 한교총 출범 예배 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통합하는 데 있어서 다른 걸림돌은 없다고 본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감사하고, 이를 계기로 (한교연과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단 문제가 아예 종결된 것은 아니다. 류광수 목사가 소속된 예장개혁이 여전히 한기총 회원 교단으로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영훈 총회장은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교연은, 한기총이 류광수 목사와 관련돼 있는 교단을 해결하지 않으면 통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교연 관계자는 "다락방이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류 목사를 추종하는 이들로 구성된 예장개혁도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통합은 없다"고 말했다.

출범식 이후 주요 교단 관계자들은 손을 번쩍 든 채로 기념 촬영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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