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신앙에 묻고 있다>(홍성사)를 한 줄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책 전반에 매우 핵심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본 도서는 저자의 여러 생각을 엮은 것이기에 한 흐름에 파악할 수 없다. 그래도 과감하게 한 줄을 쓰자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과학의 도전에 응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에 대한 제언"이라고 하고 싶다.

저자는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으로 분리하는 것을 거부한다.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연결점을 지녀야 한다고 추구한다. 연결점을 가지려면 반드시 '과학'이라는 함수가 필요한다. 과학은 진리를 논의하기 전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과학을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가 세상에서 조롱받는 이유다. 저자는 과학이 사회적 통념이기에, 소통을 위해 과학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학과 신앙은 Double Think(모순)다. 두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두 신념을 융합한 기독교, 대립한 기독교, 굴복한 기독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순수 신앙을 세우기 위한 과학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과학은 반증 가능성과 잠정성을 갖고 있고, 신앙은 절대성을 갖고 있다. 세상에서 과학은 절대적 위치에 있고, 교회는 그 위치를 상실했다. 교회는 부당하게 과학으로 포장한 진화론을 억제하다가 절대 지위를 박탈당했다. 시대정신은 신앙을 배척해야 학문이 되는 구조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교회가 학문에 대한 섣부른 태도에 의해서 발생한 비극이다.

<과학은 신앙에 묻고 있다> / 이재엽 지음 /  홍성사 펴냄 / 192쪽 / 1만 원

저자는 과학의 즐거움(적벽대전의 과학), 반증 가능성 등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과학에서 확립한 절대 불변의 가치도 있지만, 불완전한 이론, 양면성(종의 기원, 용불용설 등)들도 있다. 저자는 과학에 대해서 종교재판을 가했을 때 패배의 원인을 '진지함'이 없음으로 제시했다. 타인에 대한 조소와 경멸하는 태도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영국이 진화론을 선택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 후 진화론이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교회는 과학에 대해서 경멸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를 반복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과학의 문을 닫으면 세상의 문을 닫는 것이고, 과학을 맹목적 신앙으로 대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저자는 과학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감동이 유효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이성의 역할에 대해서 피력한다. 거기에 신앙이 있을 때 비로소 전인격적 구원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진화론의 공격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와 원리에 대해서 매우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멘델의 유전법칙, 과학의 간결함의 원리에 대한 거부, 진화론, 우생학의 폐단, 지적설계론의 문제점, 인간다움 등이다. 

책이 얇기 때문에(192쪽) 가볍게 들었다가,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는 내용 때문에 깜짝 놀랐다. 단순한 과학 에세이가 아니라 저자가 가진 회심의 한 방을 적소에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에게 많은 견해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중요한 논거들을 제공한다.

<과학은 신앙에 묻고 있다>는 신앙과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든지 읽고 메모해서 다른 저술과 연결하며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핵심을 매우 간결하게 제시한다. 저자가 내놓는 제시는 송곳처럼 정곡을 찌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때 독자에게 독서 노트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단어들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메모해서 각 주제별(밈, 지적설계론, 로봇과 인간 등등)로 정리하여 입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과학 도서를 만날 때 비교하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과학은 인간을 학대하거나 학살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인간을 이롭게 했다는 양면성이 있다. 그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절대 진리를 믿는 그리스도인이 세상 과학에 매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은 그 희망을 보여 주었다. 피할 수 없는 과학도 뛰는 심장은 어쩔 수 없다. 카르페디엠.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경태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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