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뉴스앤조이 (뉴욕) = 경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1월 20일)에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참석한다. 지난 28일 톰 버락 대통령 취임준비위 위원장은 취임식 참석 교계 지도자 명단을 발표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자 백인 복음주의자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도 포함되었다.

12월 29일에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종교 신문 <Religion News Service(RNS)>와 한 인터뷰에서 "기도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 왔다. 29일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축복 기도 등 발언할 6명(그레이엄을 포함)의 교계 지도자 명단이 발표된 다음 날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취임식 날 기도가 대통령 당선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나는 매우 진지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인도와 지혜를 구하고 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이번이 세 번째 취임식 참석이다. 첫 번째는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인데 그때는 빌리 그레이엄을 돕는 역할이었다. 두 번째는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첫 날 축복 기도를 했다.

백인 보수적 복음주의자로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Billy Graham Evangelistic Association)와 국제 구호 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 대표이기도 한 그는 대선 기간 암묵적으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디시전 아메리카 투어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7,0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복음주의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RNS> 갈무리

그는 미국의 50개 주 수도에서 '디시즌 아메리카 투어(Decision America Tour)'라는 대규모 기도 집회를 열었다. 이 기도 집회에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미 대통령 선거를 놓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동의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하나님은 이 나라에서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 아래, 추위에 떨며, 눈과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사용해 일하실 것이다. 사람들은 기도하러 왔다. 그들은 내 말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기도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투어를 하기 몇 주 전, 공화당에서 나와 독립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공화당인 트럼프나 민주당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는 사실상 트럼프를 지지하는 발언을 끊임없이 해 왔다. 그는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는 많은 복음주의자 기독교인들이 당선인 자신을 에워쌀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클린턴이 하지 않았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복음주의자인 부통령 당선자 마이크 펜스, 주거및도시개발부 벤 칼슨, 리버티대학교 제리 팔웰 총장, 전 알칸사 주지사와 침례교 목사 마이크 허커비 등이 바로 트럼프가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다소 거칠지만, 기독교인의 조언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있는 단 한 명의 기독교인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그는 트럼프가 복음주의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고 그 증거가 '인사'라고 단언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매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낙태' 이슈가 그중 하나였다. 그레이엄은 "클린턴이 낙태 지원 단체에 대한 지지를 마치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95번째 생일 파티에 와서 프랭클린 그레이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한편, 선거 전 트럼프 캠페인이 발표한 잠재적 대법원 판사들의 리스트를 두고 그는 이러한 발언을 했다.

"그것은 이메일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나쁜 언어에 관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에 관한 것이며, 기독교인의 자유에 찬성하는 판사를 누가 임명할 것으로 믿는가.

나는 아마 하나님이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을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그건 앞으로 몇 년 동안 좋은 선택들을 할 기회를 줌으로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11월 선거 결과에서 신이 어떠한 역할을 했다는 신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달 초에 트위터를 통해 "결과에 개입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신이었다"라고 말했었다.

"결과에 개입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신이었다"라는 내용. 프랭클린 트위터 갈무리

지난 29일 <RN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러시아가 해킹하여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하나님의 역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단지 그는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한다 사실만을 안다"고 강조하며, 복음주의자로서 트럼프의 당선을 확실히 지지하는 말을 했다.

"내 생각에, 이 국가들이 그들이 했던 방식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해킹이 아니었다. 하나님이었다. 나는 하나님의 손이 일하고 있다고 믿으며, 기독교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백인 복음주의자의 대표적 지도자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통계가 그레이엄의 말로 대변되는 순간이다. 기독교인 중 소위 '거듭났다'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에는 '백인 기독교인' 지지가 결정적이었다고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및 언론들이 분석했다. 사진은 트럼프의 한 지지자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기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SNS 계정 갈무리

트럼프는 그의 언행과 삶의 궤적을 보았을 때 기독교 신앙에 대부분 위배되는 사람이다. 성적 부정행위, 인종차별, 맹목적 국수주의 정책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트럼프를 선택했다. 1월 20일 그가 미국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복음주의자가 뽑은 트럼프 정부는 과연 복음주의적인 선택들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전 세계, 특히 기독교인들이 주목할 것이다.

경소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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