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이종한 대표) 전 대표 이동현 씨는 올해 8월 <뉴스앤조이> 보도로 실체가 드러나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가 속해 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수도남노회는 긴급하게 임시노회를 열어 이동현 씨를 목사에서 면직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지만 교단 차원에서 사후 처리는 거기서 끝이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지도, 신학교에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지도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전 대표 성범죄뿐 아니라 단체 운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라이즈업은 <뉴스앤조이>가 사전 질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실한 사과문을 외부에 발표하기로 했다.

8월 8일, 라이즈업은 약속대로 이동현 씨의 성 문제, 단체 내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재정 관련 부분이 명시돼 있다. 헌금·후원금 외 수익 창출을 중단하고 6개월 내에 관련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역 전반에 걸쳐 회계감사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라이즈업 본부 및 각 지부, 학원, 대안 학교, 음향 사업, 대형 집회 등 라이즈업이 그동안 주도했던 사업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성 범죄 사실을 진정하고 대표직을 사임한 이동현 씨. 라이즈업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12월 6일 라이즈업은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부 내역은 밝히지 않고 감사를 진행한 삼덕회계법인이 지정한 권고 사항을 실었다. <뉴스앤조이>는 라이즈업 회계감사 세부 내역을 입수해 그동안 라이즈업이 수억 원대 후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써 왔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첫 번째 기사는 라이즈업이 운영하던 RTC학원에 관한 것이다.

회계감사에서 제외된 RTC, 합당한가

라이즈업은 교육 컨설팅 학원 'RTC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5년 2월 입시 위주 사교육 현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단체가 내세운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RPS(라이즈업 플래닝 스쿨)을 적용해 학생을 관리했다. RTC학원에 유명 강사는 없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며 인터넷 강의(인강)로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을 맡은 건 라이즈업에서 활동하던 대학생 멘토들이다.

라이즈업은 2015년 RTC학원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매일 훈련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가장 좋다. 바로 RTS가 그렇게 세워진 최적의 훈련소이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그래서 세워진 것이 RTC학원"이라고 설명한다. 충남 태안에 세운 대안 학교 RTS에서도 비슷한 교육을 하지만 이곳은 멀고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RTC학원이 더 접근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설명을 보면 RTC학원은 분명 라이즈업이 주력 사업으로 밀던 곳이다. 대표자 명의도 이동현 씨였다. 처음 시작할 때 라이즈업에서 일정 금액을 차입해 학원을 꾸렸다. 그럼에도 이곳은 이번 회계감사에서 제외됐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한 목사는 "애초 감사를 맡길 때 학원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라이즈업과 분리된 단체였기 때문에 감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는 것이다.

RTC학원과 다르게 라이즈업의 또 다른 주력 사업 RPS(대안 학교)는 회계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는 라이즈업에서 RPS로 얼마가 흘러 들어갔는지, RPS는 재정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제법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RTC에 관한 내용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동현 씨는 성 중독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취재 도중 RTC학원이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보도된 회계감사 기사를 보고 연락해 온 박용성 씨(가명)에게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박 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동현·이동호 형제를 옆에서 보아 왔고, 특히 이동호 선교사와는 지인이었기에 그의 진술에는 더욱 신빙성이 있었다.

라이즈업은 내부에서 훈련받은 학생들을 학원 선생으로 투입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 씨는 이동현 씨가 오랫동안 성적으로 학대한 A 외에 다른 여성 B와도 성관계를 지속했다고 폭로했다. B는 10년 전부터 라이즈업에 참여했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동현 씨 측근에서 라이즈업 사역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

박용성 씨는 12월 중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동호 선교사와 만나서 나눴던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이동호 선교사와 만날 일이 있었다. 단체 수습하는 과정에서 내부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 특히 자신은 형 이동현의 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A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학생 B와도 오랫동안 성관계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동호 선교사는 형을 가리켜 성 중독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도 사건이 드러나기 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가 많다. 이건 태국에 있는 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이동현 씨가 태국에서 한 여성과 함께 커플 마사지를 받고 나오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그곳은 부자지간이 가도 민망한 곳이다. 커플끼리 가면 티팬티 하나만 입고 전신 마사지를 받는 곳인데, 이동현 목사가 거기서 그 여성과 나오는 걸 목격했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뉴스앤조이> 기사가 나갔을 때, 나는 A가 다른 학생인 줄 알았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학생은 어디를 가도 이동현 씨가 데리고 다녔다. 필리핀에서 현지인들이 라이즈업 사역을 배우고 싶다고 왔을 때도 그 친구가 이 씨와 함께 필리핀 사람들을 전담했다. 나중에 이 친구가 해외로 나갔을 때 이 씨가 그 친구 있는 곳에도 다녀오곤 했는데 A가 아니었다.

예전에 이런 소문을 들었을 때 잠깐 동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금세 잊었다. 이동현 씨를 따르는 여학생이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씨가 A 한 명과만 그런 관계를 가졌을 것 같지는 않다."

박용성 씨는 <뉴스앤조이>에 제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동호 선교사를 만났을 때 그가 '<뉴스앤조이>가 라이즈업 회계감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더라. 사람들은 원래 금방 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제 다 잊었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 말을 듣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용성 씨는 사태가 터진 후 라이즈업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B와 또 다른 사역자 C가 함께 찾아와 라이즈업이 하고 있던 학원 사업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RTC학원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라이즈업무브먼트가 세운 곳이다. 현재는 전혀 다른 학원이 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실제로 라이즈업이 하던 RTC학원은 현재 전혀 다른 이름의 학원이 됐다. 법적으로 라이즈업과 아무 관계 없는 새로운 학원이다. B와 C는 함께 학원을 설립해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무근…학원은 정당한 가격 지불하고 인수"

C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8월 기사가 보도되기 전에도 라이즈업 내에서 B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있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부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고 했다. 학원을 넘겨받은 것도 이동현 씨와 아무 상관없이 이종한 현 대표에게 허락받은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무료로 받은 것도 아니고, 학원에 걸려 있던 채무를 깨끗하게 정리해 정당한 가격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학원을 넘긴 주체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답변이 다르다. C는 현 대표와 이 부분을 상의한 후 동의를 구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종한 현 대표의 말은 다르다. 이종한 대표는 "라이즈업 사건이 터지고 얼마 안 있어 중국으로 선교를 다녀왔다. 감사를 맡긴 것, 학원을 분리하기로 한 것 모두 내가 중국에 가 있는 사이 처리됐다.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씨와 이동호 선교사는 사건이 불거진 후 연락처를 바꿨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연락처를 수소문해 봤으나 알아내기 어려웠다. 라이즈업 한 관계자는 "이동호 선교사에게 두 번이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번호를 몇 번씩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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