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총신대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 교원 채용 시 여성을 차별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지 오래지만 한국교회는 상황이 다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고신, 한국기독교침례회 등 일부 교단은 교인을 양육하고 말씀을 전하는 '목사' 자격을 아직도 남성에만 국한하고 있다. '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교단 중 규모가 가장 큰 예장합동은 목사뿐 아니라 신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전임교원)도 대부분 남성 위주로 뽑고 있다. 교단 안팎에서 성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 없다. 문제 인식도 제자리걸음이다.

일례로 임태득 전 총회장은 2003년 11월 총신대학교(총신대·김영우 총장) 학부 채플 시간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어디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와"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2014년 9월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여성은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입학할 수 없도록 결의해 논란을 빚었다. 

이런 총신대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총신대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 교원 채용 시 여성을 차별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8월 31일 주문했다. 결정문은 12월 21일 공지했다.

인권위 진정은 총신대 강사였던 강호숙 박사가 김영우 총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수년간 총신대에서 강의해 온 강 박사는 2016년 2월, 돌연 강의 취소 통보를 받았다. 강 박사는 학교의 성차별에서 강의 취소 이유를 찾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를 인정받았다.

강 박사는 진정서에 "2012년 7월경 신학과 교수 채용에 지원한 진정인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탈락시키고, 총신대 신대원과 신학과 교원 채용 시 여성 지원자를 채용에서 배제, 부당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교원 채용 시 여성 차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총 교원 359명 중 158명이 여성이고, 전임교원 123명 중 31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신학 계열 학과에 남성 쏠림 현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학과의 특성에 따른 잠정적 결과라고 해명했다. 현재 총신대 신학과에는 전임교원 16명, 신대원에는 38명이 있다. 이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인권위는 강호숙 박사 손을 들어 줬다. 헌법이 규정하는 근로 영역 부문에서 총신대가 여성 차별 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은 교원 전체가 아닌 신학과와 신대원 교원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이다. 학교가 주장하는 교원 전체 남녀 비율은 적절한 항변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전공 분야 특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남성만이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거나, 신학이 남성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기 어럽다"고 했다.

총신대는 최근 7년간 여성 교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학교는 여성 지원자 수 자체가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 이유를 교단에서 찾았다.

인권위는 △교단 반대를 불사한 채 학교가 여성 교원을 채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과 학교가, 목사 되려는 사람을 가르치는 교원으로 여성을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신학과와 신대원 교원 채용 시 여성을 배제했다"며 이는 '여성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우 총장은, 총신대는 인권을 무시하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여성 차별 관행을 개선하라"는 인권위 주문에도 김영우 총장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김 총장은 12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학교는 인권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곳이 아니다. (교원 채용 건은) 나는 모른다. 인사처장과 논의하라"고 말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총신대 관계자는 가능한 한 인권위 주문을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에 밝혔듯이 (학교가) 여성 교원을 차별한 적 없다. 다만 목사를 양성하는 신대원과 신학과에 여성 교원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뭔가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앞으로 교직원 인사처와 협조를 통해 (신대원과 신학과에) 여성 교원을 채용해 가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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