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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에게 할랄 푸드 대접한 교회

일산 예훈교회, 시리아 이웃 위해 성탄 전야제 열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6.12.25  19: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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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시리아인 누르(24)는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려고 5년 전 한국으로 왔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선택했다.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공장에 들어가 중장비 수리를 시작했다. 시리아에 있는 가족에게 매달 돈을 부쳤다.

누르는 5년째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 때문이다. 전쟁은 많은 것을 바꿨다. 누르의 큰형은 2012년 반군에 가담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그의 고향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부 지역으로, 정부군 점령지다. 

누르는 한국에 거주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경기도 일산 예훈교회 식구들도 그중 하나다. 무슬림인 누르는 가끔 예훈교회 주일예배에 '놀러' 가기도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때도 그랬다. 경기도 일산 예훈교회(김용훈 목사)에서 열린 성탄 전야제 행사에서 누르를 만날 수 있었다.

예훈교회는 올해 성탄 전야제 행사를 조금 특별하게 준비했다. 누르를 포함해 인근에 거주하는 시리아인을 초대한 것이다. 경기도 일산 외곽에는 자동차 폐차장, 중장비 정비소 등 여러 공장이 있는데, 시리아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예훈교회는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는 시리아를 함께 기억하기 위해 이들을 불렀다. 시리아 전통 음식을 대접하고 교제를 나눴다.

예훈교회 교인들은 이태원을 돌며 구한 재료로 할랄 푸드를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저녁 7시, 교인들은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식탁 위에는 찜닭, 잡채, 가지김치 등이 놓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음식이지만 모두 할랄 푸드다. 김용훈 목사는 "오늘 초대 손님인 시리아 친구들을 위해 할랄 푸드를 준비했다. 모두 무슬림이기 때문에 이를 배려하고 싶었고, 시리아 고향의 맛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을 위해 예훈교회 교인들은 서울 이태원을 전전하며 재료를 공수했다. 시리아 전통 김치(마끄두스)를 대접하려고 아랍 사이트를 뒤지기도 했다.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진경호 씨가 요리법을 한국어로 번역해 교인들에게 알려 줬다. 마끄두스는 한국에 있는 가지김치 맛이 났다. 아랍 과자 기나페, 마끌루바 등 시리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도 준비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하나님의 평화가 있기를)." 시리아 친구들이 하나둘 오면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누르(24), 아흐말(26), 우바이(28), 빌렐(24)이다. 이들은 모두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전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괜찮느냐는 질문에 "고향은 폐허가 됐다. 가족들은 피난을 갔고, 전화나 이메일로 안부만 묻고 있다"고 아흐말이 말했다. 그의 고향은 반군의 거점지 홈즈다.

마디브(34) 가족도 이날 예훈교회를 찾았다. 마디브는 지난해 부인 아이샤와 자녀 8명을 데리고 시리아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이다. 그가 살던 알레포는 러시아·시리아 공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 가게와 집도 공습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현재 인천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열 식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빠듯하지만 마디브 가족 사례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민단체가 이들을 돕고 있다.

(왼쪽부터)우바이, 아흐말, 누르.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내전 때문에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지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누르와 마디브의 막내. 이날 처음 봤지만 금세 친해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누르·우바이 일행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예훈교회 교인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무엇이 제일 맛있었냐는 질문에 찜닭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도 닭고기, 양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했다. 기나페, 마끌루바도 한 움큼 짚어 먹었다. 우바이는 과자가 맛은 있는데 터키식 과자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마디브 자녀들도 오랜만에 푸짐한 식사를 만났는지 들떠 보였다. 아이들은 바닥에 과자, 과일을 흘린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었다.

이날 예훈교회 교인들은 시리아 친구들과 제기차기, 윷놀이 등 한국 전통 놀이를 즐겼다. 생소한 게임일 법도 한데, 시리아 친구들은 놀이에 쉽게 적응했다. 제기를 찰 때마다 사람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자, 마디브 씨 자녀들이 폭소했다. 윷이나 모가 나오면 한국인 시리아인 누구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교인들은 손님들을 위해 노래, 요요 공연, 짧은 연극 등도 선보였다.

평소 성탄절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에, 빌렐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었다"고 답했다. 빌렐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낸 성탄절은 처음이라며 즐겁다고 말했다. 아흐말도 크리스마스이브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마디브의 딸이 윷을 던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다

예훈교회가 시리아인들과 인연을 쌓게 된 건 이 교회 교인 진경호 씨를 통해서다. 진경호 씨는 학생 때 튀니지에 1년 동안 단기 선교를 다녀온 후, 중동에서 통역병으로 군 복무했다. 자연스레 아랍권에 관심을 갖게 된 진 씨는 한국에 와서도 현지에서 만난 무슬림, 난민들을 잊지 못했다.

지난해 어느 날 진경호 씨는 교회 인근 마트에서 우연히 우바이를 만났다. 진 씨는 이들에게 아랍어로 몇 마디 말을 걸었고, 이때부터 친구가 되었다. 올해 가을부터는 우바이 일행과 예훈교회 교인들이 매주 운동장을 빌려 같이 축구를 해 오고 있다.

김용훈 목사는 "예수님의 별명이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였다. 올해 성탄 전야제는 특별히 시리아 친구들을 위해 준비했다. 원래는 야외에서 축구를 한 뒤 바비큐 파티를 열려고 했는데, 날씨가 추워져서 계획을 바꿨다. 무슬림 친구들이라 교회 오는 걸 부담스러워 할까 걱정했는데, 흔쾌히 와 줬다"고 말했다.

성탄 전야 행사를 마치고, 예훈교회 교인들과 시리아인들은 일산 번화가로 나갔다. 광장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시민들로 붐볐다.

예훈교회 교인들과 시리아인들은 교회가 만든 피켓을 들고 시리아 내전 상황을 알렸다.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간인을 기억해 주세요",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교회가 제작한 에코백을 팔기도 했다. 수익금은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예훈교회와 시리아 친구들. 우연히 만나서 시작한 인연이 함께 저녁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일산 라페스타 광장에서 예훈교회 교인들과 시리아 친구들이 시리아 내전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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