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로마교회가 갈라진 대표적인 이유는 수위권 갈등이다. 수위권은 전체 교회 우두머리가 갖는 감독, 사법, 행정 등에서의 최고 권한을 의미한다. 10세기 기독교는 로마·콘스탄티노플·알렉산드리아·안티오키아·예루살렘 교회가 대표성을 갖고 있었다.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섯 교회 주교들이 로마 교회에서 공회를 열어 문제를 처리했다.

분열은 의장 교회인 로마 교회가 수위권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4개 교회가 이에 반대하자, 1054년 로마교회는 네 교회를 파문했다. 네 교회도 로마교회를 파문했다. 이후 로마교회는 가톨릭(보편적) 교회로, 4개 교회는 오서독스(정통적) 교회로 불렸다.

한국에도 오서독스 교회가 있다. 바를 정(正) 자를 붙여 한국정교회라 불린다(정교회는 앞에 국가 이름을 붙인다. 러시아정교회, 세르비아정교회, 루마니아정교회 등). 정교회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00년대. 러시아정교회 흐리산토스 쉐헤트콥스키 수도대사제가 서울에 소성당을 설립하고 정교회를 전파했다.

지난 11월 28일 교회협 회장으로 선출된 조성암 대주교는 취임사에서 교회 일치를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현 한국정교회 수장은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리스 조그라포스(한국 이름: 조성암) 대주교다. 그는 11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65회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교회협 역사상 외국인, 그리고 정교회 성직자가 회장으로 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앤조이>는 12월 20일, 서울 마포구 소재 한국정교회 성니콜라스대성당에서 조성암 대주교를 만났다.

조성암 대주교는 교회 일치를 강조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분열된 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회는 사회에서 부당한 정책·행정에 저항하고 정의로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암 대주교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교회 일치, 대화로부터 시작

- 지난달 교회협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외국인, 그리고 동방교회 주교가 교회협 회장으로 선출된 건 교회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인적으로 교회협 회장으로 선출된 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함께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교회협이 더 넓고 크게 외연을 확장하는 거라고 본다. 새로운 것을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기대를 갖는다.

초대교회 때 사도들과 사도 전승자, 교회는 새로운 지역과 문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양한 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배우면서 하나님 말씀을 증언했다. 개인이든 단체든 닫힌 자세로 외부로부터 고립하는 것은 자기를 해치는 행동이다. 마음을 열고 주변을 포용해 나가야 한다.

- 취임사에서 교회 일치를 강조했는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교회가 분열되는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교회 분열은 죄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분열하는 이유는 이기심에 있다. 첫째가 되려는 욕심,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사심 때문이다. 주님은 우리가 하나 되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분열되고 갈라진 교회 모습은 주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다.

내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다. 단순히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교회가 분열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탓하기 전, 개개인이 먼저 자기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1964년 정교회 아테나고라스 1세 총대주교와 로마가톨릭 바오로 6세 교황이 회담을 가졌다. 이날 이들은 "서로 눈을 보고 대화하자"는 말을 남겼다. 서로 보지 않고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치는 불가능한 일이다.

먼저 교회협 회장으로서 내년부터는 회원 교단을 방문해 서로 이해하고 알아 가는 시간을 만들려 한다. 교회협에 소속하지 않는 교단과도 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씨를 뿌리지만 이것을 성장시키고 거두는 이는 따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교회 일치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고 결과가 바로 나타날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교회 일치를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노력할 뿐이다. 하나님 도움이 필요하다. 나중에 하나님 뜻에 맞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조성암 대주교는 교회가 분열하는 이유는 첫째가 되려는 이기심에 있다고 꼬집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교회협 안에서는 일치에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당장 회원 교단 목사 중에서도 교회협을 비판하고 탈퇴를 주장하는 이가 많다.

어려운 현실이다. 각 교회가 교회협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교인에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겠다.

교회협 내부에는 교회협을 비판하고 일치에 부정적인 이들이 있다.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 이들이 지적하는 바가 무엇인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주장이 우리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근거가 타당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러 회의를 참여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본인들 얘기만 강조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상대방 얘기를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얘기하고 있으면 듣지 않고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고 앉아 있다. 이런 게 문제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계에서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 대형화, 세속화를 비판한다.

하나님은 누구도 판단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어느 특정 교회를 비판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모습을 놓고 말하겠다.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교회가 예수의 사명을 잃으면 세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성직자의 사명도 마찬가지다. 복음을 전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안정, 지위, 명예를 얻는 데 치중하면 교회나 성직자는 세속화할 수밖에 없다.

예수는 최후의만찬 전 제자들 발을 일일이 닦아 주셨다. 인자는 섬기러 왔다는 말씀을 남기고 스스로 본을 보이셨다. 예수님이 보이신 섬김의 자세가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성암 대주교는 제자들 발을 닦아 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한국교회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는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 편

- 12월 8일 교회협은 광화문광장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 목소리에 동참했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목소리 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교회는 항상 부당한 일에 대항하고 정의로운 일을 지지해야 한다. 과거 정교회는 사회 지도자의 실정을 비판하고 옳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4세기, 비잔틴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시민들이 일으킨 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했을 때 교회는 황제를 비판했다. 황제가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왔을 때 당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황제의 출입을 막았다.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빼앗았으니 교회에 들어오려면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간언한 것이다.

4세기 때 황제가 가난한 백성에게 세금을 과하게 책정한 일이 있었다. 당시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 대주교는 황제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부당한 세금은 옳지 않다며 정책을 폐기하라고 직언한 바 있다. 이후 시민과 납세 거부 투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 인권 운동을 펼칠 때도 야고보 대주교가 함께했다. 1965년 3월 27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때도 야고보 대주교는 킹 목사와 함께 손을 잡고 선두에서 서서 흑인 차별 철폐와 참정권 보장을 외쳤다.

교회는 억울한 사람들의 편이다. 인터뷰 내내 조성암 대주교는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2월 8일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성직자가 기도회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들이 드러났고 대다수 국민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가,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시민들과 함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에 세 가지 예를 들었던 것은 2000년 교회사를 돌아보면 교회는 하나님 뜻에 어긋나고 정의롭지 못한 일에 저항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교회는 억울한 이들,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사회 지도층을 향해 올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

- 일부 대형 교회 목사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호해 비난을 산 적도 있다.

교회가 특정 정당을 만들거나 지지하는 등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목회자가 예배 시간에 특정 정치인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모습이다.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분열될 수 있다.

목회자는 특정 정치인을 드러내 놓고 지지해서는 안 된다. 교인들에게 의롭고 바른 사람,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지지하라고만 말해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니콜라스대성당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당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로 보이고, 천장은 돔으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비잔틴 건축 양식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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