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는 9월 12일 5.8 규모의 지진 이후 여진이 555회 발생했다. 12월 12일과 14일에는 3.3 규모의 지진이 두 차례 발생하면서 시민단체들이 원전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8 규모 지진으로 가동을 멈췄던 월성원전 1~4호기는 12월 5일 재가동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과 달리, 월성원전은 지진에 대비하는 내진 보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부실 원전 재가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김용환 위원장)가 '대형 지진에 대비한 원자력 시설 안전 개선 대책안'을 마련했다. 원전에 있는 지진계에서 0.1G(지진 6.0 규모)가 감지되면, 정밀 안전 점검을 위해 원전을 수동 정지를 하게 된다. 9월 경주 지진 당시 수동 정지를 결정하는 데까지 4시간이 걸렸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수동 정지 결정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원안위는 수동 정지 건을 포함 지진 발생 시 정보 공개 등 대형 지진과 관련한 안전 대책안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대책안은 12월 22일 열린 제63회 원안위 회의에서 안건으로 채택됐다.

경주 지진 대비해 방지책 발표한 원안위

원안위는 △수동 정지 시간 단축 △원전 정보 공개 △지진동 설립 △지질 조사를 대책안으로 내놓았다. 수동 정지는 현재 규제 지침상 4시간 안에 결정하기로 돼 있다. 원안위는 이를 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또 한수원이 원전 수동 정지 예정 시간, 정지한 이유 등 원전에 대한 정보를 1시간 안에 국민에게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안위는 지진에 대비해 원전에 '면진동'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면진동은 원전 내부에 설치하는 것으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장소이다. 재난 상황을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면진동에 거주하며 사고를 수습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면진동은 사고 수습 거점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원전들에는 면진동이 없다. 원안위는 2020년까지 고리·한빛·한울 원전에 각각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면진동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원안위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을 재평가하기 위해 정밀 단층 조사를 하기로 했다. 5년간 285억 원을 투입해 지진 발생 지역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원안위가 대형 지진과 관련한 안전 대책안을 발표했다. 원안위의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사고 은폐한 원안위 불신...면진동은 반드시 필요"

원안위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실효성 있는 대안일까. 원전 사고로부터 국민을 지켜 줄 수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탈핵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원안위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환경운동연합)은 면진동 건설은 꼭 필요한 계획이라고 했다. 면진동은 시민사회가 원안위에게 꾸준히 권했던 내용이다.

그는 "영화 '판도라'를 보면 구조대원이 원전 바로 옆에서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피폭 때문에 밖에 서 있을 수 없다. 피폭 위험성 때문에 2~3시간마다 구조대원을 교체한다. 구조대원도 지역 주민처럼 사고 현장으로부터 10km 밖으로 물러나야 한다. 10km 떨어진 곳에서 구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면진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2020년까지 면진동을 세우겠다고 한 계획은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처장은 원안위가 정작 필요한 방지책, 주민 대피 계획과 방사선 물질 확산 시뮬레이션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선 물질 확산 시뮬레이션은 계절·시간별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어떤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야 방사선이 누출됐을 때, 시뮬레이션 자료를 토대로 바람 방향을 파악하고 지역 주민을 피폭 양이 적은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다. 양이원영 처장은 원안위가 방사선 물질 확산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관련한 자료나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정책위원장(녹색당)은 '고리원전 사고 은폐' 사건을 언급하며 원안위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2012년 고리1호기에 전원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이런 사건은 보고하게 돼 있지만 결국 은폐됐다. 원안위가 원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위원장은 원안위가 지진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결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됐다. 한국에서 25번째로 가동되는 원전이다. 원안위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위험 요소인 원전은 그대로 놔두고 대책만 추가하는 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장다울 캠페이너(그린피스)는 원안위가 원전 수동 정지 시간을 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수동 정지는 지진계 기준치가 0.1G가 넘으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다. 4시간을 2시간으로 줄이는데 왜 2시간이나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캠페이너는 한수원이 수동 정지를 한 이유와 예정 시간을 공개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고 했다. 일단 0.1G가 넘으면 원전 가동을 정지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점검하기 전까지는 정지 예정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게 장다울 캠페이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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