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법률가회가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지금까지 드러난 교회 내 성폭력을 분석해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교회 내 성폭력은 목회자와 교인 간의 절대적인 위계 관계에서 발생해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자신을 '영적 아버지'로 각인시켜요. 교인은 목회자의 행위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영적 아버지기 때문에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해요. 목회자는 자신이 하는 행위가 성적인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피해자가 거부할 수 없게끔 하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회장)가 교회 내 성범죄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설명했다. 한 목사는 12월 2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법률가회가 주최한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성범죄 가해 목사들의 수법을 소개했다.

한국염 목사는 가해자가 성경 말씀을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성적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라헬과 레아' 비유를 들어 "너는 하나님의 종인 야곱을 섬긴 라헬처럼 하나님의 일을 하는 나를 섬기기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는 탄자니아YWAM 최재선 선교사의 수법과 유사하다.

또는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바쳤듯, 주의 종인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으라며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베드로전서 5:14 "너희는 사랑의 입맞춤으로 문안하라"를 인용하며 교인에게 키스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거부하려고 하면 "하나님의 종을 해코지하거나 종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하나님의 벌을 받는다"고 회유한다.

안타까운 점은 피해자가 목회자를 '하나님의 종'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주의 종'에게 순종하는 게 곧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가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목회자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이게 성폭력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국염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은 근친 강간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내 성폭력은 교묘하게 발생한다. 명백한 성폭력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화간(和姦) 형태를 띤 강간이 많다. 폭력이나 위협을 동반한 강간보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한 영적인 위계하에 발생한다. 종교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강간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형태다. 그러나 영혼의 아버지와 신앙의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아버지가 아이를 강간하는 근친 강간과 유사하다."

한국염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 빈번히 발생하는 성범죄의 유형을 소개했다. 가해자는 주로 성경 말씀을 근거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평등한 교회에는 성범죄 없다

한국염 목사는 교회 내 성범죄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여성신학을 배우고 교회 구조를 평등하게 만들라고 했다. 한 목사는 평등한 종교에서는 성폭력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자주 쓰는 성경 구절 오용만 보더라도 성경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잘못 해석돼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 밑에 뿌리내린 가부장적 말씀 해석을 성 평등의 시각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가끔 교회 성범죄를 알리면, 선교적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침묵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의 소리를 묵살하면서 교인을 모으는 교회는 차라리 문 닫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한 목사는 한국교회에 여섯 가지를 당부하며 말을 마쳤다. △교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법에 성폭력 범죄 규정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제정하고 성폭력을 행한 목회자는 어떤 경우에도 파면시켜야 한다 △교단은 성차별과 성폭력 예방 지침서를 만들고 성폭력에 관한 문제를 교회와 신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각 교단은 성 윤리를 위한 목회자 자체 정화 기구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각 교단은 성폭력 피해자 치유와 보호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보호 단체를 후원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해 나서야 한다.

김병규 변호사는 가해자가 종교인일 경우,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가중처벌, 양형 강화 등 법률적 제재 방안 마련해야"

한국염 목사가 교회 안에서의 해결책을 설명했다면, 김병규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법으로 규제할 방안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가중처벌'을 언급했다. 현재 가중처벌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장애인이거나 친족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등에 해당한다. 그는 종교인 성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종교인과 신자 간의 특수한 관계성을 고려하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인이 그 신자에 대해 위계·위력으로 간음·추행한 경우, 폭행·협박에 의한 죄인 강간·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규 변호사는 한국염 목사 말처럼, 종교인 성범죄의 경우 일반 성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가해자를 '영적인 권위'를 지닌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결국 가해자가 강압 또는 폭행하지 않아도 피해자를 손쉽게 추행할 수 있다. 안수기도한다며 몸을 더듬거나 관계를 맺어도 피해자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종교인은 그 신자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 지위를 악용해 간음·추행을 저지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종교인이 신자에 대해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추행한 경우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병규 변호사 발표에 토론을 맡은 신희영 검사(법무부 검찰국)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신 검사는 법 개정 대신 현재 있는 법을 사용해 양형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현재 성 문제와 관련된 법률은 굉장히 복잡하다. 간음인지 추행인지에 따라 다르고 피해자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또 가해자가 친족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 케이스를 세분화하면 약 1,600개로 성범죄를 나눌 수도 있다. 이미 해당 법률이 많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보았다.

성범죄와 관련된 법률은 꽤 복잡하다. 사건을 세분화하면 1,600케이스 정도 나올 수 있다. 신희영 검사는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신 검사는 만약 종교인을 가중처벌하기로 법을 개정해도 오히려 가해자가 무죄판결 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형법 29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일반인에게 3년 형량은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판부에서는 절대 가볍지 않은 형량이다. 결국 형량의 무게 때문에 재판부가 사건을 더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신희영 검사는 양형을 높이는 방법으로 재판부를 납득시키는 방법을 주장했다. 재판관 중에는 무교이거나 피해자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 설령 피해자·가해자와 같은 종교라 해도 함께 신앙생활하지 않으면 그 교회나 단체 분위기가 어떤지 알기 어렵다. 이런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항변해도 재판부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에게 저항하지 않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 검사는 재판 때 피해자와 같은 단체에 있는 사람이 진술 조력인으로 나와 성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명하고 재판부를 이해시키면 양형이 높아질 것이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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